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은 결국 신박한 사랑이야기,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 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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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존재가 겹쳐진 ‘환혼’, 그래서 다채로워진 관계의 묘미

[엔터미디어=정덕현] 이건 무협일까 판타지일까 멜로일까.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환혼2>는 장르적으로 다양한 색깔들을 갖고 있다. 사극처럼 보이지만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대호국을 배경으로 하는 무협물에 가깝고, 얼음돌이니 화조니 하는 갖가지 신물들이 등장하고 술법으로 혼을 바꾸는 '환혼술' 같은 요소가 들어 있는 판타지가 더해져 있다. 그런데 이처럼 화려한 외형들을 떼놓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궁극적으로 '사랑이야기'인 멜로에 방점을 찍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결국 <환혼>은 사랑이야기다.

무협과 판타지 장르가 가진 독특한 세계관의 맛과 액션들을 기대한 시청자들이라면, <환혼>이 결국 멜로라는 사실에 어쩌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멜로라는 장르가 담기 마련인 사랑이야기는 수천 년을 이어온 스테디셀러다. 멜로라고 하면 어딘가 식상하게 여기게 된 건, 그 사랑이야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다루는 방식이 새롭지 않아서라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세기동안 너무 많이 등장한 멜로와 사랑이야기는 새롭게 하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다.

<환혼>은 그런 점에서 보면 무협과 판타지가 더해져 색다른 전개를 보여주는 멜로이고 사랑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환혼>에는 세 존재가 겹쳐진 인물이 등장한다. 진요원의 첫째 딸 진부연과 희대의 살수 낙수 그리고 하녀 무덕이는 한 인물로 겹쳐져 있다. 파트1에서는 위기에 처한 낙수(고윤정)가 환혼술을 써 그 혼을 무덕이(정소민)의 몸에 깃들게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무덕이와 장욱의 관계는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육신(무덕이)과 그 안에 깃든 혼(낙수)이 겹쳐짐으로써 다양하게 그 권력관계를 뒤바꾸며 변주된다. 주종관계와 사제관계를 넘나드는 것. 그러면서 두 사람은 점점 연인관계로 바뀌어간다. <환혼>이라는 사랑이야기는 그래서 이러한 판타지 장치들을 통해 훨씬 신박하게 변주하는 맛을 낸다.

파트2에서는 육신과 혼에 더해진 '기억'이라는 또 다른 장치를 더함으로써 이 관계를 또 변주한다. 경천대호에 뛰어든 무덕이(혹은 낙수)가 진요원의 첫째 딸 진부연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엄마 진호경(박은혜)의 부탁에 의해 이선생(임철수)이 되살려내는데, 그 과정에서 무덕이의 육신의 껍질 벗겨지고 낙수의 육신으로 변하고, 그러면서 모든 기억이 지워진다는 장치를 통해 장욱과 진부연(혹은 무덕이, 낙수)의 관계가 또 변주된다.

기억을 잃은 진부연이 장욱을 만나면서 낙수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 진부연은 처음에는 부정하지만 그 기억이 결국 자신의 기억이라는 걸 알게 되고, 장욱은 무덕이를 그리워하며 그 누구도 곁에 들이지 않으려 하지만 점점 진부연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그에게서 낙수(무덕이)의 면면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낙수는 결국 진부연의 기억이 그 혼을 다 차지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기억은 사라질 거라는 걸 알게 된다.

파트2에서 무덕이와 낙수의 기억들을 모두 가진 진부연이라는 존재는 그래서 장욱과 서율(황민현) 사이에서의 독특한 삼각관계를 만들어낸다. 장욱과는 무덕이 시절로 얽힌 관계가 기억을 통해 새록새록 피어나지만, 서율과는 과거 낙수 시절에 얽힌 관계가 떠오르는 것. 물론 진부연은 장욱과 사랑에 빠지고, 서율은 그런 사실을 알고는 사랑과 우정을 위해 물러나주는 모습을 보이지만.

<환혼>은 결국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환혼술이라는 장치를 활용함으로써 사랑이야기를 좀 더 확장해서 보게 해준다. 우리가 사랑을 한다면 그건 육신일까 아니면 그 안에 깃든 영혼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둘 사이에 만들어진 기억일까. 육신을 바꾸며, 그래서 혼이 바뀌고 또 기억도 사라졌다 되살아나는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환혼>은 묻고 있다. 과연 당신의 사랑은 어떤 것인가를. 그리고 이건 단지 사랑의 차원이 아닌, 타인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결국은 사랑이야기지만, 관계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사랑이야기 아닌 게 어디 있으랴. 다만 얼마나 새로운가가 관건일 뿐.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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