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3월 본격 가동…민관 합동 총력 대응전
중국 의존도 높은 배터리는 ‘쟁탈전’ 주시
SAF 열외 정유는 비상…“정부 세 지원 절실”
‘에너지 안보’를 선점하기 위한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이러한 변화의 가장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미 재무부는 IRA의 하위 세부 규정(가이던스)을 만들어 오는 3월부터 본격 시행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회에 대한 설득과 맞춤형 현지 대응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묘수찾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IRA로 인한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 합동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업계 간담회, 통상전문가와 법조계 자문 등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작성한 의견서를 미국에 두 차례에 걸쳐 지난해 제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집중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 혜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분야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현지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IRA의 핵심 목적은 미국 내 산업·일자리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에너지 활용을 늘리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총 4300억달러(약 543조원)가 투입되며, 이 가운데 86%인 3690억달러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에 쓰인다.
당장 IRA 최대 수혜업종으로 지목된 태양광업계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IRA에는 자국 내 태양광패널 설치에 최대 30% 세액을 공제해주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태양광모듈의 대(對)미국 수출액은 13억3378만달러(1조7014억원)로, 전년 동기(5억6205만달러) 대비 2배를 훌쩍 넘어섰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현실화하는 점도 호재다. 국내 태양광기업의 최대 경쟁자가 중국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라고 해도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면 원칙적으로 IRA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일단 현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에 맞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에너지 등 주요 신재생에너지업계는 미국 현지 투자와 기술개발 등 다방면에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시장 자체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에 따른 ‘파이’도 계속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대표적으로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임팩트·한화H2에너지USA는 고려아연과 손을 잡고 미국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시장 진출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GS그룹의 에너지 전문사업 지주회사인 GS에너지의 경우 미국 수소기업인 H2스캔에 대한 투자를 통해 청정수소사업 강화에 나섰고, GS건설 신사업 부문도 미국 에너지기업 SGH2에너지와 수소플랜트사업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업계는 에너지의 원천인 핵심 광물에 대한 글로벌 쟁탈전을 주시하고 있다. IRA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배터리에 북미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2029년까지 100%로 연도별 상향) 사용해야 375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2027년 80% 이상으로 연도별 상향)를 북미나 FTA 체결 국가에서 채굴 또는 가공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받게 규정했다.
현재 미국 재무부가 정의한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우리 기업이 주로 배터리 광물을 조달하는 국가는 빠져 있다. 가령 인도네시아에서 채굴한 광물을 최종적으로 한국에서 가공할 경우 세액공제 조건을 충족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중국에 대한 부품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무역협회 조사결과, 2021년 기준 국내 배터리업계의 중국산 음극재 의존도는 85.3%에 달하며 반제품(78.2%), 양극재(72.5%)도 비중이 높았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요 광산 매장국들이 빗장을 걸어잠그는 일도 늘고 있다. 최근 짐바브웨가 리튬 원광 수출을 통제하는 정책을 전격 시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공되지 않은 리튬을 중국 등에 단순 수출하는 것이 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의 균열과 관련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공급망 다각화와 폐배터리 재활용 등 장기적인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반면 정유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IRA에 따라 자국 내 친환경 항공유(SAF)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항공유는 국내 정유사들의 효자 수출상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업계의 SAF 관련 연구·개발(R&D)은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SAF와 같은 친환경 항공유는 기존 항공유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항공사들의 수요도 크지 않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세액 보조 등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양대근·김지윤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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