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물가보다 경기 활성화가 우선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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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5%대 인플레와 역성장의 불경기, 즉 스태그플레이션 함정에 빠졌다고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고 앞으로 갈수록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인플레와 실업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낮은 인플레를 선택해야 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정치경제적으로 보면 경기 활성화와 낮은 실업률이 확실히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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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 연말에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전 산업 생산증가율이 5월 7.1%(전년 동기 대비. 이하 같음)에서 11월 0.6%로 떨어졌고, 제조업 생산은 같은 기간 7.9%에서 -3.8%로 악화했으며, 서비스업 생산은 7.4%에서 2.6%로 확연히 둔해졌다. 이런 추세라면 역성장 굴레 속으로 떨어질 건 분명하다. 경기만 나쁜 게 아니다. 인플레이션도 당분간 5%대를 유지할 게 확실하다. 5%대 인플레와 역성장의 불경기, 즉 스태그플레이션 함정에 빠졌다고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고 앞으로 갈수록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이 난국을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
경제학에는 인플레와 실업률(또는 불경기) 사이에 단기적 역관계를 의미하는 필립스 곡선이란 게 있다. 인플레를 낮추려면 실업이 늘거나 불경기를 감수해야 하고, 거꾸로 경기를 살리거나 실업률을 낮추려면 인플레를 감수해야 함을 의미하는 곡선이다. ‘필립스 커브’는 낮은 인플레와 낮은 실업률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음을 가르쳐준다. 인플레와 실업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낮은 인플레를 선택해야 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정치경제적으로 보면 경기 활성화와 낮은 실업률이 확실히 먼저다.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는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다. 낮은 인플레를 성취하는 것보다 낮은 실업률을 달성하는 게 훨씬 빠르고 쉽다. 둘은 입맛이다. 인플레를 낮추는 처방전, 즉 금리 인상이나 재정 긴축이나 구조조정 같은 정책은 입에 쓰고 독하지만, 실업률을 낮추는 첩약은 감초처럼 입에 달콤하고 통증이 별로 없다. 셋은 표(票)다. 인플레율을 낮추면 얻게 되는 개개인의 득은 아주 작지만, 실업률이 낮아지면 얻게 되는 득은 매우 크고 강렬하다. 그러므로 정치적으로 보면 낮은 실업률을 지향하는 쪽이 훨씬 강력한 득표력을 발휘한다.
인플레의 최종 책임자는 한국은행이고, 실업률 및 경기의 최종 책임자는 정부다. 한은과 정부가 서로 협의하고 정책 조율을 하겠지만, 국가적 정책 선택도 실업률 저하, 즉 고용 창출과 경기 활성화에 먼저 방점이 찍혀야 한다. 만약 인플레 감축에 먼저 방점을 찍는다면 공공요금은 못 올리고 금리는 더 올려야 하며 재정 긴축은 더 강화되면서 경기는 더 나빠지고 실업률은 더 올라가야 한다. 이런 선택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가능하지가 않다. 큰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먼저 경기를 살리고 실업률을 낮추는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나 문재인 정부처럼 재정을 마구 쏟아부을 수는 없다. 재정 건전성도 나빠지지만, 인플레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결국, 해답은 규제 혁신과 수출 경쟁력 혁신을 통해 경제도 활성화하면서 덤으로 인플레도 잡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정책의 주돛(mainsail)을 규제 혁신과 수출 5대 강국 건설에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한은의 인플레 정책을 외면하자는 건 아니다. 금리 인상이라는 정책 수단을 적절히 사용하되 주돛보다는 보조돛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과도한 금리 인상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 진전 상황을 고려한 절제된 금리 인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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