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리포트'·'고딩엄빠2'..성추행,그루밍 논란보다 더 중요한 건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2월 31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오은영 리포트'·'고딩엄빠2'..성추행,그루밍 논란보다 더 중요한 건 [미디어 리터러시]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이번에는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지난 한해를 마무리한 방송가... 요즘 이른바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이 되던데요.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에 대한 민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수천건이나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죠.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좀 짚어볼까요?
◆ 김언경> 이 방송은 제목부터 '오은영 리포트'였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면서 정신의학자이고, 특히 아동전문가이신 오은영 박사가 부부간의 갈등을 상담해주는 컨셉의 방송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방송 내용은 지난 12월 19일에 방송된 것인데요. 이날 출연자들은 7세 딸을 키우는 재혼부부였습니다. 아내가 남편을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을 시작으로 과연 어떤 사연인가를 보여주는 스토리가 전개되는데요, 재혼까지 이르게 된 엄마의 사연과 아직 새아빠를 '삼촌'이라고 부르는 7살 딸의 이야기, 그리고 이것을 섭섭해하면서 딸과의 친분을 쌓으려는 아빠의 이야기였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될 부분이 없어보이지만, 사연자 남편이 7살 딸을 껴안고, 간지럼을 태우고 장난치는 신체접촉 장면이 그대로 방송을 타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특히 아이가 "싫어요. 놔주세요"라고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말했는데 '가짜 주사 놀이'라며 아이의 엉덩이를 찌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아내의 만류에도 아빠는 '애정 표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김양원> 논란이 됐던 건 방송 내용 자체도 그렇지만 이후 대응이었어요?
◆ 김언경> 방송에서 전문가로 출연하고 있는 오은영 박사는 위와 같은 신체접촉을 두고 "엉덩이는 친부라고 해도 조심해야 하는 부위다. 새 아빠인 경우 더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오은영 박사가 이 지적을 하면서 "유난히 촉각이 예민한 애들이 있다. 이런 애들은 뽀뽀하는 것도 싫어한다"고 한 설명 부분입니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이것은 '상담이 아니라 아동 성추행으로 신고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오은영 박사가 이 사례의 7세 아동을 지칭하면서 '유난히 촉각이 예민한 애들'이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아이들이 있다면서 에둘러서 아빠의 부적절한 행위를 설득하려고 했던 완곡한 화법이 시청자들에게는 사태의 책임을 아이에게로 전가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더욱 비판을 받았습니다. 시청자들의 비판의 목소리에는 "당신은 신고의무자입니다 정말 참담한 심정이네요", "당신 같은 최고 권위자가 그토록 도와달라 절규하는 아이에게 침묵하며 촉각이 예민하단 프레임을 씌운건 아이에게 절망을 안겨준 겁니다"라는 비난 댓글 등이 이어졌습니다.
◇ 김양원>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도 해명 입장을 냈던데요?
◆ 김언경> 제작진은 일단 이 방송을 내렸습니다. 제가 확인해보니 방송사 홈페이지와 웨이브 등 OTT에도 내렸고요. 유튜브에서는 해당 행위가 나오는 편집본을 내렸습니다. 제작진은 방송 편집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또한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뒷부분에 집중되고 상당 부분 편집되어,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해명을 했습니다.
현재 이 방송에 대한 민원이 3800여 건이나 들어와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방송을 신속하게 심의하기로 했다는데요. 지금 언론 보도에서는 현행 방송법 제100조 제1항 (본문) 및 같은 항 제3호에 따르면 5000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관계자에 대한 징계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하고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심위의 과징금을 포함해 최대 1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 김양원> 김 소장님은 이 사안, 어떻게 보셨어요?
◆ 김언경> 저는 사실 이번 논란은 예견되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방송은 애초 '지옥'이라고까지 표현한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부와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 그러니까 아동 시집, 친정 등 다양한 사연이 고스란히 노출되죠. 그런데 이 방송은 애초 결혼생활을 유지하게 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 솔루션이기 때문에 갈등 행동을 하는 배우자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좋은 언어로 설득해서 문제행동을 줄여나가게 하고요. 그렇게 변화하는 배우자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라는 식의 솔루션들이 계속됩니다. 이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거나, 그들의 행위를 따끔하게 꾸짖지 않는 것에 대한 시청자의 불편함은 계속 지적돼 왔죠.
이번에 문제가 된 아동학대 논란 뿐만 아니라, 이전 방송에서도 아들만 생각하는 시어머니가 등장했을 때에도, 외국인 아내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부으며 함부로 대하는 남편이 등장했을 때도, 그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분명하게 짚기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만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그 대상이 아동이고 그 내용이 성추행에 가까운 행위였잖아요. 그래서 더 공분이 있었다고 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어른들이 출연하고 싶어서 결정했다는 이유로 덩달아 방송에 출연하게 된 어린이의 인권입니다. 이 방송이 기본적으로 인권 감수성이라는 측면에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단 것입니다. 물론 문제의 방송에서는 어린이의 얼굴을 가림 처리가 되었습니다. 일단 부부의 신상이 공개되기 때문에 아동은 금방 노출됩니다.
저는 부모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미디어에 노출되는 문제에 대해서 지나치게 둔감하며, 방송사들이 이런 시청자의 심리를 이용해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양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어린이 인권 측면에서 이와 같은 방송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신데요. 그런 측면에서 MBN <고딩엄빠>도 문제가 비슷한 문제가 계속 노출되고 있죠.
◆ 김언경> <고딩엄빠>에 대한 논란은 그 안에 아동이 등장한다는 점도 있지만, 이 방송이 성인과 미성년자 간 교제 및 임신 소재를 반복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방송 중인 <고딩엄빠2>에서는 만 18세 나이에 임신해 현재 5남매 엄마가 된 출연자의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이 출연자는 중학교 2학년 때 교회에서 목사의 아들이자 교회 선생님인 10세 연상의 남편을 만난 사연이 등장했었고요. 또 다른 고딩엄빠라면서 11살 차이로 19세에 혼전 임신한 여성과 30세 남편이 출연했습니다. 애초 고딩엄빠는 그야말로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어서 육아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방법을 모색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저는 이런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이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받고 그들이 낳은 아이들에게조차 부적절한 시선을 보여왔던 우리의 문화와 교육제도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이 방송에서 연달아 성인·미성년자 간 교제 및 임신 사연을 재연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오은영 리포트의 사례가 상담이 아니라 아동 성추행 수준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 방송은 상담의 영역을 벗어난 그루밍 범죄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법적으로 성인과 미성년자 간 관계는 만 16세 이상인 경우, 쌍방 합의일 땐 처벌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직 청소년인 여성에 대해서 성적으로 접근해서 혼전 임신까지 이른 것은 누가봐도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 수 있는 행위임이 분명하고요. 특히 아직 청소년이 그루밍 성범죄에 노출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고딩엄빠>가 굳이 이런 부부를 방송의 소재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제가 이 방송에 대해서도 우려가 되는 것은요. <고딩엄빠>에서는 고딩엄빠의 자녀들이 얼굴이 가림처리도 없이 그대로 다 노출됩니다. 그들은 곧 성장하고 학교를 가는데, 본인이 출연한 방송은 계속해서 온라인상에 남아 회자된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출연자 부모들이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신상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요즘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SNS를 통해서 사람들이 직접 등장하는 동영상도 많죠. 이렇게 일반인들의 이름과 얼굴, 목소리 등에 대한 영리적 이용을 개인의 권리로 민법에 명시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요?
◆ 김언경> 네 이걸 '퍼블리시티권'이라고도 하고, 인격표지영리권이라고 한는데요. 법무부는 지난 26일 인격표지영리권를 신설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인격표지영리권은 사람이 성명·초상·음성 등 자신을 특징짓는 요소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입니다. 노래나 문학작품과 같은 창작물이 아니라 사람의 인격표지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저작권과는 다릅니다. 인격표지영리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는데요. 다만 퍼블리시티권을 언급한 판결은 1990년대부터 종종 나왔다고 합니다.
2005년 9월 방송인 정준하씨의 얼굴을 형상화한 캐릭터를 무단 사용한 업체 사건에서 법원이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어요. 2020년 3월 대법원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멤버들 동의없이 포토카드와 화보집 등 굿즈 제작·판매를 하지 말아달라며 한 업체를 상대로 낸 법원에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빅히트 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민법 개정안의 핵심은 그 사람이 유명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개인들의 보편적 권리로써 인격표지영리권을 명문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권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명시했고, 해당 권리의 귀속이나 상속이 어떻게 되는지, 권리 침해시 구제수단이 어떻게 되는지 규정해놓은 것이죠. 다만 인격표지영리권 침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 성대모사, 캐리커쳐 등을 활용한 패러디까지 인격표지영리권 침해라고 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이죠.
◇ 김양원> 퍼블리시티권의 법제화까지... 새해엔 방송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인권'을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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