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해법 찾고, 추앙했던 드라마 다시 읽고… 새해엔 ‘독서할 결심’
■ 계묘년 신간 라인업
① 경제·경영서 잇단 출간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부터
챈슬러가 쓴 ‘금리의 역습’ 등
세계경제위기 촉발원인 파헤쳐
② 스타학자 귀환·대본집 열풍
김영민·김승섭·김상욱 등 신간
이달말 ‘나의 해방일지’ 책으로
③ 사회이슈 다룬 탐구서도
노화 최신 연구 ‘먹고, 크고…’
플랫폼 생태계 비판 ‘풀필먼트’
출판계가 준비한 2023년 라인업은 우리가 어디쯤 서 있으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문화일보가 약 30개 출판사의 새해 신간을 살펴보니 글로벌 경기 침체를 조명한 무게 있는 경제·경영서가 많았다. 다가오는 초고령화 사회를 반영하듯 노년의 의미와 가치에 주목하는 책도 눈에 띄고, 김영민(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장하준(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김상욱(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등 ‘스타 학자’의 날카로운 지성이 담긴 연구서 역시 기대를 모은다. ‘헤어질 결심 각본’이 일으킨 대본집 돌풍은 올해도 이어진다. 풍성한 신간 라인업을 통해 2023년의 키워드를 미리 그려본다.
◇“경제 위기를 뚫어라”…글로벌 경기 침체 원인과 해법 제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경제 위기에 대한 경고음을 울리는 책들이 잇따라 나온다.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세종서적·이하 가제)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며 오늘의 위기를 촉발했는지 분석한다. ‘금융투기의 역사’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 에드워드 챈슬러가 쓴 ‘금리의 역습’(위즈덤하우스)은 물가가 오르는데 경기는 하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요인으로 지목되는 고(高)금리의 향방을 역사적 맥락에서 관찰한다. ‘벽돌책 명가(名家)’로 유명한 출판사 글항아리는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기념한 평전을 내놓는다. 평전은 ‘국부론’을 쓴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인 스미스를 시장만능주의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오해라고 주장한다. ‘국부론’에 비해 덜 알려진 ‘도덕감정론’을 세밀히 검토하면서 소수의 특혜와 독점을 감시할 정부 의무를 강조한 스미스는 오늘날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신자유주의와 상극이라는 게 평전의 결론이다.
장하준과 로버트 폴린, 제임스 갤브레이스 등 세계적 경제학자 24인 인터뷰를 담은 ‘경제학과 좌파’(메디치미디어)는 진보 경제학의 관점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방안을 모색한다. 전작 ‘은행이 멈추는 날’로 금융 권력의 민낯을 폭로한 제임스 리카즈의 ‘솔드 아웃’(RHK)은 세계 경제를 침몰시킨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불안정을 파고든다.
◇‘스타 학자’의 귀환
‘스타 학자’의 신간도 대거 출간된다. 대중을 겨냥한 칼럼과 학술 연구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김영민 서울대 교수는 사회평론과 함께 ‘논어 번역 비평’과 ‘배움의 기쁨: 논어 학이편의 세계’를 선보인다. 전자가 기존 ‘논어’ 번역본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책이라면, 후자는 번역 비평을 토대로 ‘논어’ 학이편에 담긴 구절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질문한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사랑받은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동아시아)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경감하는 공부의 역할을 고민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3월 출간 예정인 ‘장하준의 맛있는 경제학’(부키)에서 마늘과 초콜릿 등 17가지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경제학 이론으로 풀어낸다. 국내를 대표하는 물리학자인 김상욱 경희대 교수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바다출판사)에서 물질과 생명, 인간의 키워드로 우주를 둘러싼 빅 히스토리를 써내려간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차별에 관한 시민적 교양을 사유한 ‘차별을 넘어서’(어크로스)로 돌아온다.
◇‘나의 해방일지’ 등 새해에도 이어지는 대본집 열풍
지난해 ‘헤어질 결심 각본’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본집’을 통해 대본집의 상업적 가능성을 확인한 출판사들은 올해도 여러 영상 콘텐츠를 책으로 옮긴다. 다산북스는 숱한 명대사로 ‘추앙’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대본집을 1월 말에 내놓고, 김영사는 현재 JTBC에서 방영하는 ‘사랑의 이해’ 대본집을 준비 중이다. “제작사와 계약을 협의 중이라 공개할 수 없는 작품도 있다”는 게 김영사의 설명인 만큼 실제로 독자들이 만날 대본집은 최소 5~6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부터 초고령화 사회까지 핫이슈
‘초고령화 사회’가 다가오면서 노화를 다룬 책도 여럿 대기 중이다. 류형돈 뉴욕대 의과대학 교수의 ‘먹고, 크고, 늙고’(이음)는 2016년 출간한 ‘불멸의 꿈’을 전면 개정해 노화에 대한 최신 연구를 두루 소개한다. 우리가 막연히 ‘늙는다’라고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념을 현재를 만끽하는 순간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더퀘스트)는 노화의 속도를 늦춰 건강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불공정한 플랫폼 생태계를 비판하는 책들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언론인이 쓴 ‘풀필먼트’(사월의책)는 시민적 유대를 해치는 아마존의 그늘을 탐구한다. 김재연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의 ‘시빅 데이터’(세종서적)는 성별 갈등과 불평등을 완화하는 공공 데이터를 통해 온라인 세계에서도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출판계 핵심 트렌드를 형성한 ‘혐오’와 ‘기후변화’에 관한 책도 어김없이 나온다. 책과함께가 2·4분기에 내놓는 ‘중국인 문제’는 중국인 디아스포라 역사를 통해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의 근원을 파헤친다. 환경 분야 책 중에선 세계적 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의 ‘식물, 국가를 선언하다’(더숲)와 그레타 툰베리가 기획한 ‘기후 책’(김영사), 사회학자 니콜라이 슐츠의 ‘지구 거주 통증’(이음) 등이 눈에 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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