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①]해외 빗장 해제 가속화…위기의 제주 관광
기사내용 요약
4분기 제주 방문 관광객 20% 이상 감소 기록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 역대 최다에도 불안감
尹 대통령, '제주관광청 신설' 공약 이행 기대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단순 '수치' 부분만 놓고 보면 제주 관광은 지난해 꽤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이다. 당분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계묘년 전체를 관통하는 상승세를 유지할 지 여부는 전망이 엇갈린다.
제주 관광이 거머쥔 성적표가 대내적 경쟁력 강화에 의한 '탄탄함' 보다는 대외적 불확실성이 가져다 준 '일시적 호황'일 것이란 인식 때문이다. 업계가 각고의 노력 끝에 받아든 결실이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매우 유동적인 관광 시장 변동 가능성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코로나 빗장 푼 해외여행…더 커진 경고음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누적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8조원(7조7990억원)에 육박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억눌렸던 해외 여행 수요가 폭발하며 해외 사용액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2175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52.17%나 늘어난 수치다. 전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되며 하반기 내국인의 해외 여행이 서서히 정상화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2022년 3분기까지 제주 관광객 증가 추세가 이어지다가 4분기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감소율을 나타낸 것도 이 같은 해외 여행 정상화와 무관하지 않다. 당장 3분기에서 4분기 사이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20% 넘게 곤두박질쳤다.
반면 이웃국가 일본은 외국인 입국금지조치를 해제로 재미를 보고 있다. 내국인 20대의 일본행 항공권 발권량이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도달하는 등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방역조치 완화가 위력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국의 국경 재개방 '호재'는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자의 극격한 확산과 변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 우려로 '왕서방의 귀환'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입국하는 여행자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편의 추가 증편을 중단하고 단기 비자발급도 제한하기로 했다.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이전 연간 방문객이 320만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의 귀환 소식에 그동안 원치 않은 겨울잠에 들었던 면세업계 등은 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해외 무대 경쟁력은 충분…'제주관광청' 신설로 뒷받침해야
제주 관광은 그동안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빼어난 자연은 말할 것 없고, 다양한 여행 콘텐츠 개발로 자발적 해외방문객을 모았다. '매력적인 섬' 제주도의 해외 무대 경쟁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달 7일과 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조호르바루에 열린 '말레이시아 주요도시 제주관광설명회'에서도 잠재적 수요층의 기대감은 여실히 드러났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주최로 열린 설명회에는 100여 명이 넘는 현지 여행사와 항공사 관계자가 참석해 제주 관광 업체와 B2B(기업간거래) 상담으로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제주 관광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 다변화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관광 산업을 한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정책 창구 마련이 필수요소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광청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관광이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인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관광과 관련해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어 일관성·전문성이 없이 관광정책이 수립되고 있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관광청을 만들어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로서 제주에 둘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문화예술과 영상, 출판, 체육 등 다양한 사무를 담당하는 문체부가 관광 사무까지 맡는 과거 방식으론 엔데믹 시대 급변하는 관광시장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윤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제주 관광 업계 한 관계자는 "위기는 늘 있어왔지만, 제주 관광의 위기는 해외시장이 코로나19 방역 빗장을 풀고 있는 지금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며 "그동안 국내 관광 1번지로서 역량을 축적해 온 제주도에 관광청이 신설돼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woo1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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