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만 소복소복…겨울에 맞는 곡이죠"
작곡가 강유정 인터뷰
"눈 내리는 날 영감받아"
1960년대 명곡 '뜨거운 안녕' '내일은 해가 뜬다'(전인권 '사노라면' 원곡) 등을 부른 가수 쟈니 리(본명 이영길·85)를 기억한다면, 2021년 그의 신곡 '바보 사랑'은 더없이 반가웠을 터다. 10여 년 만의 새 음원이자 노익장을 넘어선 중후하고 한 서린 감성 넘치는 창법으로 MBC '복면가왕', KBS '아침마당' 등 많은 무대에서 울림을 줬다.
이 곡을 만든 강유정 작곡가(본명 이경숙·66)를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강 작곡가는 "쟈니 리 선생님의 신곡 무대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굴곡졌던 인생사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바보 사랑'은 남미풍 기타와 아코디언 음률, 탱고 리듬이 강렬하게 들리는 애절한 트로트 곡이다. 강 작곡가가 2년여 전 잠 못 들던 어느 새벽 조용히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고 영감을 떠올려 품고 있던 곡이 드디어 주인을 만난 것. 편곡 과정에서 쟈니 리가 과거 스페인 여행 중 보고 들었다는 정열적인 음악 스타일을 주문해 지금의 곡으로 완성됐다. "곡을 처음 들려드렸을 때도 요즘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계절이었어요. 우연한 계기로 인연이 닿아 곡을 드렸는데 금세 '녹음하자'고 하시더군요. '그리움만 소복소복'이라는 가사가 선생님의 솔풀(혼이 담긴)한 창법과 잘 어울렸죠. 팔순을 넘기신 게 믿기지 않게 너무 잘 부르셨어요."
강 작곡가에게 이 곡은 트로트 작곡가이자 음악기획사 대표로 새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무작정 가수가 되고 싶었던 스무 살 남짓에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입상하고 지역 행사를 돌며 가수·사회자로도 활동했지만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건 쉽지 않았다. 그는 "곡 작업을 놓지 않고 해오던 중 이 곡이 쟈니 리 선생님을 만난 건 큰 행운"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MZ세대로 옮겨붙은 트로트 인기에 힘입어 원석을 발굴하는 데 연륜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강 작곡가는 "젊은 가수들이 트로트 스타가 돼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작곡해둔 곡이 좋은 가수를 만나도록 노력하고, 한편으론 요양원 등에 음악으로 재능기부를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쟈니 리 선생님은 '바보 사랑'을 발표한 뒤로 '죽을 때까지 부르겠다'며 참 좋아해주셨어요. 올겨울 첫눈이 왔을 땐 '드디어 눈이 왔네요'라며 전화를 하셨죠."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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