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잊은' K-배터리, 실행력으로 IRA·RMA 파도 넘는다
글로벌 경기 침체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성장가도를 달렸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올 한 해도 기세를 이어갈 태세다. 핵심 경영진들은 새해 신년사에서 최고의 품질과 수익성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 나갈 수 있는 '실행력'을 강조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경영방침에 따라 2030년 글로벌 톱티어(Top Tier) 회사가 되기 위해 올 한 해 동안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자"며 "올 해 미중 대립, 원자재 수급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명확한 전략 방향 아래 철저히 준비해 나간다면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착기부주'(신발 끈을 고쳐 매고 다시 뛴다)라는 사자성어처럼 계묘년 새해를 맞아 함께 힘을 모아가자"며 "저를 포함한 리더들도 구성원 여러분과 합심해 힘차게 달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자 내건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전략들도 공유됐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IT 시스템 고도화와 업무 효율화 △명확한 R&R(Role & Responsibilities) △탄탄한 팀워크 확립 등 3대 과제를 내세웠다. 권 부회장은 이같은 전략을 토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QCD(uality·Cost·Delivery, 품질·비용·납기) 제공으로 고객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수익성 넘버원(No.1) 기업'을 향해 열정과 자신감으로 한걸음씩 뚜벅뚜벅 나아가는 한 해가 되도록 다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삼성SDI도 전기차용 배터리 신제품 적기 개발 및 차세대 기술 선행 확보, 글로벌 거점의 성공적 진출을 위한 준비 및 최고 운영 경쟁력 조기 확보, ESG 리더십과 임직원 간 소통 강화 등을 강조했다. 최 사장은 "품질 경쟁력은 제품 자체의 설계와 이를 구성하는 부품 및 소재, 그리고 양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과 연결된다"며 "최고의 품질 확보를 위해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프로세스에 걸친 품질 관리와 파트너사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SK온은 글로벌 생산 안정화·고도화를 통한 지속성장의 실현, 경영 내실화를 통한 턴어라운드 달성·분야별 핵심경쟁력 제고 등을 내세웠다. 지 사장은 "성장은 탄탄한 내실 토대 위에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우리의 수주·매출 규모에 걸맞은 시스템·프로세스 구축 및 고도화를 바탕으로 경영을 내실화하고 개선해야 함과 동시에 전 사이트의 생산성 제고,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만들어내고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 나가자"고 당부했다.
삼성SDI는 올해 영업이익이 2조526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0% 넘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다. 2021년 영업이익 기준 첫 1조 클럽 달성 이후 2조 클럽 진입이다.
SK온은 비상장사로 에프앤가이드에서 실적이 추산되지 않으나 올해에는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SK온에 대해 삼성증권이 1700억원대 NH투자증권이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배터리 업계 영향을 끼칠 가장 큰 변수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RMA) 등이 꼽히며 세부 가이드라인이 아직 공표되기 전이지만 아직까지 국내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일 것이란 기대가 더 크다. IRA의 경우 법의 가장 큰 방향성이 전기차 핵심 부품 소재의 탈중국화란 점에 비춰볼 때 앞다퉈 미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선언한 국내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1195만대로 2022년 956만대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역별로는 미국 시장이 129만대(전년 대비 38% 증가)로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며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IRA 효과로 미국 시장 선점 효과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유럽판 IRA'라 불리는 RMA도 도입이 추진중인데 이 역시 긍정적일 것이란 기대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RMA 세부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아 긍·부정 요인이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보다 먼저 진출한 곳이 유럽이기 때문에 이미 공급망이 어느정도 현지에 구축돼 있고 비교적 오랜 기간 파트너십도 맺고 있어 IRA보다 대응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예측된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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