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영향은 어디서부터였을까…'인류세' 세부기준 '초읽기'

이영애 기자 2023. 1. 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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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전 세계 지질학자들의 투표 결과를 토대로 '인류세'의 기준이 만들어진다.

앞선 2019년 당시 과학자들이 20세기 중반을 인류세가 시작된 시점으로 합의한 데 이어 인류세를 대표하는 지역과 시대 단위 등 세부사항이 정해질 전망이다.

AWG의 투표 결과에 따라 선정된 지역에는 인류세의 시작을 기념하는 명판이 세워질 예정이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인류세에 대한 세부 내용이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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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제층서학위원회(ICS) 인류세 워킹 그룹(AWG)의 투표 결과에 따라 인류세를 결정 짓는 세부내용이 정해질 예정이다. LISA SHEEHAN 제공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지질학자들의 투표 결과를 토대로 '인류세'의 기준이 만들어진다. 앞선 2019년 당시 과학자들이 20세기 중반을 인류세가 시작된 시점으로 합의한 데 이어 인류세를 대표하는 지역과 시대 단위 등 세부사항이 정해질 전망이다. 인류세란 인류가 기후와 환경 변화에 지배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간주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몇주 내에 전세계 지질학자들이 투표를 통해 인간이 지구 표면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장소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 결과는 권고안이 최종 완성될 때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12개국 34명의 과학자로 이뤄진 국제층서학위원회(ICS) 인류세 워킹 그룹(AWG)은 인류세의 세부 내용을 정하기 위한 내부 투표에 돌입했다. 이들은 2010년부터 인류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당시 AWG는 "인류세가 도래했다는 것에 저명한 지질학자들이 동의한다"며 "AWS에서 인류세의 공식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AWG는 현재 투표 결과를 집계 중으로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봄에 지질학 위원회 3곳에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각 위원회 60%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인류세가 지질시대 중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투표에서는 인류세의 단위를 홀로세 같은 세(epoch)로 규정할지 더 아랫 단계인 절(age)로 규정할지를 결정한다. 또 지난해 AWG가 선정한 인류세의 '골든 스파이크' 후보 9곳 중 한 곳을 선정한다. 골든 스파이크는 지구 환경의 변화, 기준 물질 등 해당 시대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말한다. 호주의 산호초, 캐나다 토사층, 남극 대륙의 빙핵 등이 후보로 꼽혔다.

AWG의 투표 결과에 따라 선정된 지역에는 인류세의 시작을 기념하는 명판이 세워질 예정이다. AWG는 각 지질시대를 대표하는 지역에 황동 명판을 세우는데 일례로 이탈리아의 산인 몬테 산 니콜라 중턱에는 홍적세의 시작을 알리는 명판이 세워져 있다.

2000년 2월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 지구권-생물권 프로그램(IGBP) 회의에서 네덜란드 화학자인 파울 크뤼천은 "우리는 이제 홀로세가 아닌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인류를 뜻하는 'anthropos'에 시대를 뜻하는 'cene'을 더해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용어가 처음 탄생한 순간이다. 이후 '네이처' '사이언스' 등 과학 학술지에 그의 발언이 인용되며 인류세는 국제적인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2014년에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인류세를 '현재의 지질학적 시대.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간주되는 시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류세가 시작된 시점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2019년 AWG는 인류가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고 핵폭발 등이 있던 20세기 중반을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인류세에 대한 세부 내용이 정해질 전망이다. 얀 잘라시위츠 영국 레스터대 고생물학과 명예교수는 "인류가 현재 지구의 지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이번 투표는)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점이 어딘지를 찾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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