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감염자 폭증하는데 빗장 푼 중국…코로나19에 항복?

김지성 기자 2023. 1. 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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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불과 한 달여 만에 딴 세상이 됐습니다. 3년 가까이 세계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 오다, 최근엔 여느 나라보다 더 느슨한 방역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확진돼도 격리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정도로 사실상 방역에 손을 놓은 상황입니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중국인들은 코로나19에 걸리면 강제 격리 시설로 끌려가지 않을까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코로나19에 걸릴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왜 중요한데?

지난달 22일 전후로 중국 SNS에는 한 문건이 유포됐습니다. 중국 방역 당국의 비공개 회의록이란 설명이 달렸는데, 지난달 20일 하루에만 중국에서 3,700만 명이 감염되고, 지난달 20일간 누적 감염자가 2억 4,800만 명에 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단 하루에 감염됐고, 20일 동안 우리나라 인구의 4.7배가 감염됐다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수치를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의 감염 속도를 감안하면, 지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쓰촨성 방역 당국이 주민 15만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63%가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다고 답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베이징도 이미 정점을 지나 적어도 60~70% 정도가 감염됐다는 게 정설입니다. 중국의 전체 인구는 14억 명. 이 중 절반 정도가 걸렸다고 가정하면, 7억 명이 감염된 셈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3년간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감염자 수는 6억 5천만 명입니다. 한 달도 안 돼 중국에서만 이미 이 숫자를 넘어섰거나 여기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좀 더 설명하면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몇 명인지는 중국 당국도 모릅니다.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신고하지 않고 그냥 집에 머무르거나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증상이 심해 병원에 간, 극히 일부 경우에 한해서만 확진자로 잡힙니다. 통계가 의미가 없겠죠.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는 중국 전역의 하루 확진자가 4천 명 대라고 발표했는데, 한 지방 정부가 "표본 조사 결과, 우리 지역의 하루 신규 감염자는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런 탓에 중국 정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아예 일일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의료 시설과 화장장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특히 감염이 대도시에서 시설이 열악한 지방 도시로 확산하면서 이런 부족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입원 시설이 모자라 길거리에서 수액을 맞거나, 병원 밖 잔디밭에서 누워 진료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장례식장마다 긴 줄이 늘어섰고, 시신을 안치할 장소가 없어 화물 컨테이너에, 창고에, 주차장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접수창구에서 '고인이 코로나19로 숨진 게 아니다'라는 서약을 요구하는 장례식장도 등장했습니다.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만 접수를 받아 준다는 건데, 때문에 호흡곤란이나 폐 질환으로 사망했어도 이들은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와 SNS에는 연일 유명 인사들의 부고가 뜨고 있지만, 정확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를 위한 마지막 단계로, 오는 8일부터 해외 입국자의 시설 격리도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은 중국 입국자의 경우 시설 격리 5일에 자가 격리 3일, 총 8일을 격리해야 하는데, 앞으로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도 격리를 안 해도 되니, 입국자뿐만 아니라 출국자도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아졌고, 중국의 백신 접종률과 대응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방역을 완화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오미크론 치명률과 중국의 대응 수준이 하루아침에 달라진 건 아니죠. 중국의 입장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중국이 방역 정책의 방향을 튼 것은 지난해 11월 말 고강도 통제에 반대하는 이른바 '백지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한 직후입니다. 금기시됐던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등장하자 화들짝 놀란 중국이 방향 전환을 급히 모색했고, 여기에는 3년간 짓눌렸던 경제 상황도 반영됐습니다. 또 당시 베이징만 해도 수천 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올 정도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론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 정책대로라면 베이징도 상하이처럼 도시 전체를 봉쇄해야 하는데 정치·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기왕 이렇게 된 바에, 오는 3월 시진핑 주석의 집권 3기 체제가 공식 출범하기 전에, 국민들의 불만도 풀어주고 경제도 활성화 시키자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중국 당국은 베이징 등 일부 대도시의 경우 이미 감염 확산의 정점을 지났거나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주 중으로 주요 도시들은 정점을 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는 8일부터 국경을 개방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오는 21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지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제 연휴가 2차 고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3년 만의 최대 규모의 이동이 예고된 상황인데, 바이러스도 함께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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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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