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필수의료 담당하려면 1000병상 규모 신축 필요”
코로나19 재난 대응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원된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환자 수가 회복될 때까지 총 593억원의 경영손실이 예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손실을 보전하고 정부가 강조하는 필수의료 기능을 다하기 위해선 100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 신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해 하반기 의료손실이 82억58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계가 나왔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해 5월 감염병전담병원에서 해제됐지만 앞서 코로나19 국내 확산 초기부터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일반 환자의 발길이 끊기는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병상가동률 74% 수준을 다시 회복하려면 2025년까지 총 593억42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형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제 기능을 회복하는 한편,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 등 필수의료 분야에 관한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병상 수를 상급종합병원 급으로 늘려 신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 이전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결과, 기재부는 1안으로 730병상(본원 49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신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안에선 100병상을 늘려 830병상(본원 59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규모로 신축하는 안이 나왔다. 하지만 두 방안 모두 본원이 최소 740병상 이상이어야 효과적인 감염병 위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필요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코로나19 국내 확산 초기부터 감염병 대응 역할을 맡았던 전국의 공공병원들은 그간 축소된 필수의료 진료과목 역시 회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상태다. 이흥훈 국립중앙의료원 전략기획센터장이 2019~2021년 공공병원 40곳의 7대 필수 진료과(내과·외과·신경과·신경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개설률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9년 3월 85.3%였던 비율이 지난해 8월 기준 80.6%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환자 수도 줄어들었다. 2019년 대비 2020년 입원환자 수는 34%, 외래환자 수는 25% 감소했다. 2021년 들어 일부 회복되는 양상도 보였으나 이 기간 외래환자 대부분이 코로나19 PCR 검사를 목적으로 방문해 의료손실을 감축하는 속도는 그보다 느렸다.
당초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 이전 추진과정에서 정부는 중앙감염병병원 역할과 함께 응급, 외상, 모자, 심뇌혈관, 치매 등 필수중증의료 중앙센터 등의 역할을 함께 담당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모두 공공성이 커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진료 영역이다. 실제로 100병상 규모의 감염병병원 설립시 첫해 62억원의 손실 발생을 시작으로 5년 동안 235억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추계가 나왔다. 이 같은 손실을 보전하고 자생력을 가지려면 최소 8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과 비슷한 규모가 돼야 5년간 90억원 가량 흑자를 낼 것이란 것이 국립중앙의료원의 계산이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본원의 질적 수준이 담보되지 않으면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필수 중증의료서비스의 보편적 제공을 위해 규모 확보뿐 아니라 높은 진료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전문진료과목 구성과 고수준의 의료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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