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직격 야구] '100억원 FA'들의 기부를 고대하며

권정식 2023. 1. 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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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5일 오후, 검은 양복에 붉은 와이셔츠를 차려 입은 노신사가 서울 광화문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FA(자유계약선수) 대박'으로 100억원 이상의 고액 수입을 올린 스타 선수들의 기부 소식은 뜸하다.

통산 277억원으로 1위)를 필두로 역대 100억원 이상을 받은 선수가 15명에 이른다(미국-일본에서의 수입 포함). 그런데도 1억원 기부자에 'FA 신흥 부자'들의 이름이 오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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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투수 박세웅(오른쪽)이 안경 기부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 12월9일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안경 교환권 438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사진=롯데 제공 

2014년 11월 25일 오후, 검은 양복에 붉은 와이셔츠를 차려 입은 노신사가 서울 광화문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았다. 한성대 에듀센터 경비원으로 10년째 일하던 김방락(75)씨였다.

그는 이날 어려운 이웃과 한성대 학생을 위해 사랑의 열매에 1000만원을 우선 기부하고, 이듬해 말까지 9000만원을 추가로 내겠다는 약정서에 서명했다. 한달 120만원 남짓한 경비원 월급으로 10년 꼬박 부은 적금을 해지해서 내겠단 것이었다. 이렇게 사랑의 열매가 운영하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첫 경비원 회원이 탄생했다. 김씨는 지금도 서울 동대문의 문구․완구 시장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지난달 27일 전북 전주 '얼굴없는 천사'가 노송동 주민센터에 두고 간 성금 상자속 편지글이다. 2000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주민센터에 익명으로 8억원이 넘는 성금을 기부해온 '얼굴없는 천사'가 지난해 연말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던 것. 23년째다.

프로야구 스타들의 기부․자선도 지난 연말 빠짐없이 이어져 세밑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롯데 박세웅(27)은 정규시즌 탈삼진 1개마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안경을 선물한다는 약속을 지켜 지난해말까지 438명이 혜택을 입었다.

SSG 최정(35)은 홈런 1개를 날릴 때마다 인천지역 저소득층 환자 1명의 인공관절수술비를 부담해오고 있는데 11년간 329명이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타격 5관왕으로 시즌 MVP까지 수상했던 키움 이정후(24)는 장애인을 돕든 푸르메 재단의 고액기부자 모임에 가입해 6500만원을 적립했으며 향후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속했다. 이외에도 각 구단의 선수들이 크고 작게, 또 알게 모르게 선행을 베풀었다.

하지만 'FA(자유계약선수) 대박'으로 100억원 이상의 고액 수입을 올린 스타 선수들의 기부 소식은 뜸하다. 아너 소사이어티에는 2일 오전 11시까지 총 3046명이 가입했는데 스포츠 선수는 27명이다. 야구 스타 출신은 류중일(전 LG 감독)과 한용덕(전 한화 감독), 김태균 진갑용 손승락 임창용 정근우(이상 은퇴 선수), 추신수 이재원 우규민(이상 현역) 등 10명이 가입해 있다(추신수는 10억원 기부).

그러나 'FA 부자'들의 가입 소식은 1년이 넘게 감감 무소식이다. 2021시즌이 끝난 뒤 두달동안 100억원 이상의 거액을 받은 선수는 나성범(KIA, 6년 150억원) 등 5명이나 되며 지난해 11월 22일 양의지(두산, 최대 6년 152억원. 통산 277억원으로 1위)를 필두로 역대 100억원 이상을 받은 선수가 15명에 이른다(미국-일본에서의 수입 포함). 그런데도 1억원 기부자에 'FA 신흥 부자'들의 이름이 오르지 않고 있다.

물론 선수들은 총 세금이 40~45%에 이르는 만큼(50억원의 경우 약 20억~23억원, 필요경비 공제는 그리 많지 않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는 생각이어서 '기부'에 대한 개념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생계 위협을 받았던 야구장 주변의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해 한번쯤은 '나눔과 베품'을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부(富)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가진 자의 도리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은 책임을 더 져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도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이다.

매년 1억원을 쓰도 평생이라 할수 있는 50년간 여유롭게 살수 있는 '50억 갑부'들은 이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문제에도 눈을 떠야 하지 않을까. 본지 객원기자 *도움말: 마철현 세무사

김수인 객원기자

 

스포츠한국 권정식 jskwo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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