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바보 '도도새' 되지 않으려 '도도새'를 그린 김선우 작가를 만나다
바보 '도도새'가 세상에 알려지다
지금은 부담감보다 더 큰 성장을 생각하게 되었다니 다행이야. 그런데 영 컬렉터들은 그림의 어떤 매력을 알아보고 호응한 것일까, 그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뭘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제가 88년생이거든요. 부모님 세대는 하나만 보고 나가셨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저희 세대는 어떻게 보면 선택권이 너무 많아진 세대인 거예요. 뭘 선택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이 길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고민들을 같이 해보게 하는 그림을 그려서 아마 애정을 주시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김선우 작가의 작품에는 일관되게 등장하는 게 있어. 바로 '도도새'야. 이 '도도새'에 담겨진 의미에 가치를 높게 매겨준 것이 아닐까 싶다는 거야.
"도도새가 원래는 날 수 있었던 새라고 해요. 섬이 무인도고 천적도 없고 먹을 것도 많다 보니까 애들이 게을러져서 스스로 날기를 포기한 거죠. 포르투갈 사람들이 발견했는데 장난으로 때려죽이고 이웃 나라에 선물 보내고, 그런데도 얘네들 못 도망가잖아요. 그러다가 멸종이 된 거예요. 도도라는 이름이 포르투갈어로 바보라는 뜻이라고 하거든요."
"도도새를 그리기 전에는 새 머리를 한 인간을 그렸어요. 현대인들이 자유를 잃어간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예를 들면 사회에서 제시한 어떤 기준 속에서 맞춰가다 보면 자기가 어떤 걸 원했는지조차 망각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날 수 있었는데 스스로 포기해서 멸종한 거잖아요. 이 새로 내 얘기를 전달해보자라는 생각을 한 거죠. 우리도 현실에 안주하면 이 새들처럼 결국에는 스스로 진정한 자신만의 어떤 가치라든가 자유를 잃게 되지 않을까"
'도도새'도 날아오를 수, 있다
"친구들이 '동국대 윤무부 교수'라고 놀렸거든요. 새만 맨날 그렸어요. 원래 새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부러웠거든요.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는 자유가."
"실제로 도도새가 멸종한 모리셔스섬도 다녀왔어요, 2015년에 한 달 동안. 미술관에서 작가를 여행 보내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동안 해왔던 작업을 판단해서 직접 여행 계획을 하게 해요. 전 제가 원래 그려오던 새 머리 인간을 도도새로 발전시켜보겠다는 제안을 했죠.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어요. 그 여행이 아니었으면 지금은 뭘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인생을 바꿔 놓을 만한 어떤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아.
"도도새가 멸종된 지 300년이 지나서 사진이 남아 있지가 않아요. 모리셔스에 가면 뼈다귀가 있어요, 박물관에. 이게 100퍼센트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더 재밌는 부분인 것 같아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렇게 탄생하게 된 750여 편의 '도도새' 작품들(드로잉을 제외한) 중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뭘까.
"도도새의 다양한 행위를 통해서 우리들 스스로를 비춰볼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들어드리려고 한 건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도도새 행위 중 하나가 횃불을 들고 있는 거예요. 횃불이라는 물건이 어떻게 보면 탐험, 개척의 이미지를 담고 있잖아요.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길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담고 있어서."
그리고 또 하나의 작품이 있었어.
'도도새'가 되지 않으려 '도도새'를 그리다
"스케치 단계에서 모든 게 결정 난다고 생각해요. 스케치를 하는 순간 머릿속에 완성작이 있어서 그다음부터는 거의 순수한 노동이에요. 그래서 들인 습관이 작업하면서 책을 읽는 거예요. 정확히는 오디오 북을 듣죠. 작업시간이 곧 독서 시간이어서 1년에 100~200권 정도 읽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은데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린다니 의외였어.
더 놀라운 건 '너무 자유롭고 싶어서 새를 좋아했다'는 말과 상반되는 일상이었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오후 5시까지 작업을 한다는 거야.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새벽이 너무 좋아요. 아무런 연락도 안 오고 진짜 온전히 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거든요, 새벽이. 그렇다고 밤새고 싶지는 않고요. 그 시간이 뭔가... 집중이 가장 잘되는 시간을 작업에 투자하는 게 어떻게 보면 제 직업에 대한 존중이랄까 예의 같은 것들?"
정해진 시간 안에 갇히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지, 스스로 지켜야 할 시간에 묶여서 그림을 그린다는 게 가능한 걸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승 두 분이 계신데 한 분이 변웅필 작가님, 다른 한 분이 오원배 교수님이에요. 은사님인 변웅필 작가님께는 자기 신념을 이미지로 표현하며 살아간다는 게 멋있다는 것, 작가의 삶을 배운 것 같고요. 오 교수님께는 작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성실한 태도에 대해 배웠죠. 일주일에 드로잉 200장씩 그리라고 시키셨어요. 그때 드로잉을 많이 하는 습관이 잡힌 것 같아요. 완결된 작품을 만드는 건 마음속에 떠다니는 문장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엮는 것 같은 과정이거든요."
"루틴을 지키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가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생각을 안 했거든요. 옛날부터. 그러니까 미술대학도 그림 못 그려서 한 번 떨어지고 미술대학 내내 나는 왜 이렇게 그림 못 그리지? 생각을 매일 했어요. 내가 제일 잘하는 거는 성실하게 루틴을 지키는 거구나, 할 수 있는 걸 한 거죠."
나라도 끝까지 내 편
성공은 오래 기억하고 실패는 빨리 잊어야 좌절하지 않고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왜 실패를 기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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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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