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기 싫은 기후재앙... 재난비용만 127조 날렸다

2023. 1. 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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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크리스천에이드 작년 비용 집계
한 소년이 가뭄으로 말라버린 습지에서 배 위를 걷고 있다. [AFP]

다신 경험하기 싫을 만큼 춥다. 조금만 기억을 되돌려보자. ‘이게 겨울이 맞나?’ 싶을 만큼 따뜻했던 게 불과 한 두 달 전이다. 좀 더 기억을 더듬어보자. ‘이렇게 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폭우에 국가재난이 됐다. 그런가 하면 유례없는 가뭄에 전국이 목말라 허덕였던 때도 불과 반년 전이었다. 기록적인 산불로 울진은 여전히 검은 숲이 남아 있다.

이 모든 게 2022년 한 해에 일어났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2022년은 전 세계 곳곳에 유례없는 이상기후와 재난을 몰고 왔다. 영국의 ‘크리스천에이드(Christian Aid)’는 최근 ‘2022년 기후재난 비용 집계 보고서(Top 10 climate disasters cost the world billions in 2022)’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특히 그 피해의 비용 규모와 발생 지역에 주목했다. 다신 보고 싶지 않은, 다신 있어선 안 될 10대 뉴스다.

2월 중순 벨기에,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폴란드, 영국 등 유럽 대륙에 유례없는 폭풍이 등장했다. 시속 196km가 넘는 겨울폭풍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 기상 관측 사상 최고 속도를 갈아치웠다. 연속적으로 폭풍이 겹치면서 피해와 강도가 더 커졌다. 당시 기상학계는 강력한 폭풍이 연속적으로 나타난 게 기후변화의 영향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폭풍이 더 흔해질 것이라고 했다. 총 16명이 사망했고, 43억 달러의 피해를 일으켰다.

호주에선 홍수로 힘겨웠다. 특히, 호주 동부 지방은 연중 홍수에 시달렸다. 2월~3월에 걸쳐 쉼 없이 비가 내렸고, 퀸즐랜드주 남부 등은 불과 일주일 만에 1년치 비가 내렸다. 시드니도 하루 만에 한달치 비가 내렸고, 브리즈번은 3일 동안 800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6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최소 75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파키스탄에 폭우가 내리자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AFP]

4월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홍수가 강타했다. 48시간 동안 450mm가 내렸고, 6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당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대재앙이자 대참사”라고 토로했다. 500여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을 만큼 충격적인 폭우였다.

하지만 이들 홍수와 폭우는 여기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다. 파키스탄 홍수는 마치 성서에 나온 노아의 방주처럼 모든 걸 집어삼켰다. 1700명 이상이 숨졌고,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크리스천에이드 보고서는 이 재난의 피해액을 56억 달러로 잡았지만, 세계은행은 이 홍수로 인한 물질적·경제적 손실이 총 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최대 900만명이 홍수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홍수 이후 전염병이 창궐해 아이들이 매일 10명씩 죽고 있으며, 아이들 200만명이 학교를 못 가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 복원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지난해 8월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홍수로 주택들이 물에 잠겨 있다. [AP]

홍수는 중국에도 이어졌다. 최소 23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중국의 홍수는 경제적 피해가 막심했다. 광둥성 남부에서 발생한 홍수로 사람은 물론 공장 가동까지 중단되면서 이는 전 세계로도 여파가 이어졌다. 이때 홍수로 수위는 50년 만에 최고 수위를 기록했고, 한 연구기관에선 중국이 세계에서 홍수 위험이 가장 큰 나라일 것이란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유럽은 폭풍뿐 아니라 유례없는 폭염·가뭄에도 시달렸다. 지난 여름 유럽은 기록적으로 가장 더웠다. 세계보건기구(WHO)은 유럽 지역에서 최소 1만5000여명이 열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기상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 40도는 무난한 지경이었다. 포르투갈은 47도까지 올랐고, 스페인도 45도를 기록했다. 심지어 여름이 서늘한 영국마저 41도까지 치솟았다.

허리케인 이안의 여파도 미국 플로리다주 해변가의 배들이 모두 부서져 있다. [AP]

9월엔 허리케인 피오나가 카리브해와 캐나다를 강타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섬 90%가 정전됐고, 8명이 사망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엔 1만3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시속 187km 이상의 강력한 풍속으로 12m 높이의 파도까지 일으켰다. 캐나다 대서양 일대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기상재해로 기록됐다.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은 기후위기를 초래한 지구온난화에 사실상 책임이 없는 국가들이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허리케인 재난에 직격탄을 맞았다.

9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안도 10대 재난 중 하나로 꼽혔다. 시속 241km에 이르는 바람이 플로리다를 휩쓸었다. 카트리나에 이어 두번째로 치명적인 허리케인이었다. 1992년 이래 플로리다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130명 이상이 숨졌고, 4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액도 최소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허리케인 이안 때문에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다리가 끊어졌다.[AP]

브라질과 중국의 가뭄이 마지막 2가지 뉴스다. 가뭄은 1년 내내 이들 국가를 괴롭혔다.

올해 브라질은 가뭄으로 농업 피해가 막심했다. 34개에 이르는 상품에서 세계 5위 생산국이다. 하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수확량이 급감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의 가뭄 여파가 세계 커피 시장값을 흔들었을 정도다.

중국도 가뭄에 시달렸다. 양쯔강 수위가 급감해 선박 운항이 중단됐고, 수력발전도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보고서는 2022년 발생한 10가지 극한 기후재난으로 인한 비용이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 1000억달러(약 126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10대 재난 비용을 합치면 1681억달러다.

보고서는 이 추정치가 보험 손실만을 기반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피해액은 이를 훨씬 웃돌 것이란 설명이다.

보고서는 “보험금으로 보면 선진국의 피해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가장 파괴적인 기상 이변은 상당수 기후위기 책임이 거의 없는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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