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에선 버스비 내지 마세요”...전국 최초 무상버스 타보니
2일 오후 경북 청송군 중앙로 청송버스터미널. 삼삼오오 모인 관광객과 주민 등 10여명이 다음 행선지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중인 농어촌 버스의 출입문이 열리자 버스 안 미니전광판에는 ‘1월 1일부터 모든 청송버스 무료운행’이라는 내용의 자막이 나왔다. 버스회사 측이 앞서 사용하던 요금함을 제거해 출입 공간부터 넉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버스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 덕분에 목적지에 수월하게 승하차를 할 수 있다.
진보면 기곡리에서 농사를 짓는 박상재(82)씨는 “읍내에 자주 가는 탓에 요금이 만만찮았는데 이젠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청송군이 새해부터 버스 이용 요금을 전면 무료화했다. 청송군민을 포함해 관광객까지 청송에선 누구든 돈을 내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연령 및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게 된 전국 첫 사례다.
청송군의 무상 버스 정책은 지난해 6월 윤경희 청송군수가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표면화됐다. 교통 복지 확대를 통해 인구 유출을 막고 군을 찾는 관광객에게도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청송군의 연평균 버스 이용객은 29만명으로, 하루에 약 800명 정도가 이용해왔다.
청송군 인구는 지난 2012년 2만 6697명에서 지난해 11월말 기준 2만 4624명으로 10년간 2000여명이 줄어들었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40%를 넘었다. 소멸위험지수도 2021년 기준 0.155로 소멸 고위험지역이다. 소멸위험지수가 0.5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청송군 관계자는 “지방 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청송군의회는 ‘청송군 농어촌버스 무료 이용 지원 조례’를 원안 가결했다. 청송군에서 운행 중인 버스는 총 18대(예비 버스 1대 포함)로 총 63개 노선이다. 원래 요금은 연령에 따라 700~1300원이었으나, 지난 1일부터 조례가 시행되면서 버스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군은 무상 버스 정책에 따라 예산 약 4억원이 추가로 편성되면서 버스 운영비가 연간 18억원 정도 책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청송 무료 버스를 타보면 마을마다 관광지가 나온다. 버스 노선에는 주왕산관광단지, 주왕산국립공원, 군립청송야송미술관 등의 관광지를 차례로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주왕산을 찾은 곽형근(62)씨는 “무료 버스를 타고 신촌약수탕, 신성공룡발자국, 방호정, 신성계곡, 백석탄 등 청송의 주요 관광지를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앞으로도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정책으로 주민들의 복지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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