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오르고, 신차도 줄줄이 나오는데… 슬슬, 놓을까?
5000만원대 차가 7000만원으로
입항 제한 등 악재에 소비자 외면
현대차·기아는 큰 폭 증가 '대조'
최근 잇단 악재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는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감소하며 경쟁 업체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만 해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고수했지만 이후 입항 물량 제한, 가격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늘어가고 있다. 특히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형 전기차 모델을 쏟아낼 전망이어서, 테슬라를 향했던 소비자 선택지는 더 분산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작년 1~11월 국내서 1만4372대가 국토교통부에 등록돼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했다.
이러한 판매 부진은 반도체 부족 등으로 국내 입항이 제한된 여파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작년 1월(1대), 4월(1대), 7월(0대), 10월(6대)엔 사실상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는 모두 큰 증가폭을 기록해 테슬라와 대조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작년 11월 누적 4만7809대(승용 기준)를 팔아 95.3%, 기아는 3만2532대로 95.4% 각각 늘었다. 테슬라는 2020년만 해도 승용 모델 기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2021년 현대차·기아에서 역전당한 후 작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또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차 브랜드의 작년 11월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2만1323대로 전년(5163대)보다 4배 이상 커졌다.
이런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테슬라 중국 상하이 공장은 작년 12월25일부터 생산을 중단해 다음달 3일부터 재개되지만, 이후 중국 춘절 연휴를 맞아 이달 20~31일에도 가동을 중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 생산 물량이 한국에 입항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작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후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트위터 리스크'가 제기되면서 테슬라 주가는 최근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테슬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테슬라 고정 층의 수요는 탄탄하지만 고질적인 마감 논란,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볼륨 모델인 모델3의 경우 본래 가격은 5999만원이었지만, 작년에만 수차례 가격이 오르는 등 현재 홈페이지 상 가격은 7000만원을 넘는다. 또 다른 주력 차종인 전기 SUV 모델Y는 2021년만 해도 6999만원이었지만 현재 롱레인지 트림은 9600만원, 퍼포먼스 트림은 1억원을 넘는다.
테슬라 동호회의 한 차주는 "11개월 걸려 모델Y를 받았는데 요즘에는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하다"며 "이 가격에 사는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에는 이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신형 전기차들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테슬라의 대항마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는 기아가 7인승 전기 SUV인 EV9을 선보일 예정이고, 쌍용차도 중형 SUV 토레스의 전기차 모델(프로젝트명 U100)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수입차의 경우 이미 아우디 Q4 e-트론, 폴스타2, 폭스바겐 ID.4, 볼보 C40 리차지, BMW iX·iX3 등 중소·중대형급 전기 SUV 모델이 포진해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폴스타3, 벤츠 EQS SUV 등 대형 SUV의 출시가 예고돼 있다.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반자율주행 기능 격인 오토파일럿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최근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주행거리 확보 등 완성도를 높인 신형 전기차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고, 가격대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테슬라가 이전만큼 입지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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