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만든 ‘힘의 재분배’···KBO리그에 ‘흥행 선물’ 될까

안승호 기자 2023. 1. 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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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뒤 기뻐하는 한화 선수들. 한화 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LG는 지난해 말 소속팀 FA(자유계약선수)이던 채은성(한화)·유강남(롯데)과의 잔류 협상을 주도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 처음 적용되는 ‘샐러리캡’에 발이 묶인 탓이었다. 채은성은 한화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고도 프로 데뷔 뒤 정이 깊게 든 LG 유니폼을 쉽게 놓지 못했고, LG로부터 최종적인 답을 들은 뒤에야 이적을 공식화했다.

샐러리캡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LG가 소속팀 FA 2명을 모두 떠나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LG는 비슷한 과정을 거쳐 포수 유강남과 작별하면서는 또 다른 FA 포수 박동원을 영입해 공백을 메웠다. 두 포수 몸값만 보자면 4년 총액 기준으로 15억원을 덜 들였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과거의 겨울과는 완전히 다름 흐름으로 전개됐다. 샐러리캡이란 괴물이 스토브리그 환경의 핵심 화두로 등장했다. 여기에 구단별 예산 집행의 최종 결정권자인 구단주가 단장 또는 사장처럼 전력 구성의 전면에 나서 거물 영입에 나섰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FA 시장을 통해 NC에서 두산으로 유턴한 포수 양의지이다.

스토브리그 환경을 흔든 또 다른 주체는, 최근 몇 년 사이 바닥권에 머문 한화와 롯데였다. 몇몇 구단이 샐러리캡에 스토브리그 움직임이 둔해진 사이 성적 향상을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두 구단의 의지가 결과로 나타났다.

리빌딩과 프로세스 등의 ‘구호’와 ‘과정’을 통해 점차로 결과를 내려던 두 구단은 새 시즌을 앞두고는 조금 더 실용적인 전략으로 빠르게 성적을 내는 길을 선택했다. 한화가 채은성뿐 아니라 SSG에서 FA로 나온 이태양을 유턴시켰고, 롯데가 유강남과 더불어 NC 출신 FA 노진혁을 영입하면서 눈에 보이는 전력 보강을 했다. 여기에도 구단주의 의지가 녹아들었다.

샐러리캡과 구단주의 의지 그리고 약팀들의 방향 전환. 이들은 이번 스토브리그의 환경을 바꾼 키워드들이다.

KBO리그 원년 이후 가장 자연스럽게 구단별 힘의 재분배가 이뤄지고 있는 겨울로도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정규시즌 1위 SSG가 승률 0.629, 2위 LG가 승률 0.613로 내달리는 사이 최하위 한화는 승률 0.324로 무너졌다. 박진감 넘치는 순위싸움을 하는 구단과 그렇지 않은 구단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컸다.

이상적인 구조라면, 선두팀은 승률 6할 미만, 최하위팀은 승률 4할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팀별 틈이 촘촘해져 시즌 후반까지 순위싸움 스토리가 늘어나게 된다.

다만 선두팀이 5할대 승률을 기록하고, 최하위팀이 4할대 승률을 올리며 시즌을 마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2004년 현대가 승률 0.586으로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치고, 롯데가 승률 0.410으로 최하위인 8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뒤로는 한 번도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굉장한 변수가 따로 등장하지만 않는다면 위·아래가 매우 가까운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고 이제 겨우 600만 관중을 다시 넘어서 프로야구에는 ‘큰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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