[사설] 세대 간 자산 이동으로 경제 활력 높이려면 상속·증여세 개편해야
한국의 상속·증여세는 가혹하기 짝이 없다. 최고 세율이 5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보다 훨씬 높다. 일본(55%)보다는 낮다고들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시가보다 낮은 공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실제 세 부담은 한국보다 낮다. 반면 한국은 대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세율이 60%다. 세계 최고 세율이다. 국가가 개인 재산을 약탈하는 수준이다.
약탈을 면하려면 증여를 최대한 미룰 수밖에 없다. 노년층은 계속 재산을 쥐고 있게 된다. 기업인들은 가업을 물려주지 못한다. 그러나 노년층은 소비 성향이 낮다. 모험적인 투자도 덜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신사업 창출도 쉽지 않다. 설사 증여나 상속이 이뤄진다고 해도 세금을 내고 나면 재산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창업 같은 모험적인 도전을 하기가 힘들다. 당연히 경제에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를 실현하느라 세금을 많이 거두기로 유명한 스웨덴도 이런 사실을 절감했다. 2005년 상속·증여세를 폐지했다. 당시 세율이 30% 수준으로 한국보다 훨씬 낮았지만 없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호주·캐나다·노르웨이 등도 상속·증여세가 없다.
한국의 60세 이상 고령층 순자산이 360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11년 전의 3배 이상이다. 이런 대규모 자산이 잘못된 세제 탓에 고령층에만 머물러 있다는 건 국가 경제에 손해다. 23년째 그대로인 세율부터 낮추고 공제 한도는 높여야 한다. 미국은 상속·증여 통합 공제 한도가 부모 1인당 1170만달러(약 148억원)에 이른다. 부모가 총 2340만달러를 세금 한 푼 안 내고 물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도 주택 취득이나 교육, 결혼, 육아 같은 목적별로 1억5000만원 안팎까지 공제해준다. 가업 상속에는 아예 공제 한도가 없다. 독일은 모든 기업에 1200억원까지 가업 상속 공제를 해준다. 반면 한국은 작년 말 법을 고쳐 대상을 확대했다고 하지만 매출액 5000억원 미만 기업만이 대상이다. 공제 한도도 600억원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선진 5개국(G5)에 끼기는커녕 현상 유지도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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