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복귀인데 강백호 폼은 여전하더라
요즘 학생들은 잘 모른다지만 라떼만 해도 슬램덩크를 안 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강백호와 서태웅, 불꽃 남자 정대만과 안 선생님 등은 만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문외한이라도 들어봤을 정도다.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채소연의 대사는 "미나미를, 고시엔에 데려가 줘"와 함께 풋풋한 청춘을 상징하는 양대 산맥이나 다름없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원작 만화 슬램덩크는 1996년 연재 종료 이후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원작 만화는 완전판, 신장재편판 등으로 재출시되었으며,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믹스가 이뤄졌다. 2020년 7월 출시된 디엔에이의 모바일 게임 슬램덩크가 대표적이다.
강산이 두 번이 넘게 변한 뒤에야 출시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어린 시절 추억 분쇄기가 될까 원작 팬들은 노심초사했다. 팬들의 걱정은 기우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전하는 청춘의 아픔과 성장, 스포츠가 전하는 감동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반짝반짝 빛났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국 고등학교 농구 선수권 대회에서 북산고등학교와 산왕공업고등학교 농구부가 겨루는 32강전 경기를 배경으로 한다. 슬램덩크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경기이자 슬램덩크의 독자라면 모두가 첫 손에 꼽는 바로 그 경기, 산왕전이다.
왜 더 퍼스트일까. 원작자이자 감독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에 따르면 더 퍼스트라는 제목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기존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본 적 있는 사람에게는 처음 봤을 당시의 설렘이고, 영화로 슬램덩크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사전적 의미이며, 영화의 주인공 송태섭에게는 아픔을 이겨내고 딛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송태섭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한다. 농구 유망주였지만 일찍 져버린 형 송준섭, 그리고 형의 그림자를 보며 자라온, 형만 못했던 동생 송태섭. 숨 가쁘게 진행되는 산왕전 경기와 원작 만화에서 미처 풀리지 않았던 송태섭의 과거가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더 퍼스트라는 제목답게 No.1 가드이자 1번 포인트 가드인 송태섭 위주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긴 하지만 원작의 주인공인 강백호나 다른 주역들의 역할이나 비중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러닝 타임의 한계로 전반전은 생략에 가깝게 진행되지만 "왼손은 거들 뿐",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입니다" 등의 명장면도 빠짐없이 나온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CG 애니메이션에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도 인정할 만한 퀄리티였다. 2D와 3D가 혼재된 작화는 흡사 원작 만화 슬램덩크의 인물들이 지면 위에서 일어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화면을 넓게 잡는 카메라 앵글은 마치 농구장에서 경기를 직관하는 느낌을 준다.
특히 모션 캡처를 활용해 실제 선수의 움직임을 재현한 역동적인 경기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실제 농구 경기 그대로의 박진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커뮤니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1위를 차지했던 산왕전 마지막 25초 정도의 무음 시합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쥘 정도였다. 몰입한 나머지 영화관에서는 관객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송태섭과 정대만의 첫 만남, 송태섭과 고릴라 주장의 관계, 패배 후 산왕 농구부의 모습 등 원작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장면을 조명한 것도 좋았다. 감독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기존 애니메이션의 연장선이 아닌 원작 만화에서 별개의 가지로 뻗어 나온 새로운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엔딩의 그 장면은 북산 농구부의 미래를 상상해왔던 독자들의 오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원작 만화를 보고 간다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감동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원작 만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기자는 '불꽃 남자 정대만', '북산 엔딩' 등 슬램덩크에서 유래한 밈 정도만 알고 갔는데도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30초 룰, 아이솔레이션, 리바운드, 바스켓 카운트 등 기초적인 농구 관련 용어를 알고 간다면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원작을 정주행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문제아' 송태섭과 징하게 엮이는 불꽃 남자 정대만의 사연 정도는 미리 훑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디엔에이의 모바일 게임 슬램덩크에서 영화 출시에 발맞춘 이벤트가 진행된다. 1월 10일까지 인 게임 미션을 진행하고 공식 카페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영화 예매권을 제공한다.
영화 개봉일인 1월 4일 이후 이를 기념하는 특별 공용 쿠폰도 모든 유저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공식 카페에 영화 관람 인증을 한 유저에게 추첨을 거쳐 인게임 아이템을 지급한다.
용산 아이파크몰 CGV와 롯데시네마 롯데월드타워에서 슬램덩크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QR코드가 삽입된 포토존이 운영될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 슬램덩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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