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도시정비 신기록 쓴 건설사들… “많이 남기진 못했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 도시정비 사업에서 신기록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정비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선 데다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공사비 규모가 커진 영향인데,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전망돼 대조적이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작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6개 건설사가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수주 신기록을 달성했다. 코오롱글로벌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4004억원의 수주실적을 달성하는 등 중견 건설사 중에서도 역대 최대 수주고를 올린 곳이 있다.
도시정비 수주 1위에 오른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신규 누적 수주액 9조3395억원을 달성하며 3년 연속 도시정비 분야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재작년 5조5499억원을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68% 증가한 수준이다.
2위는 7조1476억원을 수주한 GS건설이다. 이어 ▲대우건설 5조2763억원 ▲DL이앤씨 4조8943억원 ▲포스코건설 4조5892억원 ▲롯데건설 4조262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2조1647억원 ▲삼성물산 1조8686억원 ▲SK에코플랜트 1조5207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조307억원 등 순으로 수주 규모가 컸다.
작년 대형 건설사들의 도시정비 사업 수주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지방의 대형 재개발 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전체 수주액 중 약 32%의 수주액을 광주 광천동 재개발 사업과 부산 우동3구역에서 끌어냈다.
인건비와 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사비 자체가 크게 오른 영향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인건비와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전보다 공사비가 크게 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초에 레미콘 가격이 또 인상될 예정이라 올해 수주액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정비사업 수주에서 역대급 호황을 맞았지만, 건설사들이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분기 주요 건설사의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줄어들었다.
수주 1위를 한 현대건설도 마찬가지다. 작년 3분기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재작년 동기 대비 11.0% 감소한 500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6%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현대건설은 “해외 현장의 이익률 감소, 일부 대형 현장의 공기 지연에 따른 직·간접비 상승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영업이익 감소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비즈가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의뢰해 건설업종 주요 기업의 작년 실적 추정치(지난달 29일 기준)를 파악한 결과,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위 건설사 중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주는 곳은 DL이앤씨다. 재작년 95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DL이앤씨는 지난해 43.8% 줄어든 537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도 재작년 7조6317억원에서 지난해 7조4934억원으로 1.8% 줄어들 전망이다.
다른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도 한 자릿수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재작년 7383억원에서 지난해 7046억원으로 4.6%, 현대건설은 7535억원에서 7068억원으로 6.2% 감소할 전망이다. GS건설의 영업이익도 재작년 6465억원에서 지난해 5972억원으로 7.6% 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전반적인 수주 규모 자체는 늘었지만, 수주 신기록이 득이될지 실이될지는 아직 모른다”면서 “공사비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미분양 적체 등 분양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수주한 정비사업장 공사를 시작할 때 쯤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는 사업장도 여럿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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