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한국 더 괴롭힐 ‘불만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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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외교협회(CFR)는 지난해 12월 20일 미 외교 당국자들이 2023년 가장 많은 시간·에너지를 쏟게 될 핵심 현안 5가지를 제시했다.
미국의 새해 대외 현안을 다룬 CFR 보고서가 눈길을 끈 것은 이란 혼란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한국 외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당면할 주요 난제들이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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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미국외교협회(CFR)는 지난해 12월 20일 미 외교 당국자들이 2023년 가장 많은 시간·에너지를 쏟게 될 핵심 현안 5가지를 제시했다. 1921년 설립된 CFR는 외교 전문 초당파 싱크탱크다. 먼저 눈에 띈 현안은 북한을 비롯해 중국·러시아·이란 등 권위주의 세력의 연대다. CFR는 미국 우위·서구 영향력에 분개한 이들 국가를 ‘불만의 축’(the Axis of the Aggrieved)으로 명명하고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로켓·포 등을 지원한 사실을 거론하며 “중·러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도 새해 직면할 현안으로 지목됐다. CFR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통일을 다짐하며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았다며 전면 침략 가능성과 함께 대만의 방어력을 반복적으로 탐색·압박하는 ‘그레이 존’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이에 따른 동맹·파트너 국가 간 긴장도 핵심 현안이다. CFR는 ‘경제정책을 두고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 간에 새 분열 전선이 생겨났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 법 등을 언급했다. 에너지·식량 위기 등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이란의 혼란 등도 새해 주목할 대외 현안으로 손꼽혔다.
미국의 새해 대외 현안을 다룬 CFR 보고서가 눈길을 끈 것은 이란 혼란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한국 외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당면할 주요 난제들이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이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포함해 2019년(27발)의 2배가 훨씬 넘는 역대 최다인 65발 미사일을 쏘고 핵무력 법제화로 핵 선제공격까지 시사했지만 ‘불만의 축’ 국가들의 연대 탓에 유엔 추가 제재는커녕 규탄성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 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이 중요하다’ 등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유사시 구체적 역할에 대해서는 중국을 의식해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IRA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 역시 해법을 찾기 어렵다.
새해 한국 외교가 직면한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엄중하다.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북한 7차 핵실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더 확고해진 불만의 축 때문에 국제사회의 일치된 압박·대응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 주석의 세 번째 5년 임기 시작과 대중국 강경 기조인 공화당의 미 하원 장악으로 대만을 무대로 한 미·중 긴장도 가일층 고조될 게 뻔하다. 그나마 믿을 구석이라 여기는 대미 관계 역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2024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공화당은 물론 ‘예의 바른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역시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제2, 제3의 IRA를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가 택할 선택지는 결국 ‘기본에 충실하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을 기초로 철저하게 국익이라는 원칙·기준을 지키면서도 불필요한 마찰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 중심으로 예·복습을 철저히 했다’는 수능만점자 인터뷰처럼 중요한 건 외교 당국자들의 실력과 현장에서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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