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왜 안면마스크를 벗어 던졌나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답답했습니다."
'손세이셔널' 손흥민(30·토트넘)이 직접 밝힌 안면마스크를 벗어 던진 이유다. 손흥민은 새해 첫날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애스턴 빌라와의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에서 착용하고 있던 안면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전반 18분쯤이었다.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손흥민은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공을 받으려다 터치 실수를 범했다. 순식간에 역습을 맞이한 토트넘. 손흥민은 공을 낚아채 토트넘 진영으로 달려가는 레온 베일리를 가까스로 따라잡아 공을 커트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 다음에 한 첫 번째 행동이 마스크를 벗은 것이다. 그런 다음 토트넘 동료들이 있는 쪽을 향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난해 11월 올랭피크 마르세유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맞대결에서 안와 골절상을 당한 손흥민은 특별 제작한 마스크를 착용한 채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 나섰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어시스트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마스크 영향인지 볼 터치, 드리블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평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뛰어 본 경험자들은 '깜깜한 방에서 물건을 찾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날도 평소의 손흥민이라면 쉬이 상상하기 어려운 볼터치 실수가 나왔다. 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 마스크를 벗어 사이드라인 밖으로 던져버렸다. 손흥민은 남은 70분여를 마스크를 벗은 채로 뛰었다. 부상 복귀 후 마스크를 벗고 뛴 건 이날이 처음이다.
'마스크 프리' 상태에서 시야를 확보한 손흥민은 조금 더 활발한 모습이었다.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리는가 하면, 하프라인 부근에서 과감한 돌파를 시도하다 뺏기기도 했다. 후반 해리 케인을 향한 침투 패스는 다소 길었으나, 케인의 위치를 확인한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다. 비록 이날 침묵하며 리그 8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을 끊지 못했지만, 월드컵 이후 소속팀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6일 브렌트포드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소극적 플레이가 줄어들었다.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활약. 팬들 사이에서 부상 재발 우려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손흥민은 "괜찮았다"며 통증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투혼에도 팀의 경기력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토트넘은 전반 손흥민의 직접 프리킥 외에는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20일 맨유전 이후 리그 6경기만에 무득점을 한 토트넘은 고질적인 선제실점 습관이 도지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상황에서 후반 5분만에 에밀리아노 부엔디아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더글라스 루이스의 중거리 슛을 토트넘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부엔디아에게 리바운드 슈팅 기회를 내줬다. 요리스의 '실점 직결 실수'로 처리됐다. 리그에서 7경기 연속 선제실점한 토트넘은 후반 28분 루이스에게 한 골을 더 헌납하며 7경기 연속 멀티실점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썼다. 토트넘이 리그에서 7경기 연속 멀티실점한 건 손흥민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8년 11월 이후 34년여만이다. 해당 7경기에서 단 2승(1무4패)에 그친 토트넘은 4위 탈환에 실패했다. 5위 토트넘(17경기)이 30점, 4위 맨유(16경기)가 32점이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의 표정은 시종 어두웠다. 추가실점 장면에선 마른 입술에 침을 적셨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엔 자포자기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이내 고개를 떨궜다. 팬들은 과거 사례를 토대로 '콘테 감독이 팀을 떠나고 싶을 때 짓는 표정'이라고 분석했다. 콘테 감독은 "5위에 머무르는 게 최선일 수도 있겠다. 지난시즌 4위권에 진입한 건 기적이었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현지 매체는 콘테 감독이 1월 이적시장에서 최근 부진을 선수 뎁스 부족으로 연결지어 다니엘 레비 회장에게 선수 영입을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콘테 감독은 실제로 '창의적인 선수'가 부족하다며 원하는 선수상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손흥민은 "팀이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빨리 회복해서 수요일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5일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경기를 치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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