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 경험자 7%가 ‘극단 선택 고민’···직장 내 괴롭힘 여전히 심각

조해람 기자 2023. 1. 2. 13: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Pixabay

직장인 A씨는 새 팀에 배정받은 뒤 ‘왕따’가 됐다.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했을 뿐인데 상급자는 “팀에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동료들도 대놓고 무시하는 등 A씨를 따돌렸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A씨는 우울증을 앓았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A씨는 “친구의 도움으로 살았지만 회사를 더 다니기 어려울 만큼 힘들다”고 했다.

한국 직장인 10명 중 3명이 2022년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 경험자 5명 중 1명은 회사를 그만뒀고,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진행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8.0%는 ‘2022년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 2~3항)’ 시행 직후인 2019년 9월 조사 응답치인 44.5%에서 16.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44.6%로 2019년 9월 조사(38.2%)보다 6.4%포인트 올랐다.

경향신문 일러스트

괴롭힘 경험자 중 22.1%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은 비정규직(34.5%), 20대(32.0%), 여성(30.6%)이 정규직(13.4%), 50대(15.9%), 남성(15.4%)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47.4%로 대기업(11.3%)의 4배가 넘었다.

괴롭힘 경험자 중 7.1%는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응답 역시 5인 미만(15.8%), 20대(14.0%), 비정규직(10.3%)이 대기업(3.2%), 50대(2.9%), 정규직(4.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괴롭힘으로 인해 받은 영향(중복응답)은 ‘근로의욕 저하 등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다’가 52.5%로 가장 높았다.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느꼈다’가 45.0%,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인 건강이 나빠졌다’가 36.4%, ‘직장 내 대응 처리절차 등에 대해 실망감을 느꼈다’가 25.4%로 뒤를 이었다.

괴롭힘 경험자 73.2%가 괴롭힘을 당하고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답했다. ‘항의했다’는 23.2%였고, ‘회사 또는 관계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6.8%에 그쳤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68.4%),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1.2%) 등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 일러스트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37.1%로 가장 높았다. ‘사용자(대표·임원·경영진)’가 26.1%, ‘비슷한 직급 동료’가 18.9%였다.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6.8%),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3.9%) 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받지 않는 행위자들도 상당수였다.

직장인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모든 일터에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92.3%로 나타났다. 간접고용·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등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94.7%가 동의했다.

직장갑질119는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약자를 위한 법치주의’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갑질금지법 적용 범위 5인미만·원청갑질 확대, 조치의무 위반·보복갑질 엄중 처벌, 직장갑질 예방교육 의무화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