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부모와 Z세대 자녀가 함께 보면 좋을 '스위치'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2023. 1. 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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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원래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다. 2023년 새해 첫 개봉 영화 '스위치'는 '만약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익숙한 설정과 스토리에 권상우라는 친숙한 배우가 가세해 익숙하지만 맛있는 웃음을 선사한다. '2시간 76분'이라는 우스갯소리 같은 러닝타임의 화제작이나 정초부터 비장한 눈물이 방울방울한 작품이 버거운 가족 단위 관객에게 '스위치'는 안전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 0순위의 천만배우이자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만끽하는 톱스타 박강(권상우).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하려는 크리스마스 이브, 박강은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으나 유일한 친구이자 매니저인 조윤(오정세)을 겨우 붙잡아 껍데기집에서 술잔을 기울일 만큼 속 빈 강정 같은 상황. 거나하게 취한 그 앞에 수상한 택시가 도착하고, 택시운전사는 그에게 "행복하시죠?"라는 수상쩍은 질문을 던지지만 박강은 쉽사리 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인 다음 날, 박강은 미국 유학을 떠났던 옛 연인 수현(이민정)과 결혼해 두 아이가 있는 아빠가 되어 눈을 뜬다. 이제 박강은 재연배우이자 친구 조윤의 매니저로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살아보지 않은 다른 삶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나 있다. 지금 현실에 만족해도 그렇고, 만족하지 못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수십 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도, 얼마 전 결말로 장안의 화제를 이끌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 이유도, 결국 내가 살아보지 못한 다른 삶에 대한 인간의 궁금증을 정확히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스위치'의 톱스타 박강도 그렇다. 스캔들 뉴스로 눈을 뜨고 '초심을 잃겠다'는 수상소감 실수로 뉴스가 도배되는 화제의 삶을 살지만, 헤어진 연인 수현이 귀국했다는 소식에 싱숭생숭한 표정을 짓는다. 같이 연극을 하다 10년 전 어느 오디션의 최종심에 함께 올랐던 오랜 친구 조윤을 보면서도 서로의 달라진 삶에 대해 이따금 생각했을 것이다. 최종심에서 떨어진 조윤은 재연배우를 거쳐 지금은 친구 박강의 온갖 뒤치다꺼리를 하는 매니저가 되어 분주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면 달려가고 싶은 아내와 두 아이가 있다. 어떤 삶을 더 행복하다 여길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가족애를 강조하는 '스위치'의 시선도 부담스럽진 않다.

익숙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완성하는 것은 권상우를 위시로 한 배우들이다. 특히 권상우는, 한껏 자연스럽고 편안해진 모습으로 그의 전성기를 익히 알고 있는 세대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권상우는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천국의 계단), "옥상으로 따라와"(말죽거리 잔혹사) 같이 20년 가까운 세월에서도 여전히 회자되는 명대사를 갖고 있는 배우다. 원래도 권상우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느낌의 톱스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스위치'에선 세월의 흐름에 유하게 변한 모습이 묻어나는 코미디 연기로 웃음을 선사한다. 톱스타에서 한 순간에 재연배우로 전락(?)한 이후 비니 모자를 내리며 눈을 가리는 일명 '소라게 짤'을 대놓고 패러디하며 "이거 몰라요?"라고 하는 장면에선 박장대소를 터뜨리지 않을 재간이 없다. '추리의 여왕,' '탐정' 시리즈, '위기의 X' 등, 무거운 폼을 내려놓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추구하는 최근 권상우의 커리어와 '스위치'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권상우가 잘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박강의 달라진 삶 속 아내를 맡은 이민정 또한 '인생 짬바'가 녹아나는 자연스러운 부부 케미로 눈길을 끈다. 보통 권상우나 이민정처럼 배우자 또한 유명 배우인 경우 작품에서 커플 연기를 펼칠 때 그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려 몰입이 어려울 때가 많은데, '스위치'의 권상우와 이민정의 부부 연기는 그런 우려가 1도 보이지 않는 현실감 넘치는 부부 케미로 웃음에 일조한다. 여기에 박강과 수현의 자녀로 등장하는 쌍둥이 남매인 로하(김준)와 로희(박소이)의 귀여움이 더해지니,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데 일등공신이 아닐 수 없다. 박강과 뒤바뀐 삶을 사는 조윤을 연기한 오정세도 비중은 생각보다 작지만 적재적소에서 활약을 펼친다. 택시기사로 특별출연한 배우는, 그 목소리만으로 반가움을 자아내고.

'스위치'는 엄청난 몰입감이나 황홀경을 안기는 작품은 아니다. 그런 것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사뿐히 다른 선택지를 찾아보면 된다. 그러나 '화산고'를 시작으로 '동갑내기 과외하기' '천국의 계단' '말죽거리 잔혹사' '신부수업' 등을 보며 젊은 시절을 보낸 X세대 부모와 '소라게 짤'을 이모티콘으로 쓰는 Z세대 자녀가 함께 관람하기에 이보다 좋은 선택이 또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중장년 세대와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도 잘하는 것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권상우를 만나고 싶다면 필수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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