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1달 뒤 흙으로…美 뉴욕주 "퇴비장 허용"

미국서 6번째로 합법화

미국 리컴포즈는 약 7000달러(888만원)를 받고 시신 퇴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컴포즈 제공

미국 뉴욕주에서 시신을 미생물과 함께 묻어 한 달 안에 퇴비로 만드는 '시신 퇴비화'를 활용한 장례가 허용됐다. 미국에서 시신 퇴비화를 합법화한 것은 이번 뉴욕주가 6번째 주다. 장례 문화에도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시신 퇴비화가 매장과 화장을 잇는 하나의 장례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캐시 호출 미국 뉴욕주지사가 31일(현지시간) 시신 퇴비화를 합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가디언과 BBC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명 '퇴비장'으로 불리는 시신 퇴비화는 시신을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나뭇잎, 짚 등으로 덮은 뒤 반개방형 상자에 넣어 묻는 것을 말한다. 30~45일이 지나면 시신의 뼈, 치아 등 신체가 자연분해돼 퇴비용 흙이 된다. 일반적으로 시신 한 구당 약 36포대에 달하는 흙이 만들어진다. 퇴비가 된 유해는 유족이 돌려받거나 공공토지에 기부할 수 있다.

뉴욕주는 이번 서명으로 미국에서 시신 퇴비화를 합법화한 6번째 주가 됐다. 2019년 워싱턴주에서 가장 먼저 시신 퇴비화를 합법화했고 2021년 콜로라도주와 오레곤주, 지난해 버몬트주와 캘리포니아주가 뒤를 이었다.

2021년부터 퇴비장 서비스를 시행 중인 미국 리컴포즈는 "시신 퇴비화는 전통적인 매장 방식에 비해 1t(톤)의 탄소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신 퇴비화가 환경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묘지를 위한 땅이 제한된 도시에서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시신 퇴비화는 스웨덴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영국도 생분해성 관 혹은 관 없이 시신을 매장하는 자연 매장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신으로 만든 퇴비가 토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불명확하다며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데니스 포스트 뉴욕 가톨릭의회 전무이사는 시신 퇴비화 과정을 두고 "채소 찌꺼기를 흙으로 되돌리는 과정을 똑같이 인체에 적용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리적인 문제도 남아있다. 뉴욕 카톨릭의회는 "인체를 가정용 쓰레기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법안에 반대한 바 있다.

한편 시신 퇴비화에 소요되는 비용은 매장과 화장의 중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컴포즈는 퇴비장을 진행하는 데 약 7000달러(약 888만원)를 받고 있다. 미국 국립장례지도사협회(NFDA)에 따르면 미국에서 장례식을 치르는데 드는 평균 비용은 2021년 기준 매장 7848달러(약 996만원), 화장 6971달러(약 88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