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폭행 당한 지적장애 동생…母 '보호 거부'·쉼터 이용 '막막'

전북CBS 김대한 기자 2023. 1. 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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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거부' 지적 장애인들 모텔 전전
장애인 남자 쉼터 수용률 7% 불과
강남구의 한 장애인 쉼터 모습.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전북 전주에서 20대 지적 장애인이 누나 집에서 다리미로 폭행을 당하는 등의 학대 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누나 부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보호자인 어머니가 남동생의 보호를 거부함에 따라 장애인 쉼터로 옮겨져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모텔로, 다시 지옥으로"…갈 곳 잃은 장애 학대 피해자

누나와 매형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여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의 한 자택 창고에서 지적 장애인 3급인 20대 남동생 A씨를 가둬두고 다리미로 몸을 지지는 등의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구조 당시 남동생은 얇은 가운만 입은 채 거의 알몸 상태였고, 온몸 곳곳에 화상과 욕창 등 상처가 발견됐다. 또 남동생은 밥을 거의 굶거나 하루에 한 끼만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와 장애인 남동생이 함께 살게 된 계기는 남매의 어머니가 최근 재혼을 하면서 누나 A씨가 남동생을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동생을 구조한 후 경찰은 남매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보호자는 누나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며 "알아서 하고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에서 마지막 보호자인 어머니가 보호를 거부해 A씨는 퇴원 후 갈 곳을 새로 찾아야 한다.

지난해 1월 전남에 거주하는 장애인 B씨는 학대피해를 입은 후 상담원 집과 모텔을 전전하기도 했다.

전남 지역 내 유일한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가 약 5개월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긴급 보호가 어려워진 B씨는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상담원의 집에서 임시 보호를 받았고 계속 상담원 집에 머무를 수 없어 상당 기간 모텔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경기북부에 거주하며 지난 2020년까지 약 3년여간 어머니에게 줄곧 학대를 당한 지적장애인 C씨는 보호시설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결국 모텔을 전전했다.

경기북부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도 C씨를 가정과 분리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지만, 당시 도내 학대피해장애인쉼터엔 이미 정원이 차 있었다.

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학대 피해를 겪는 장애인에게 행위자와의 분리는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을 받아줄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 장애학대 사례 보고서' 일부 캡처

장애인 남자 쉼터 수용률 고작 7%…"협력 필요"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년 장애인 학대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총 장애학대 사례 1천 124건 중 남성 피해자는 573명(50.1%), 여성 피해자는 551명(49.5%)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전국 남성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 정원은 41명으로 피해자 중 7%만 수용이 가능한 실정이다.

부산과 대구, 대전, 세종, 경기북부, 강원, 경남 지역에는 아예 남성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가 전무하다. 이 지역의 남성 학대 피해 장애인은 쉼터 이용 시 타지역으로 이동해 긴급 보호를 받는다.

여성 학대피해자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여성 쉼터로 보내질 수 있어 상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많지만,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해야 해 적응의 어려움이 있다.

숭실대 김경미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 피해자의 경우 당장 위험으로부터는 벗어나지만,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적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며 "여성 쉼터도 가지 못하는 남성 피해자는 더 큰 문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단일 기관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며 "'장애인 학대 예방과 온전한 피해자 보호'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든 유관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연계 기관들이 피해자의 수용 인원을 늘릴 수 있도록 쉼터 담당 인원을 늘리고 빠른 시일 내 입소가 가능하도록 상시 점검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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