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몸부림 여수산단 '화약고' 불명예 탈피 할까
기사내용 요약
100조 실적에 10조 세금 납부 산단인데도 매년 인명피해 발생
민관협력 거버넌스 '흐지부지', '이젠 국가가 나서라' 목소리 커
[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 국내 최대 중화학공업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가 한해 100조에 달하는 실적에도 각종 안전사고로 여전히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한해가 시작되면서 공장 신·증설 등 생존에 몸부림을 치는 여수국가산업단지가 반백 년 가져온 '화약고'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만 4000여 명이 일하는 여수산단의 2021년 매출액은 77조 955억 원, 수출액 395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방세 징수액은 2020년 111억 원, 2021년 1238억 원이며, 2020년 7조 3429억 원, 2021년 9조 674억 원을 국세로 납부했다.
협력업체 수가 4331개로 협력업체 등을 통한 연간 외부 작업자는 208만 700여 명에 이른다.
이같이 나라 살림살이에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여수국가산단은 매년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으며 수십 년째 '화약고'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1년 12월 연 매출 800억 원대 중견 화합물 제조사인 이일산업㈜에서 유류 저장 탱크 정비 작업 중 폭발 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개월 뒤인 2월 여천NCC 3공장에서 열교환기 정비 후 최종 압력을 시험하던 중 지름 2.5m 상당의 덮개가 튕겨 나가면서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 외에도 인명피해는 없었어도 화재, 폭발음, 유독가스 누출 등 크고 작은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아 공장관계자와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산단업체가 해마다 심혈을 기울인 사회공헌 사업도 사고 발생 한차례로 시민의 기억속에서 멀어져갈 정도다.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측정대행업체가 공장 굴뚝의 배출가스를 조작한 혐의로 대기업 공장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배출업체 임직원 68명과 측정대행업체 임직원 10명(법인 4개 포함) 등 78명이 불구속기소 된 바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산재 예방 민관합동 감시센터 상시 운영, 민관협력 거버넌스 위원회의 안전 정책 마련 등 예방책이 나열되지만, 피부와 와 닿을 정도의 대안은 아직 내놓지 못했다.
배출가스 대책을 위한 민관협력 거버넌스도 수차례 난상 회의에도 불구하고 결과 없이 흐지부지한 상태로 해를 넘기면서 상실감만 키웠다.
설립 반백 년이 넘는 노후 산단인 여수국가산단은 산업화의 기수로 내수와 수출을 통해 국가 성장세를 이끌었으나, 정작 여수와 전남 동부권 주민들은 언제 어떤 형태의 사고가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는 폭탄을 안고 사는 처지가 여러 해 지속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환경, 온실가스 감축 등 한국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도 국가가 나서는 여수산단의 대개조가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유해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스마트 그린산단으로의 전환과 각종 안전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조속히 시행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것은 여수국가산단의 스마트 공장 보급률은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0월 국회의원실이 내놓은 스마트 산단 보급률 관련 자료는 전국 입주업체 3만 5291개 사 중 스마트공장 도입 업체는 3471개사로 전국 평균 보급률이 9.8%인 가운데 여수산단, 반월시화산단, 인천남동산단의 보급률이 각각 평균 보급률을 밑돌았다.
전국 7개 지역의 스마트 그린산단 중 여수산단, 반월시화산단, 인천남동산단이 스마트 공장보급률이 평균에 달하지 못했으며, 이중 여수산단의 스마트공장 보급률은 밑바닥이었다.
여수산단은 입주업체 278개 중 스마트공장 도입업체는 12개로 보급률(4.3%)이 가장 저조했다. 그만큼 세금 창고 역할을 하면서도 정부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수시는 올해 국가산단 인프라 구축을 위해 12건 586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공공폐수처리시설 관련 260억 원, 소재부품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 구축사업 79억 원, 스마트그린산단 촉진(여수산단 지역별 특화사업 지원) 45억 원, 여수 산단 재난 대응 통합 인프라 구축사업 7억 원 등을 추진한다.
여수를 비롯한 전남 동부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가산단 자격으로 지난 50여 년간 나라 살림살이 한 축을 담당해온 여수국가산단은 이제 국가가 나서서 안전사고를 줄이고, 노후화를 벗어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절실한 목소리가 일고 있다.
여수산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제경기가 악화되면서 국제정세에 따라 여수산단 업체별 생산과 수출에 희비가 갈리고 있다"면서 "정유와 화학공장이 주축인 여수국가산단은 공장별 노후화 진척도 달라 종합계획에 따른 국가 주도의 산단 대개조가 시급하지만, 그에 앞서 민관학이 협업해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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