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신년인사회 “기득권 저항에 무너지면 번영 어려워”···민주당은 지방 일정으로 불참
윤석열 대통령이 2일 5부 요인 등 국가 주요 인사 200여명과 함께 한 신년인사회에서 ‘기득권 타파’와 ‘3대 개혁’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은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하는 길이고 국민께서 우리에게 이를 명령하셨다”면서 “기득권의 저항에 쉽게 무너진다면 우리의 지속가능한 번영도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기득권은 대선 전부터 언급해 온 ‘이권 카르텔’과 유사한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대기업 중심 거대 노조, 시민단체, 전 정권 등을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해왔다. 윤 대통령은 전날 신년사에서도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3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직무·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3대 개혁을 앞세워 거대 노조를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같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제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폐단을 신속하게 바로잡고, 우리 모두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겠다”면서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3대 개혁과 기득권 타파를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고 또 지금의 번영을 이끈 자유와 연대, 인권과 법치의 기반을 더욱 확고히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체계의 약화, 기술 패권경쟁의 심화 그리고 지정학적 갈등으로 세계적으로 블록화가 심화되고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 됐다”면서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외교·통상·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의 뒷받침이 촘촘하게 이뤄지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우리 헌법 가치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익을 지키는 일이고,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주도 시장 중심’ ‘가치에 기반한 연대’ 등 지난해 집권 이후 꾸준히 반복해서 언급했던 윤 정권의 ‘핵심 키워드’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표 국회의장·김명수 대법원장·유남석 헌법재판소장·한덕수 국무총리·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비롯해 입법·사법·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대통령실 참모진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약 40분간 진행된 행사에서 헤드테이블에서 5부 요인들과 덕담을 나눴다. 윤 대통령 신년 인사에 이어 건배 제의를 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개헌과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스를 들고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라는 건배사를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9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소속 의원 115명 중 해외 출장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여당 의원이 참석한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신년인사회 참석 후 윤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페이스북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방 일정을 이유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1박2일의 부산·경남 일정에 들어갔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이날 부산시당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2일에 행정안전부에서 신년인사회 초청 메일이 저희 대표메일로 접수가 됐다”면서 “다른 일정이 있어서 참석이 불가하다는 내용으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야당 지도부를 초청하면서 전화 한 통 없이 e메일을 ‘띡’ 보내는 그런 초대 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개인적인 의견으로 덧붙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인편으로도 초청장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안부 의전 담당에서 민주당 대표실과 원내대표실 쪽에 초청 메일을 먼저 보냈고, 이후 인편으로도 보냈다”면서 “민주당뿐 아니라 모든 초청 대상에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야당 대표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 대표는 자필 편지와 함께 지난해 12월25일 타계한 조세희 작가의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윤 대통령에게 선물하며 ‘법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의 정의’를 우선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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