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예산 3조4406억 발목 '어쩌나'…청년소득 30억 볼모
성남시의회 여야가 년기본소득 예산편성 문제로 회기종료(2022년 12월31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남시는 10년 만에 준예산 체제로 돌입, 올해 각종 민생사업은 물론, 신규 사업 추진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당장 2일부터 시작되는 '겨울방학 대학생 행정체험 연수사업'이 연기됐다. 시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사업비 2억4000여만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2일 시청 4층 회의실에서 비대면으로 입장문을 통해 즉시 임시회를 소집해 2023년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신 시장은 "시 집행부는 한정된 재원의 적재적소 활용을 위한 재정혁신 TF(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하고 연례적·반복적·낭비성 예산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3조 4406억 1700만원의 예산안을 편성해 지난달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시의회는 청년기본소득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며 12월 31일까지도 2023년도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아 시는 준예산 상황을 맞게 됐다"며 "30억원에 불과한 청년기본소득 예산을 볼모로 3조4406여억원 규모의 2023년 예산안 전체를 발목 잡는 것은 정치적 이익만을 관철시키고자 시민의 민생을 포기하는 명백한 직무유기 행위"라고 의회를 비판했다.
신 시장은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의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금액 역시 충분치 않아 정작 도움이 필요한 대다수의 청년들이 실질적인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대형학원, 온라인 교육 등에는 사용할 수 없는 등 정책설계부터 잘못되어 있다"고 전한 뒤 "청년의 복지향상과 취업역량 강화라는 사업 취지가 무색하고 시는 이러한 청년기본소득의 문제점을 짚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매년 증가하는 자격증 응시료와 수강료를 지원해 취업역량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청년취업 올패스'사업을 위한 예산을 2023년도 예산안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남시는 성남시의회가 즉시 임시회를 소집해 2023년 예산안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번 준예산 사태로 인해 성남시는 부득이하게 2023년도 예산안 의결 시까지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법령이나 조례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과 법령 또는 조례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에 한해서만 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준예산 사태는 성남시가 조례가 있는데도 청년기본소득 예산 30억원을 편성하지 않은 것이 발단이 돼 빚어졌다.
시의회 민주당은 청년기본소득 예산의 추경 편성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청년 취업 올 패스' 사업 예산 삭감에 반발하며 여야가 정면충돌, 지난달 14일 이후 상임위 예산 심사가 전면 중단됐다.
이후 시가 청년기본소득 예산 편성을 담은 수정예산안 제출 의사를 밝히고 박광순 시의회 의장이 회기일정을 지난달 31일로 하루 더 연장해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국민의힘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예산안 처리가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안 처리가 불발로 끝난 성남시는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준예산 체제로 돌입한다.
준예산 체제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법정 경비만 집행한다.
이는 법과 조례로 정한 기관·시설 운영비, 의무지출 경비, 계속 사업비 등에 한정된 법정 경비만 집행되며, 각종 지원금과 신규 사업비는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시는 올해 공공근로 사업, 노인 소일거리 사업, 아이돌보미 일자리 사업,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에 대해 예산을 집행 할 수 없게 됐다.
또 주민센터와 청소년수련관 강좌, 임대아파트 공동전기료, 경로당 운영비, 학교무상급식, 우수농산물 식재료비 지원과 노인맞춤 돌봄서비스, 소상공인 특례보증 출연금 등 민생예산도 줄줄이 차질을 빚게됐다.
성남시는"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이러한 준예산 사태가 민생과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 시민 여러분의 안전을 위협하고, 충분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매우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올해 불가피하게 준예산 체제로 시작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성남시의회를 설득해 이번 준예산 사태가 조기에 해소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성남=김동우 기자 bosun199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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