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안나가는데 세금이나 줄이자”…주택 증여비율 역대 최고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1. 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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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세무소 인근의 한 세무사무실을 행인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주택시장의 거래 절벽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전국의 주택 증여 비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들이 싸게 주택을 내놔도 매매성사가 이뤄지지 않자 보유세라도 줄이려는 의도로 자녀에게 물려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전국의 주택 거래량 총 5만5588건 가운데 증여 거래는 7999건으로 14.4%를 차지했다. 이는 2006년 1월 관련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업계는 주택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급매로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자 차라리 증여로 눈을 돌린 것으로 진단한다. 집값이 떨어졌을 때 증여를 하면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증여에 따른 취득세의 부과 기준이 기존 시가표준액에서 시가인정액으로 변경되면서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증여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시가표준액은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걷기 위해 내놓는 가격으로 일반적으로 시세의 60~70%로 정해진다. 이에 비해 시가인정액은 취득일 전 6개월부터 취득일 후 3개월 이내 감정가액, 매매사례가액 등 시가로 인정된다.통상 시가표준액보다 높다. 이미 증여를 제외한 주택거래는 대부분 시가인정액이 과세 표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처분하려던 집주인이 결국 증여를 선택했다. 증여 거래량 자체가 예년보다 증가한 건 아니고 상대적인 비율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조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한 것도 증여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세보다 싼 값에 파느니 차라리 증여세를 내고 증여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다.

작년 11월 서울 주택 증여 거래는 전체 4982건중 995건으로 20%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특히 같은 기간 노원구의 주택 증여비율은 전체 거래 157건 중 64건으로 무려 41%를 차지했다.

또 서대문구의 11월 주택 증여 비율이 39.8%로 뒤를 이었다. 마포구(39.1%)·용산구(36%)·성동구(34.8%)·서초구(32.6%) 등도 증여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다만, 올해 증여 거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1가구 2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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