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언성히어로’ 김문환 “2022년은 ‘중꺾마’, 올해는 ‘중변마’가 될겁니다”
지난해 12월 막을 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이룬 성과 속에서 사람들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나폴리), 조규성(전북), 이강인(마요르카) 등 몇몇 선수의 이름에 집중한다.
김문환(28·전북)은 그런 점에서 꽤 과소평가 받고 있다. 이번 대회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까지 4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뛴 필드플레이어는 딱 2명. 한 명은 손흥민,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바로 김문환이다. 김문환은 브라질과 16강전에서 순간 최고속도 34.8㎞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이 기록한 가장 빠른 속도였다. 백업이 홍철(대구)뿐이었던 왼쪽 풀백과는 달리 윤종규(서울), 김태환(울산) 두 명이나 백업이 있었음에도 파울루 벤투 감독은 김문환을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신뢰도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김문환은 월드컵이 끝난 후 병역특례를 위한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 어떤 해보다 일정이 더욱 빡빡했던 2022년, 김문환은 그 마지막까지 쉼없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30일 경기도 안성에서 만난 김문환은 “월드컵 이후에 휴식을 조금 취했다. 그러고나서 봉사활동 을 계속 하고 있다”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이후 잠깐 쉰 것이라고는 아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것이 전부다. “원래는 4박5일 일정이었는데 눈이 많이 와서 결항이 돼 한 5~6일 정도 쉬었던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축구팬들이 한겨울 추운 날씨 속에서도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목청껏 응원을 했던 그 때, 열사의 땅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볐던 김문환은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김문환은 “국민과 선수, 스태프들이 모두 하나가 된 월드컵이라고 생각한다”며 “워낙 세계적인 선수들과 상대를 했음에도 경기를 할 때는 나도 자신감이 있어야 경기력이 좋아진다고 생각했다. 정말 후회없이 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생애 첫 월드컵에서, 김문환은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김문환은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경험을 이번에 했다. 월드컵에 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경험인데,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브라질과 16강전은 전반에 너무 많은 실점을 해서 아쉽다. 그래도 월드컵 전체를 본다면 후회없이,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고 털어놨다.
월드컵이 끝난 후 기록들이 조명되면서 김문환의 가치도 재평가받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이 적다. 원체 앞으로 나서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적은 관심이 서운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김문환은 “서운함 같은건 정말 없다. 내 자리에서 묵묵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것이라 생각한다”며 “예전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가끔 가다 알아봐줬다면, 지금은 많은 분들이 보자마자 ‘월드컵 너무 잘봤다’, ‘고생했다’ 같은 말들을 많이 한다. 기분이 참 좋다”고 말했다.
1995년생인 김문환은 4년 뒤 북중미 월드컵이 열릴 즈음이면 서른을 넘어선다. 손흥민을 비롯한 1992년생 선수들이 이번에 그랬듯이, 김문환도 그 때 가서는 후배들에게 경험을 스스럼없이 공유해줄 수 있는 든든한 선배가 되길 바라고 있다. 김문환은 “우루과이전 때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엄청 마음이 설렜다. ‘이제 곧 시작한다’라는 마음이 들었다”며 “이번에 정말 형들한테 조언을 많이 들었고, 도움도 받았다. 내가 4년 후에도 월드컵에 출전한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그래도 만약 나가게 된다면 이번에 형들이 그랬듯, 나 또한 후배들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바쁘고 또 뿌듯했던 2022년을 뒤로 한 김문환은 이제 2023년을 바라본다. 2023년에도 2022년 못지 않게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다. 소속팀 전북의 리그 우승은 그 첫 번째고, 그 이상도 노린다. 김문환은 “아무래도 2022년에 리그 우승을 놓쳤기에 당연히 팀의 리그 우승이 첫 번째 목표다. 솔직히 우리 팀엔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트레블(3관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있을 때 트레블을 했으면 좋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월드컵 이후 세계적인 선수들과 더 많이 붙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커졌다. 이젠 유럽에 나가서 경험을 더 해보고 싶다”며 해외 진출에 대한 꿈도 숨기지 않았다.
2022년 한국 사회를 관통한 문장은 ‘중꺾마(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였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도전한 끝에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룬 김문환은 2023년에는 2022년의 절실함, 간절함 등이 변하지 않도록 또 다른 문구를 준비한다. 그는 “언제나 초심이 중요하다. 2022년에 첫 번째 목표였던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했기 때문이었다. 2023년에는 그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중변마(중요한건 변하지 않는 마음)’를 가슴에 새기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안성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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