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연하장 손글씨체 주인, 일흔 넘어 한글 뗀 ‘칠곡할매’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연하장에 등장한 손글씨체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글을 막 깨친 시골 할머니 5명이 쓴 ‘칠곡할매글꼴’ 중 하나로 권안자(79) 어르신 손에서 탄생한 ‘권안자체’다.
2일 경북 칠곡군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신년 연하장에서 칠곡할매글꼴 중 하나인 권안자체를 사용했다. 취임 후 첫 새해를 맞아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국가유공자 등에게 발송한 연하장이다. 하단에는 ‘위 서체는 76세 늦은 나이에 경북 칠곡군 한글 교실에서 글씨를 배운 권안자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됐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칠곡할매글꼴은 칠곡군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한 ‘성인문해교실’에서 처음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글씨를 보존하기 위해 2020년 12월 만들었다. 400종의 글씨 중 5개가 선정됐는데, 그 주인공이 권 어르신과 김영분(77)·이원순(86)·이종희(81)·추유을(89) 할머니다. 그리고 완성된 글꼴은 원작자의 이름을 따 ‘권안자체’ ‘김영분체’ 등이 됐다.
당시 할머니들은 4개월간 서체 연습에 몰두해 각각 2000여장에 이르는 종이를 채웠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알파벳을 적을 때는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손을 움직였다. 칠곡군은 이렇게 나온 1만여 장을 모아 글꼴 제작 업체에 의뢰했고 칠곡할매글꼴을 완성시켰다. 이후 글꼴은 한컴오피스·MS워드·파워포인트 등에 정식 글씨체로 등록됐으며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를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윤 대통령이 이 글꼴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총장 신분이던 2년 전 젊은 세대와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소셜미디어에서 사용한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칠곡군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어르신 사연을 듣고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손글씨가 문화유산이 된 것과 한글의 소중함을 함께 기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었다.
이번 연하장 글씨체의 주인인 권 어르신은 소식을 접한 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욱 칠곡군수도 “칠곡할매글꼴은 정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가 남긴 문화유산으로 한글이 걸어온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새 역사를 쓴 것”이라며 “글꼴은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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