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채굴’ 최후 통첩 날린 나우루공화국...국제 규제 합의 하세월
리튬이온전지 들어가는 희귀금속 풍부
각국 이해관계 얽혀 있어 국제 규제 마련 난항
글로벌 광물기업들이 올해 7월 이후 해저에서 광물자원을 채취하는 ‘심해 채굴’에 나서겠다고 잇따라 선언한 가운데 이를 규제할 국제 규범이 마련되지 않아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심해채굴은 부족한 자원 확보를 위해 추진되고 있지만 채굴 과정에서 환경파괴 가능성이 커서 적절하게 규제할 필요가 생태와 환경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심해 채굴이 시작되면 해양 환경이 급속도로 오염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과학계에 따르면 유엔 산하 해양 규제기관인 국제해저기구(ISA)가 최근 심해 채굴 관련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회원국들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SA는 지난 2021년 6월 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으로부터 심해 채굴 관련 규제를 2년 안에 완성시켜달라는 요청을 받고 회원국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나우루공화국은 ‘나우루해양자원주식회사(NORI)’를 후원하고 있는데, 이 회사가 2023년 이후 심해 채굴에 들어갈 예정이니 그 전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본격적인 해저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하지만 ISA가 아직까지 회원국 간 이견으로 규제안을 확정짓지 못하면서 나우루공화국의 상업적 심해 채굴을 막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제안이 나오지 않은 틈을 타 다른 글로벌 광물 기업들이 앞다퉈 심해 채굴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채굴 기업 ‘메탈스컴퍼니’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동태평양 클라리온 클리퍼톤 해역에서 채굴 실험을 진행 중이다. 메탈스컴퍼니는 NORI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ISA가 관리하는 이 해역은 넓이만 100만제곱킬로미터(㎢)로 저탄소 경제를 실현할 희토류가 최소 210억t가량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해 채굴은 첨단 산업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새 돌파구로 평가받고 있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비롯한 대양의 4~6㎞ 해저에는 망간(Mn), 니켈(Ni), 코발트(Co), 구리(Cu) 등 40여종의 희귀 금속이 뭉쳐있는 광물 덩어리 ‘단괴’가 대량 흩어져 있다. 이들 금속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재료들이다.
망간단괴가 묻혀있는 심해 4~6㎞ 지역은 수압이 너무 높아 로봇이 들어가 채굴을 해야 한다. 메탈스컴퍼니가 개발한 로봇도 바다 밑바닥을 돌아다니며 망간단괴가 묻힌 땅을 빨아들인 뒤 망간단괴만 걸러내고 나머지는 뱉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극심한 해양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봇이 심해 지층을 부순 뒤 망간단괴만 빨아들이고 나머지 퇴적물을 뱉어내는 과정에서 밑바닥에 가라앉아있던 오염 물질이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봇을 비롯한 채굴장비를 바닷속에 투입했다 다시 꺼내는 과정에서 바다에 장시간 떠있는 선박에서 내뿜은 독성 증기와 소음이 소리에 민감한 고래류 등 해양 생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크레이스 스미스 미국 하와이대 해양학 교수는 지난 2018년 해양학 전문저널 ‘프론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실은 논문에서 “상업적 심해 채굴은 수만㎞에 걸친 해양 생태계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환경에 무해한 심해 채굴은 불가능한 목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나우루공화국 정부는 올해 7월 이후 ISA에 심해 채굴 허가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늦어도 7월까지는 ISA가 유엔 회원국들과 합의를 끝내고 최소한의 규제안이라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매튜 지아니 심해보존연합 창립자는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ISA가 어떤 규제안을 내놔도 7월까지는 유엔 회원국들이 합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심해 채굴에 긍정적 입장인 국가들과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국가들 간 대립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Frontiers In Marine Science, DOI : https://doi.org/10.3389/fmars.2018.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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