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팬·고객경험·고객몰입…' 복합 위기에 재계 총수들 '고객' 외쳤다
혁신·위기의식·신사업·경영악화극복 한목소리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재계 총수들이 계묘년 새해를 맞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고객 관리를 통한 이른바 '신뢰경영'을 화두로 제시했다. 고객, 소비자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고객 가치를 높여야 경제 상황이 제자리를 찾았을 때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혁신을 통해 신사업 동력을 지켜내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도모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에 "이제는 기업에게도 '관계'가 중요한 시대로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지가 곧 나의 가치"라며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관계의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의 크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이란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찐팬', '이해관계자' 등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팬덤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계 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신년사를 낸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고객 관리'를 앞세웠다. 구 회장은 "2023년은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찾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며 "모든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고객 감동을 키워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2019년 취임 이후 신년사에서 줄곧 '고객'을 강조해 왔다. 2021년엔 고객 초세분화(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지난해엔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새해 필승 전략으로 '고객몰입경영'을 선포했다. 조 회장은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활동을 진화시켜 고객몰입경영으로 나아가야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고객 몰입(Customer Obsession) 경영은 경영전략·관리시스템·조직문화·리더십 등 경영활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가장 중심인 경영을 뜻한다.
주요 기업의 총수들은 내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기술력과 적극적인 투자에 집중하는 경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더욱 거친 경영 환경이 예상되지만 미래 선점의 기회를 찾자"며 "기회 확대가 뚜렷하게 예상되는 분야에서 누구보다 앞서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사업 경험과 기술력 우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 권오갑 HD현대그룹 회장도 '기술'을 강조하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중요한 핵심 가치"라고 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 그룹 구성원들의 위기의식, 변화와 도전을 비롯해 혁신이 필요하고 신사업 발굴도 이어가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영구적 위기의 시대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한다면 올해가 '새로운 롯데'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은 필수 불가결하며 회사를 성장하게 하는 열쇠 또한 혁신하는 용기다"라고 했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혁신'을 재차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대외 여건 속 새로운 도전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김 회장은 "위기가 더 큰 기업을 만든다는 것을 지난 역사를 통해 증명해온 만큼 멈추거나 움츠러들기보다는 내일을 꿈꾸며 '백년 한화'를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위기 극복의 지혜와 기업의 생존이 자발적으로 혁신하는 현장의 인재들에게 달려있다"며 "투자와 혁신의 씨앗을 연결하고 성장시켜 신사업으로 발전시키는 한 해를 만들자"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위기의식은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주는 고마운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한다. 레이더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위기를 포착하고 대응하는 데 빈틈이 없어질 것"이라며 위기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오는 3일 오프라인 신년회를 열고 직접 신년사를 발표한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대면 신년회가 열리는 것은 2020년 이후 3년 만이며 본사가 아닌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신사업의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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