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사회적 약자에 비정해진 사회
우리가 사는 사회엔 약자 아닌 약자로 불명예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예컨대 어린이, 여성, 노인,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학생, 성소수자, 사회 극빈층 등등이 그렇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누구도 약자로 대접받기를 원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권리, 즉 인권이 제한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자신들의 권리를 운운하며 이들을 배제하려는 사람들, 즉 강자 행세를 하려는 사람들로 우리 사회가 양분돼가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이기주의화되면서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상대의 것을 제한하려는 것을 권리라 주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키즈 음식점이나 레스토랑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누구나 식당에선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식사를 하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다소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을 배제하면서 자신들만의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 자기가 존중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은 배제를 당하는 제로섬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모든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영화관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입장해 다소 시끄러움과 소란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아이들을 동반한 소수의 경우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그것을 전체로 보편화해 규정짓는 것은 지나치다. 철없는 어른들도 때로는 다른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자주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또 다른 노키즈, 노커플, 노맨 등으로 영화관을 구별한다면 이는 권리에 대한 몰이해의 비민주적인 행위다.
우리는 이런 경우엔 단지 비매너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이들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비약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런 통념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게 문제다. 특히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매우 비정하다.
평상시 누군가의 잘못은 그저 개인의 문제로 여기면서도 자신보다 약한 존재라 여기는 사람들의 잘못은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노키즈존'과 같은 혐오의 공간을 만들거나 '맘충' '틀딱'이라는 비인격적인 말을 지어내고 혐오한다. 누군가는 그걸 권리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존재를 혐오하고 배제할 권리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는 나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타인의 권리를 지켜주려는 배려와 관용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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