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상의 과학 문화재···조선의 천문도·해와 물 시계에 담긴 이야기
‘앙부일구’ ‘자격루’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등 국보·보물 등 45점 선보여
관람객 이해 높이는 전시기법···한 걸음 다가오는 조선의 과학문화재
조선시대 왕실 유물을 보존·연구·전시하는 국립고궁박물관의 상설전시실 중 하나인 ‘과학문화실’이 최근 새롭게 단장됐다. 다양한 과학문화재 가운데 천문 관련 문화재를 중심으로 특화한 상설전시로 평소 이해가 어렵던 천문 관련 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를 보다 쉽게 알아보자는 취지다.
하늘의 여러 현상을 살피는 천문 연구는 조선시대에 제왕학이라 불릴 정도로 왕의 중요한 책무이자 통치행위였다. 왕의 통치가 하늘의 뜻에 따른 것임을 드러내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천문을 보다 정확히 읽어내 역법과 절기·날짜·시간을 정하고 또 백성에게 알리는 일은 일상생활은 물론 농업생산성 확대에도 매우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갖가지 첨단기기들이 개발됐고 특히 해시계 ‘앙부일구’, 자동시보 장치의 물시계인 ‘자격루’, 강우량 측정기구인 ‘측우기’ 등 조선의 독창적인 과학문화재도 많이 탄생했다.
재단장한 과학문화실은 마치 기획전처럼 ‘관상수시’(觀象授時·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해 절기·날짜·시간 등을 정하고 알리는 일)란 주제 아래 구성됐다.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 ‘창덕궁 이문원 측우대’ 등 국보 3건과 ‘앙부일구’ 등 보물 6건을 포함해 모두 45건의 과학문화재가 선보인다. 이들을 통해 조선의 통치이념과 천문의 관계, 왕실이 벌인 천문 사업과 그 성과물인 각종 기기의 의미·작동원리는 물론 관상수시의 전모를 살펴본다.
전시실에서 관람객 눈길을 가장 끄는 곳은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이 있는 별도 공간이다. 이 공간에는 1395년(태조 4년) 고구려의 천문지식을 수정·보완해 비석 모양의 큰 검은 돌에 별자리 지도를 새겨놓은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국보)과 이 각석이 닳아 희미해지자 1687년(숙종 13년)에 똑같이 새긴 ‘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보물)이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중국 송나라의 ‘순우천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것으로, 갖가지 별자리와 모두 1467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조선 과학문화재를 대표할 만한 중요 유물이지만 그동안 내용이 잘 보이지 않고 이해가 어려워 관람객의 외면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별자리 등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실감영상·각석 투사영상을 상영하고, 입구에 관람객 참여형 정보영상도 마련했다.
강우량 측정기구 ‘측우기’의 받침대인 ‘창덕궁 이문원 측우대’도 있다. 측우기는 세종 당시인 1442년 농업에 활용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이후 꾸준히 제작됐으나 현존하는 조선시대 측우기는 1837년에 제작된 것 1기만 남아 있다(기상청 소장). 측우대도 단 4기만 남아 국보·보물로 지정돼 있다.
‘창덕궁 이문원 측우대’는 그중 하나로 1782년(정조 6년) 제작해 창덕궁 규장각의 부속건물인 이문원 앞에 설치한 측우기 받침대다. 일제강점기에 측우기·측우대가 경성박물관으로 옮겨졌다가 한국전쟁 때 측우기는 없어지고 측우대만 남았다. 측우대 4면에 측우기 제작 경위 등을 새긴 글이 남아 있어 귀중한 역사적·학술적 자료다.
전시실에는 이외에도 해시계 ‘앙부일구’ ‘지평일구’, 왕권의 상징물로 여겨진 천체 관측기구인 ‘혼천의’ ‘일성정시의’, 통치자를 상징하는 북두칠성과 28수 별자리를 칼에 새긴 ‘인검’, 천문학서인 <천문류초>, 역서인 <칠정산>(내·외편)과 책자형 달력인 ‘대통력’, 천문사업 담당기구인 ‘관상감’ 관련 유물 등도 만날 수 있다.
조선 중종 때 제작한 자격루의 부속품들인 ‘창경궁 자격루 누기’(국보)도 선보인다. 아쉽게도 현존하는 온전한 자격루는 없다. 고궁박물관 임경희 학예관은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혼천의·측우대·앙부일구·자격루의 물받이통 등 4개 유물은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모형도 두고, 측우대 전시 공간에서는 빗소리를, 자격루에서는 시각을 알리는 북·종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며 “정보 영상과 안내물을 활용하면 보다 즐겁게 과학문화유산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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