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에 수차례 "잠정 의결"…'예타 조정' 마지막 고비만 남았다

이원광 기자 2023. 1. 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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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류성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오른쪽)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기재위 간사가 지난해 11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조세소위원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정부 측에서 마련한 개정안 대안입니다." -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만사지탄이나 (정부의) 상당히 진전된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위원회 대안을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 - 신동근 경제재정소위원장(더불어민주당)

"잠정 의결하시고 국가재정법 전체로 같이 해서 의결을 하나로 (하시죠.) " -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여야가 지난 정기국회에서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 기준을 상향하기로 '잠정 의결' 한 가운데 새해를 맞아 여야 논의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가 대안을 제출하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고 여야도 모처럼 뜻을 모으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국회 회의록에도 '잠정 의결'이라는 표현이 수차례 기록됐는데 회의 막판 의사봉을 두드리지 못한 맥락 역시 관심거리다. 여야가 예타 도입 24년만인 올해 '강 대 강' 국면을 뚫고 굵직한 정책 분야에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정부, 법안소위서 직접 대안 선보여…尹정부 경제팀 '중점 정책'

2일 국회 경제재정소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방기선 1차관은 지난달 5일 회의에서 예타 대상사업 총사업비 기준을 현행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국가 재정 지원 규모 기준을 현행 300억원 이상에서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대안을 위원들에게 내놨다.

도로·철도·공항·항만·댐·상수도·하천시설 등 SOC 사업 및 국가연구개발사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정부가 직접 대안을 마련하며 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예타 없이 진행되는 국책사업이 더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재정운용 효율화 등을 이유로 미온적이었던 정부 기조가 마침내 변화했다는 점에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특히 예타 제도 개편은 윤석열정부 경제팀의 중점 정책으로 주목받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이같은 내용의 '예타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발표한 바 있다.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하고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는 한편 경제 변화를 반영한다는 취지다.

예타는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두고 기획재정부가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 검증하는 제도다. 1999년 예타 제도가 처음 도입된 후 물가 상승 등 국가 경제 규모의 급격한 증가에도 기준액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쓴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여야, 모처럼 '한 목소리'…"만사지탄, 진전된 입장", "인건비·원자재 가격 상승"

여야도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당시 경제소위 회의에서 구자근·김상훈·김태흠류성걸·이종배 국민의힘, 김경협·김윤덕·홍성국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8개 법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구체적인 상향 기준액과 적용 분야에 차이가 있었으나 예타 기준 상향이라는 취지는 같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원내수석부대표)는 "예타 기준 조정과 관련해 굉장히 오래된 논의고 만시지탄이지만 정부가 개정안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진전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며 기술적인 문구 수정과 관련 의견을 수차례 내놨다. 법안을 발의한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인건비하고 원자재 가격이 굉장히 많이 올랐고 예타가 아니었던 게 예타 대상이 될 정도로 사업비가 늘어나는 곳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간적인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예타 기준이 지역 발전에 악영향을 준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10년, 20년이 돼도 예타 (면제) 범위에 들어갈 수 없는 소외지역은 예외 규정을 둬야 하지 않나"라며 "전라도나 경북에 가까운 강원도 같은 교통 소외지역, 예를 들면 교통지수가 하위 30% 범주 내에 드는 경우"라고 말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김포 신도시 계획과 관련) 교통 대책이 어떻게 될 것인지 (모른다)"며 "정부가 기관에 맡기는 것보다 실제 책임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국민들의 불편을 직접 체험을 해야 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1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산회를 선언하자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의사봉 두드리지 못했지만…"잠정 의결, 번복 가능성 없어"

예타 면제사업 내역을 구체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여야 질의가 잇달았다. 신동근 경제재정소위원장(민주당)은 "(예타 면제를) 더 까다롭게 하자는 얘기인지, 조금 더 자세하게 정리하자는 것인지 의미를 모르겠다"고 하자 방 차관은 "후자"라고 말했다. 재차 묻자 "(까다롭게 하자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회의 막판 의사봉을 두드리지는 못했다. 예타 기준 상향은 잠정 의결 사안으로 하고 재정준칙 개정 등까지 담아 국가재정법을 일괄 개정하자는 취지에서다. 신 위원장은 "일단 의결하고 그 이후에 또 하자"고 말했고 류 의원은 "잠정 의결하고 나중에 전체 의결을 해서 하나로 만드는 것이 어떻나"라고 했다. 두 의원은 회의 막판에만 같은 취지로 수차례 의견을 주고 받았다. 결국 신 의원은 "잠정 의결하는 것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산회했다.

류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예타 관련 사안은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상황"이라며 "잠정 의결한 사항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재정법 논의 사항과 같이 해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잠정 합의 사안이 번복될 가능성에 대해 "이미 논의가 됐던 부분은 다시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지금 상황으로 그런(번복)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류성걸(오른쪽)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간사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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