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수십년간 가정 지키려 애썼는데…수치스럽고 창피해"
[아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노 관장은 2일 보도된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심 판결에 대해 이 같이 말하며 "이 판결로 인해 힘들게 가정을 지켜온 많은 분들이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을 당하면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대표적 선례가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6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김현정 부장판사)는 노 관장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노 관장 측은 "전업주부의 내조와 가사노동만으로는 주식과 같은 사업용 재산을 분할할 수 없다고 판단한 법리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최 회장 측도 노 관장의 항소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노 관장은 "(1심 판결은) 예상 못한 결과였다"며 "제가 결혼 생활 34년간 가장 애를 쓴 것은 가정을 지키고자 한 것이다. 그 동안 인내하기 어려운 일도 많았다. 그래도 저는 가정을 지키려고 끝까지 노력했다"고 말했다.
1심 판결에서 재산분할 665억원이 인정된 것과 관련해선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 적지 않은 금액이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저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개인의 안위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 저도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미래세대, 특히 교육과 여성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동안 해 오던 문화예술과 기술교육 분야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재산분할을 단지 부양의 개념으로만 본 것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의 의미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판결로 수십년을 함께 한 배우자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받으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노 관장은 "1심 판결 논리에 따르면 대기업 오너들 뿐만 아니라 그 규모를 불문하고 사업체를 남편이 운영하는 부부의 경우, 외도를 한 남편이 수십년 동안 가정을 지키고 안팎으로 내조해 온 아내를 거의 재산상의 손실 없이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제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1심 판결의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재벌가의 재산 다툼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제가 지키고 싶은 것은 돈보다도 가정의 가치"라며 "사회의 기준이 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노 관장은 "저의 경우는 보통의 이혼과 다른 '축출 이혼'이다. 쫓겨난 것"이라며 "1심 판결로 인해 앞으로 기업을 가진 남편은 가정을 지킨 배우자를 헐값에 쫓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성의 역할과 가정의 가치가 전면 부인됐다. 이것이 제 마음을 가장 괴롭힌다. 이 판결로 갑자기 시계가 한 세대 이상 뒤로 물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1심 판결문을 받아들고 나서 재판을 더 받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도 했다"며 딸과의 대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딸과 함께 차를 타고 눈길을 운전하면서 '엄마 혼자 너무 힘드네. 여기서 멈출까'라고 물어봤다. '엄마, 그만하면 됐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다. 모든 마음을 꺾는 판결이었다"며 "그런데 딸이 '여기서 그만두는 엄마가 내 엄마인 것은 싫다'고 대답했다. 그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그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도 부끄러움과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지난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히고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혼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노 관장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 이혼에 이르지 못하면서,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유지희 기자(yjh@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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