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시위 2년간 민원 ‘1만건’… 시민들은 불편한데 서울교통공사·경찰 대응은 소극적
시민들 “지하철 시위 올바른 방법 아니다”
경찰·서울시·서울교통공사는 미온적 대응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23년에도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전장연은 2021년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은 전장연 시위 때마다 지하철 이용에 불편을 겪으며 약 1만건에 이르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경찰·서울시·서울교통공사는 시위대가 시민을 폭행하는 등 명확한 불법 행위가 있지 않는 이상 처벌이 안 된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장연은 지난 2021년 1월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 탑승 시위를 시작으로 지난달 31일까지 총 82차례에 걸쳐 지하철 지연을 초래했다. 같은 기간 전장연 시위로 지하철 지연이 발생한 일수는 78일이었다. 전장연은 지하철역에 열차가 멈추는 동안 열차 승·하차를 반복하거나 사다리·철장 등으로 시위자의 몸을 속박하고 지하철에 타 특정 구간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전장연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는 장애인 권리와 관련된 예산 증액이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전장연은 올해 장애인 권리 예산을 전년 대비 88.9%(약 2조175억원) 증액해달라고 요구했으나 106억원이 반영되는 데 그쳤다.
현 정부가 긴축 재정을 경제정책 기조로 설정하고 있는데다 전장연이 요구한 사업 중 상당수가 신규 사업으로 정부,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반영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 2년간 전장연의 시위에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1월 22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위 관련해 서울교통공사에 접수된 민원은 9167건이다.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여 지하철 연착이 발생하는 날이면 하루 평균 119.1개가량의 민원이 발생한 것이다. 가장 민원이 빗발쳤던 날은 지난해 4월 21일로 이날 전장연은 오전에 수도권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에서 동시에 열차 운행을 방해했다.
이날 오전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위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전장연 시위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구행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하던 대학생 박성원(19)씨는 “오늘 전장연 시위로 기차를 놓쳐 표를 취소했다”며 “불편이 크다”고 했다. 평소 서울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정희(36)씨는 “전장연 시위로 2~3번 정도 회사에 지각한 적이 있어 요즘엔 시위가 있는 날이면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출근한다”며 “지하철 탑승 시위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기에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만 건 가까운 민원이 제기됐지만 경찰·서울시·서울교통공사의 솜방망이식 대응은 전장연의 시위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안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지하철보안관을 두고 있지만 이들에겐 사법 권한이 없다. 그렇기에 지하철보안관은 시위자들 강제 퇴거하지 못하고 경찰의 힘을 빌려야 하는 실정이다.
대신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21년 업무방해 혐의로 전장연 관계자들을 경찰에 2차례에 걸쳐 고소하고 전장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일부 보수성향 시민단체에서도 전장연 관계자들을 업무방해·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장연 관계자 29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이 중 24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 조치를 이어가겠다 2일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전장연의 82차례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시위로 발생한 지하철 지연 시간 데이터와 피해금액 규모를 자체적으로 확보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의 일선 경찰서들은 전장연 시위 때마다 지하철역에 경력을 배치하고 있으나 경찰의 대응은 현장에서 경고방송을 하거나 시위자들의 이동 조치를 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나 시민을 폭행하는 등 명백한 불법행위가 있으면 현행범 체포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전장연 시위에서 아직 그런 사례가 없었다”며 “경찰은 열차 운행을 방해했다고 무조건 검거하는 게 아니라 경고방송 후 이동조치를 하는 절차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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