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 기본급도 넘어선 최저임금

"최저임금과 고작 20만~30만원 정도 차이나는 건데, 솔직히 일할 맛 안 나죠."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 4년차 직원인 A씨(30대·남)가 지난달 실수령한 월급은 218만3600원이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소득세, 장기요양보험료 등 31만2690원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이다.
초과근무를 상대적으로 많이 하는 달에는 월급에 30만원 안팎의 수당이 더 붙는다고 한다. 그마저도 업무가 몰리는 특정한 시기가 아니면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A씨는 "최저임금만 받고 일해도 월급이 200만원을 넘는다는데, 220만~230만원 찍힌 급여 명세서를 보고 허탈하지 않을 직원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9160원) 대비 5% 오른 시간당 9620원이다. 주 40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월급은 전년(191만4440원)보다 10만원가량 많아진 201만580원(주휴수당 포함)이다.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한 액수가 200만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늘어난 최저임금 탓에 급수가 낮은 공무원이나 연차가 적은 공공기관 직원들의 박탈감이 적지 않다. 최저임금과 자신이 받는 월 급여 사이의 격차가 20만~30만원에 불과해서다. 특히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올해 공무원 임금인상률(1.7%)을 적용하면 9급 1호봉으로 임용된 공무원이 받을 급여는 171만5200원으로 추산된다. 물론 각종 수당을 합하면 최저임금보다는 많다. 9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B씨(30대·남)는 "등급별로 차등 지급되는 성과상여금까지 합쳐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토로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상당수가 직격탄을 맞은 터라 급등한 최저임금을 감당하기가 벅차다는 것이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가 작년 11월 기준 전년 대비 46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현장에서는 종업원 대신 무인주문기(키오스크)를 두는 곳이 계속 늘고 있다. 단기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들도 일자리가 줄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이 급등했지만 높은 생활물가로 근로자의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 5%를 상회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효과를 상쇄해서다. 작년 10월 기준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세전 월 임금총액은 전년 대비 17만6000원(5.1%) 오른 363만1000원이었다. 그러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30만원가량 적은 332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물가가 껑충 뛴 만큼 체감월급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해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후보자 시절 "최저임금이 너무 오르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루즈-루즈(lose-lose)게임'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작년(9160원)까지 2690원(41.6%) 인상됐다. 최저임금 급등의 역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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