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캐나다 체크인', 좋은 이별의 의미를 찾는 여행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2023. 1. 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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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사진출처=tvN '캐나다 체크인' 방송 영상 캡처

이효리의 감동여정에 시청자들이 체크인했다. 

tvN 토요 저녁 예능 '캐나다 체크인'은 '서울 체크인'에 이은 이효리 체크인의 두 번째 시리즈다. 1, 2회를 장안의 화제작 '재벌집 막내아들'과 맞붙어 시청률은 1%(이하 닐슨코리아)대로 높지 않았지만 3회에는 2%로 뛰어 오르며 조용한 파장을 키워가고 있다.

'서울체크인'은 슈퍼스타이면서도 자연주의 은둔 생활을 하는 독특한 존재 이효리가 거주지인 제주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지인들과 보내는 시간들의 남다름을 보여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서울 체크인'에서 서울이라는 공간은 프로그램의 성격을 규정짓는 데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캐나다 체크인'에서 캐나다는 프로그램 배경이 다른 어떤 지역이어도 큰 상관 없을 정도로 의미가 강력하지는 않다.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캐나다로 입양된 유기견들이다. '캐나다 체크인'에서 이효리는 평소 구조 봉사 활동을 해왔고 그 결과 해외로 입양됐던 유기견들을 다시 만나보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다. 

간간이 관광이나 액티비티도 하고 현지 먹거리를 즐기거나 쇼핑도 하고 3회에는 캠핑도 즐겼지만 이는 양념 같은 역할일 뿐이다. 개들과 조우하는 순간이 이 프로그램의 사실상 모든 것이다.

사진출처=tvN '캐나다 체크인' 방송 영상 캡처

입양 보낸 지 시간이 좀 흘렀는데 다시 만나면 알아볼까. 새로운 주인들은, 그리고 새 환경은 개들에게 우호적일까. 입양 전 보호 당시에 불안정하다든지,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든지 하는 걱정스러운 부분들은 나아졌을까. 이런저런 걱정 속에 이효리는 입양견들을 찾아 나선다.

이효리가 입양견의 집으로 다가가고, 집에 들어서서 주인과 인사를 하고 개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드디어 나타나 이효리에게로 다가오는 개들을 보는 과정은 시청자들이 애견인이든 아니든 이효리와 마찬가지로 떨리는 마음이 되도록 만든다.

다시 만난 개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어려웠던 시절 사랑을 베풀어준 이효리를 기억하는 듯했다. 처음엔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정적이 흐른 경우도 있었지만 이내 꼬리를 흔들고 안기고 얼굴을 핥는 모습은 재회의 기쁨과 이효리에 대한 좋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상황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입양 전 보호소에서는 표정이 주로 덤덤하던 개가 웃는 상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등장한다. 자신을 한없이 사랑해주는 새 주인과, 마음껏 뛰어다닐 주변 환경이 있는 곳에서 진정으로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2회에 다시 만난 레오처럼 가끔은 격하게 반가워하지 않고 새 주인 곁에 더 붙어있는 입양견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효리는 섭섭해하지 않는다. 레오가 정말 좋은 주인을 잘 만난 듯하고 그래서 다행이라고 여긴다. 이효리는 다시 만났을 때 개들이 알아보는 것도 기쁘지만 결국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캐나다로 왔다.

사진출처=tvN '캐나다 체크인' 방송 영상 캡처

'캐나다 체크인'은 외견상으로는 펫과 여행이라는 인기 예능 포맷의 결합 기획물 정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펫 중 가장 대표적인 개가 등장하고 캐나다의 멋진 자연 풍광과 현지인의 여유로운 생활 모습이 보여지기는 하지만 펫 예능도 여행 예능도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캐나다 체크인'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연(緣)에 대한 이야기다. (구조로 만나서, 보호하는 주체와 대상으로) 관계가 맺어졌지만, (구조견 모두를 이효리의 가정으로 입양하고 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떠나보내야 했고, (그리워하고 잘살고 있을지 걱정도 됐던 대상과) 재회하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함께 할 수 없었지만 그립고 안부가 궁금한 각자의 존재들을 떠올리고 감정이 이입된다. '캐나다 체크인'은 그래서 재밌기 위한 예능이 아니라 공감과 감동을 만나기 위한 예능이다.
 

사진출처=tvN '캐나다 체크인' 방송 영상 캡처

이효리는 짧은 재회 후 입양견들과 다시 헤어져야 했지만 처음 보낼 때 마음 아파했던 것에 비해 많이 편안해진 모습이다. 헤어짐은 언제나 아쉽고 그리움을 만들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후의 연(緣)은 이별을 긍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성숙해진다. 

이제 이효리의 눈에는 입양견들만이 아니라 그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새 주인의 가족들이 들어온다. 제주의 남편과 반려견들, 그리고 서울의 부모님 등 자신이 뿌리박고 살아야 할 곳의 가족들과 좀 더 좋은 시간을 많이 갖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입양견들의 행복을 확인한 후 긍정적이 된 이별은 곁의 연(緣)들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커지게 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캐나다 체크인'은 예능 여왕 이효리가 어쩌면 가장 덜 웃기는 프로그램일 듯하다. 하지만 이효리가 이전 재미가 위주이던 예능에서 간간이 전하던 감동이 가장 풍성하게 채워진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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