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축협이 태극전사를 속였다"…안덕수, 2701호의 비밀
[Dispatchㅣ임근호·박혜진기자] 2018년 5월, 그때는 X모텔 607호였다.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1.6km 떨어진 곳. 이곳에서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담금질이 시작됐다.
“모텔은 3~4분 정도 떨어져 있어요. 트레이닝센터 후문에서 모텔까지, 2~3시간 간격으로 선수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안덕수와 송영식 트레이너는 국가대표 15여 명의 몸을 케어했다. 한 선수당 2~3시간씩, (지친) 근육을 집중 관리하며 운동기능을 회복시켰다.
“당시 손흥민은 왼쪽 발목이 좋지 않았어요. 안덕수 선생님이 일주일 동안 왼쪽을 집중적으로 살폈습니다.”
손흥민은 5월 28일, 온두라스 평가전에서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페널티아크 바깥, 23m지점이었다. 언론은 이 골을, 왼발 중거리 캐논슛이라 표현했다.
2022년 11월, 이번에는 Y호텔 2701호였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묵었던 그 호텔, 다른 층이다. 그곳에서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결의가 시작됐다.
“안덕수 선생님이 2701호에 재활베드를 펼쳤습니다. 하루 15시간씩 선수들을 돌봤어요. 손이 부르틀 정도였죠."
안덕수와 송영식 트레이너는, 또다시 국가대표 20명의 몸을 보살폈다. 한 선수당 2~3시간씩, (피로한) 근육을 관리하며 운동능력을 향상시켰다.
“황희찬은 햄스트링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집중 관리에 들어갔죠. 어떤 날은 새벽 2시에 끝나기도 했어요.” (이상, 선수 관계자)
황희찬은 12월 3일,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 골망을 찢었다. 60m 이상을 (황소처럼) 전력 질주, 역전골을 터트렸다. 16강 진출을 알리는 축포였다.
물론 안덕수의 손은 ‘그저’ 거들 뿐. 손흥민이 이겨냈고, 황희찬이 이뤄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것. 2018년에도 2022년에도 안덕수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는 사실이다.
‘디스패치’가 2701호의 비밀을 파헤쳤다. 국가대표 관계자, 선수 관계자, 구단 관계자, 축협 관계자, 트레이너 관계자 등 다양한 축구계 인사를 만나 그날 이야기를 들었다.
◆ 2701호의 시작
2022년 11월 3일, 안덕수 트레이너가 국가대표 A에게 답장을 보냈다.
“일단 카타르에서 보자”
A선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못 오실까 봐 걱정했는데… 꼭 오셔야 해요!”
B선수는 송영식 트레이너의 비행기 티켓을 직접 예약했다.
“송샘(송영식) 비행기는 11월 14일 0시 5분입니다. 카타르에서 고생하실 텐데 편하게 오시라고 비즈니스로 끊었습니다.”
2701호는, 안덕수가 추진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선수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국대' 20명이 이 방에서 재활 트레이닝을 받았다.
왜 간절할까. 아니 무엇이 간절할까? 국가대표 선수 관계자가 설명했다.
"만약 조그만 부상으로 조별 예선 3경기를 놓치면 그동안의 4년이 없어지는 겁니다. 또 기약 없는 4년을 기다려야 하고요. 몸에 대해 가장 간절한 건, 바로 선수들입니다."
월드컵에서 주어지는 기회는 딱 3경기다. 이 3경기를 위해 4년을 준비한다. 그래서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 모두 조금씩 부상을 안고 뜁니다. 몸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자신감도 잃게 되죠. 그래서 선수들이 안덕수 선생님을 찾는 겁니다. 선수들 몸을 제일 잘 아시니까."
2018년에도, 2022년에도, 그 전에 2019년에도, 안덕수 트레이너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축구협회는 외면한, 그러나 선수들은 의지한 '신의 손'이었다.
(신의 손은 실제로 선수들 사이에서 불리는 안덕수 별명이다.)
◆ 2701호의 하루
“카타르 훈련장은 잔디가 딱딱한 편이었어요. 아무래도 새로 지어진 구장이다 보니… 선수들의 근육 피로도가 컸을 겁니다.” (월드컵 관계자)
안덕수와 송영식 트레이너의 역할은 선수들의 (수축된) 근육을 케어하는 것. 두 손으로 근육이 가진 원래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게 그들의 임무다.
2701호의 하루는, 스케줄 정리로 시작된다. 선수들이 개인 일정을 취합, 트레이너들과 시간을 조율한다. 특히 경기를 앞둔 날은 숨 돌릴 틈조차 없다.
C선수 : 경기 전날에 일정 잘 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C선수 : 그날은 전부 다 (케어) 받으려고 할 것 같은데요.
트레이너 : 그러게. 점심 먹고 와서 상의해보자.
안덕수와 송영식 트레이너는 각각 하루 5~6명의 선수를 관리했다. 한 타임에 2~3시간은 기본. 하루 15시간, 선수를 위해 땀을 쏟았다. 그렇게 손까지 부르텄다.
게다가 월드컵 조별 예선 기간은 10일. 태극전사는 3일에 한 번꼴로 경기를 치른다. 핵심 자원들 중에는 부상자도 많았다. 그야말로 '마법'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한 선수 관계자는 '디스패치'에 "기간은 짧고 경기는 많다. 최대한 빨리 회복해야 한다"면서 "2701호가 없었다면 그런 회복력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 2701호의 자격?
AT-01-0XX. 안덕수의 AT(Athletic Trainer) 자격증 번호다.
안덕수는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KATA) 1기 출신이다. 2002년에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그는 자격증을 갱신하지 않았다. 아니, 스스로 거부했다.
전직 구단 관계자가 '디스패치'에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갈등의 발단은, 2014년이다. K리그 연맹이 재활 트레이너 자격 요건을 갑자기 바꾼 것.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에서 발급하는 AT 자격증만 인정하겠다"며 제한을 걸었다.
안덕수는 탁상행정이라 맞섰다.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다양한 단체에서 트레이너 자격증을 발급했어요. 사실, 안덕수는 문제가 안 됐죠. AT 자격증이 있으니까. 하지만 다른 자격증을 들고 있는 후배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했죠." (프로구단 관계자)
이 관계자는 말을 이어 갔다.
“연맹에서 갑자기 자격증을 규제하면 자신은 옷을 벗겠다고 했었죠. ‘내 새끼(후배)들 버리고 혼자 운동장에 남을 것 같냐’고 말한 게 기억납니다. 안덕수는 그때 자격증 갱신을 하지 않았어요. 후배들을 위해 싸운 거죠."
K리그 연맹은 2017년에 자격 요건을 개정했다. "의무위원회 공인 자격증(AT)을 보유한 트레이너, 다른 자격증 보유하고 있으면 개별 심사를 통해 자격을 부여한다"고 바꿨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이를 좋은 ‘빌미’로 사용했다. “AT 무자격자라서 대표팀 트레이너로 채용할 수 없었다”는 핑곗거리.
그리고 월드컵 조별 예선 1차전 전날. 사건이 터졌다.
◆ 2701호의 분노
“축협에도 (AT) 자격증이 없는 트레이너가 있는데…”
11월 22일, 축구협회 관계자가 우연한 자리에서 실토했다. 우루과이 전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사실 이 관계자는 2701호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폭로 아닌 폭로가 됐다. 축구협회 스스로 원칙을 깼다는 증거. 안덕수를 배제한 명분을 잃게 됐다.
다시 2018년 파주 X모텔. 선수들은 그때부터 안덕수를 요청했다.
"선수들이 모텔을 드나드는 게... 아무래도 부담스럽죠. 그래서 협회에 정식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거절당했죠. 무자격자라고. AT 1기 출신인 걸 알면서도 갱신이 안 됐다며..." (선수 관계자)
'디스패치'는 당시 선수단과 축협 임원이 주고받은 문자를 확인했다. 선수들은 4년 전에도 안덕수 영입을 바랐다. 3년 전(아시안컵)에도, 그리고 1년 전에도 안덕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협회는 그때마다 원칙(?)을 내세웠다. 무자격자 운운한 것. 결국, 선수들이 직접 안덕수를 초대했다. 개인 돈을 모아 현장으로 불렀다. 2701호는, 4년 전에도 3년 전에도 있었다.
2022년 11월 22일. 선수들은 축구협회 소속 의무 트레이너를 만났다. 다음은, 선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선수들이 직접 물었습니다. 해당 트레이너가 인정했죠. 선수들은 그를 원망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진실을 밝혀줘서 고맙다고 말했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축협에 문의해도 되겠냐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 2701호의 비밀1
11월 22일, D-2일이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을 이틀 앞둔 그날, 선수들은 축구협회 임원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선수들은 그동안 축협의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각자 비용을 마련해 (안덕수) 경비를 부담했고요. 얼마나 절실했으면 그랬을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 축협에 속은 겁니다." (국가대표 관계자)
국가대표에게 월드컵은 어떤 의미일까.
손흥민은 좌측 안와 부위에 4군데 골절상을 입었다. 얼굴에 판을 3개 댔고, 핀을 17개 박았다. 다시 부상을 당한다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달렸다.
황희찬은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꼈다. 김민재도 종아리에 문제가 있었다. 자칫하면, 부상이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 그래도 뛰었다. 이것이 바로, 월드컵이다.
"손흥민이 다쳤을 때, 처음 한 말 아세요. '월드컵은요?'...라고 물었대요. 선수들은 목숨 걸고 싸웁니다. 그런데 축협은 선수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지키지 않는 '원칙'을 내세우면서요." (선수 관계자)
선수들은 축협에 해명과 해법을 요구했다. 그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무엇일까.
"축구협회가 해당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의무 트레이너 팀장이 책임을 지고..."
'디스패치'는 어떤 '책임' 인지 되물었다.
"아... 책임지고 경기장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건데요. 호텔 방에만 머무르게 한다는 이야깁니다." (축협 내부자)
◆ 2701호의 비밀2
우루과이와의 1차전은, 비겼다. 0:0. 그렇지만 잘 싸웠다. 이제 조별 예선 2번째 경기를 준비할 시간. 선수들은 가나전을 정조준했다.
2701호도 바쁘게 돌아갔다. 안덕수와 송영식 트레이너는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였다. 한 사람당 5~6명씩, 하루 15시간 이상을 매달렸다.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 또 일이 터졌다. 11월 27일, 가나전을 하루 앞두고 선수들과 스태프가 모인 것.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의무 트레이너 팀장이 안 보이니까, 이상한 소문이 돌았나 봐요. 마치 선수들이 팀장을 쫓아냈다는 식으로... 선수들 입장에선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국가대표 관계자)
벤투호는 11월 28일, 가나전에 모든 시계를 맞췄다. 그러나 선수들은, 그 중요한 시간에 다시 모였다. 전술 문제가 아닌 축협 내부 문제로.
"가장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이게 무슨 일입니까. 축협이 만든 오해를 선수들이 풀어주고 있으니... 축협은 계속 변명만 늘어놓고. 결국 의무팀 관계자가 자진해 전후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축구협회 내부자)
'디스패치' 확인 결과, 축협의 미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고참급 선수들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에도, 추가로 미팅에 불려 다녔다.
"새벽 2시까지 2701호 불이 켜져 있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일부 선수들이 축협 미팅에 참석하면서 케어받을 시간을 놓친 거죠. 밤 12시에 관리를 시작한 선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선수 관계자)
◆ 2701호의 결의
12월 2일, 2701호에 선수들이 모였다.
윤종규, 김문환, 황희찬, 손흥민, 황인범, 송민규, 김진수, 조규성, 김영권, 김민재, 김승규, 오현규, 백승호, 김태환, 정우영, 나상호, 황의조, 이재성, 손준호...
1무 1패.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말자고 약속했다. 최선을 다하자고 맹세했다. 포르투갈을 잡자고 각오했다. 그것이 바로, 2701호의 결의다. 마지막까지, 후회 없이 뛰자는 것.
태극전사는 3일, '대어' 포르투갈을 잡았다. 무려 12년이나 걸린, 월드컵 16강이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비하인드 하나. 김민재가 안덕수 트레이너에게 손을 흔들었다. 손으로 자기 종아리를 가리켰다. '브라질전에 뛸 수 있게 해달라'는 수신호였다.
안덕수는 손으로 'X'자를 그었다. 그래도 김민재를 막을 수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종아리를 가리켰다. 안덕수는 결국, 엄지와 검지를 모았다. 'OK' 사인, "한 번 해보자"는 뜻이었다.
"안덕수 선생은 알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얼마나 미쳐있는지. 그래서 '우리 돌아이들'이라 부릅니다. 김민재도 얼마나 간절했겠습니까. 그래서 계속 종아리를 가리킨 거죠." (트레이너 관계자)
◆ 2701호의 폭로
2020년 10월 4일, 손흥민이 '맨유'를 상대로 2골을 터트렸다. 그리고 한 말, "내 햄스트링에 마법이 일어났어요."
조제 무리뉴 감독의 평가는 어땠을까. "손흥민의 정신력과 그를 도운 의료진, 개인 물리치료사 등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라고 승리의 공을 돌렸다.
손흥민이 말하는 '마법사', 무리뉴가 언급한 '치료사'는 바로, 안덕수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그들도 지키지 않는 '원칙'을 내세워 안덕수를 배척했다. 심지어 익명의 인터뷰를 통해 "축협 트레이너 자리에 욕심을 부리는 사람"처럼 묘사했다.
정말, 안덕수의 욕심일까. 프로구단 프런트 출신은 손사래를 쳤다.
"안덕수 선생의 별명은 '노빠꾸'입니다. 절대 뒤로 돌아가지 않아요. 프로팀에서 얼마나 높은 연봉을 제시했겠습니까? 그런데 절대 안 갑니다. 후배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자리 뺏을 일 있냐고요."
그렇다면 그는 왜 2701호를 폭로했을까. '디스패치' 취재 결과, 2024년 아시안컵이 발화점이다. "선생님. 다음 아시안컵도 함께 해주실 거죠?"라는 요청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 2701호에 모여 16강을 자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시안컵을 부탁했습니다. 그때 안샘이 말했죠. '언제까지 너희가 개인 돈으로 부담할 거냐'고요. '왜 이걸 후배들에게 물려주려 하냐'고요." (선수 관계자)
안덕수의 폭로는, 선전포고가 아니었다. 축협에 숙제를 던진 것이다. 제 식구가 아닌, 제 선수 감싸기를 하라는 질타였다.
◆ 2701호의 감사
안덕수 트레이너는 타협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협회와 부딪히기도 했다. 심지어 선수들에게도 엄격하다. 아무리 잘나가도 (재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손을 떼는 식이다.
"안덕수 선생님요? 오직 선수만 생각하는 분입니다. 장갑에 땀이 차서 손이 부풀어 올라도 2시간이고 3시간이고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니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밖에요." (前 축구 국가대표)
안덕수의 진심은, 2022년 태극전사에게도 전달됐다. 이는 '디스패치'가 입수한 문자 대화로도 증명됐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생님들이 여기 안 계셨으면 저희가 지금 이렇게 뛸 수 있을까. 저희끼리 항상 하는 말이에요. (중략) 선수들은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 마지막 대표팀 경기라고 생각하며 한 경기 한 경기 끝날 때마다 선생님께 제일 고마워하고 의지하고 있어요."
선수들의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혹시 모를) 축협의 불이익을 고려했다.
"개인적으로 월드컵에서 선생님과 같이 뛴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어쩌면 선생님과 함께하는 마지막 대회고, 당장 내일이라도 끝날 수 있으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주세요. 지금 선생님 아니면 안 되는 선수들도 많고, 선생님에게 제일 고마워하는 선수들도 많으니 남은 월드컵 행복하게 즐겨요."
그를 처음 만난 선수들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안샘. 3주라는 시간 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잘 뛸 수 있었습니다. 그건 다 샘 덕분이었습니다.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최상의 몸으로 관리해주셔서 첫 월드컵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종종 연락드리겠습니다. 쌤, 감사합니다."
'2701호'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선수들은 안덕수 편이었다. 그를 걱정했고, 또 위로했다.
"두바이 잘 가셨습니까?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무것도 아닌 저를 아들처럼 대해주셔서... 항상 고맙습니다. 더 잘했어야 했는데, 안쌤이 한 노력에 비해 부족했습니다. 사랑합니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에겐 안쌤이 제일 멋있는 분인 거 알잖아요. 저희들에게 최고인 거 아시죠?"
마지막으로, 축구협회에 입장을 물었다. 현지에서 문제가 된 당사자들은 전화를 피했다. 그들을 이끈 한 고위 임원은 "드릴 말씀이 없다. 송구하다"고 짧게 답했다.
'디스패치'는 홍보팀 및 운영팀에도 전화했다. “기존 보도에 나온 멘트는 우리 공식입장 아니다“, "공식입장이 없는 것이 공식입장이다“며 대화를 차단했다.
마지막으로, 한 줄 요약이다.
① 안덕수는 손흥민 개인 트레이너다. 하지만 카타르는 국가대표 선수 10여 명의 부탁을 받고 갔다.
② 손흥민 부친이 2701호 숙박비를 냈다. 나머지는 비용은 선수들 개인 돈을 모아 해결했다.
③ 안덕수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 2019년 아시안컵 본선 때도 국가대표를 도왔다. 역시 선수 요청이었다.
④ 선수들은 2018년부터 꾸준히 (축협에) 안덕수 영입을 요구했다. 축협 운영진은 그럴 때마다 '무자격자'라며 반대했다.
⑤ 안덕수는 AT 트레이너 1기다. 하지만 2014년 연맹의 탁상행정에 반대, 갱신을 포기했다. 대신 다른 기관에서 발급받은 자격증은 갖고 있다.
⑥ 2022년 11월 22일, 축협 내부자가 "우리(축협) 트레이너도 자격증이 없는데"라며 무자격을 실토했다. 축협의 (안덕수 반대) 명분이 깨진 것.
⑦ 선수들은 눈치를 보며 2701호에서 관리를 받았다. 이방 저방 옮기며 시간을 소비했다. 그런데 축협에도 무자격자가 있었다?
⑧ 사실, 선수들에게 자격증 유무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축협의 원칙 없는 원칙, 명분 없는 명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⑨ 문제의 핵심은, 축협의 이상한 대처다. 우루과이, 가나전을 앞두고 선수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전술 회의가 아닌 (무자격) 변명 회의.
⑩ 특히 가나전 전날은, 회의의 연속. 축협 임원들은 단체 회의가 끝난 뒤, 고참 선수를 따로 불렀다. 추가로 회의를 이어갔다.
⑪ 안덕수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그날 2701호 마감 시간은 새벽 2시. 선수들은 경기 준비가 아닌 회의 참석으로 진을 뺀 셈이다.
⑫ 2701호에서 일어난 일? 이미 안덕수가 밝혔다. 20명의 몸을 관리한 게 전부. 진짜 카트르에서 일어난 일은 축협이 밝혀야 한다.
⑬ 왜 자격증 없는 트레이너를 고용했는지? 왜 경기 전날에 회의를 열었는지? 축협은 선수들을 위해 존재하는지? 아니면 제 식구를 위한 단체인지?
⑭ '디스패치'가 2701호를 통해 (진짜로) 밝히고 싶은 것? 안덕수의 실력 검증이 아니다. 선수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과 축구협회의 꺾이지 않는 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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