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한달…10곳 중 4곳 불참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와 세종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됐지만, 아직 대상 매장 10곳 중 6곳만 참여하는 등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
2일 제주도에 따르면 '전국에 매장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세종·제주 가맹점'에 적용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인 제주도내 매장은 467곳(다회용컵 이용 매장 포함)이다.
이 중 다회용컵 전용 매장 118곳을 포함해 현재 280곳(60%)이 보증금제를 이행하고 있고, 나머지 187곳은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도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매장은 대부분 아메리카노 1천500원 등 저렴한 가격대에 테이크아웃 위주로 운영되는 곳이다.
이들 매장은 일부 지역에서 프랜차이즈점만을 대상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하고 있는데 보증금제 시행으로 음료값을 300원 올린 것처럼 인식돼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한 제도에 대해 고객에게 설명하고 불편에 응대하는 것은 물론 바코드 스티커 부착과 보증금 반환 등 제도 시행에 따른 부담이 결국 매장 몫이 된다고 지적한다.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는 제도 시행에 앞서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어 "열악한 영세 점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보증금제 시행을 거부한다"며 "전국적으로 동시에 제도를 시행해야 하며,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대상을 확대해 형평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8일 제411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현지홍 의원은 환경부의 보증금제 일방적 시행에 유감을 표명하며 제도의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현 의원은 "환경부가 (미이행 매장에 대한) 과태료 등 행정명령을 얘기하면 제주도가 똘똘 뭉쳐서 막아야 한다. 원해서 시범지역이 된 것이 아니라 환경부 독단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며 "고금리, 고물가로 힘든 시기에 과태료 등으로 점주들을 더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반응은 제각각이다.
번거롭고 귀찮아 일회용컵을 반환하지 않고 보증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게 됐다는 소비자도 생겨났다.
김모(34)씨는 "다회용컵은 보증금이 더 비싸서 아깝기도 하고 재사용되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반납을 잘 하는데, 일회용컵은 보증금을 포기하고 버린 적도 많다"고 말했다.
박모(36)씨는 "컵 반납과 보증금 환급이 번거롭고 어느 매장이 보증금제 대상인지 일일이 파악하기도 귀찮아서 텀블러를 챙겨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황모(62)씨는 "안내문만 보고는 무인 회수기로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 어려워서 딸에게 휴대전화 앱을 설치해달라고 해서 방법을 배웠다"고 전했다.
환경부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소비자가 편리하게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매장 외 공공반납처를 확대하고, 보증금제 참여 매장에는 무인 간이회수기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제주에는 현재 주민센터, 재활용도움센터, 렌터카업체 사무실, 시외버스터미널, 제주항 여객터미널, 제주올레 안내소 등 48곳에 공공반납처가 마련됐으며 보증금제 참여 매장에 무인 간이회수기도 180여대가 설치됐다.
도는 보증금제 미이행 매장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환경부와 협력해 이행 매장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달 26일 보증금제를 이행 중인 제주시 아라동의 커피전문점과 직접 컵 반납과 보증금 반환을 해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오 지사는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앱 설치, 컵 회수·보관, 도민 공감대 형성 등 여러 고려 사항이 있지만 제주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동참해줘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제도 이행의 불편과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결제했다가 나중에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도록 한 제도로, 지난해 12월 2일부터 제주와 세종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애초 지난해 6월 10일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가맹점주 반발 등으로 시행이 유예되고 시행지역도 축소됐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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