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동보호체계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1985년 공립기관 최초 서울시립아동상담소(현, 서울특별시 아동복지센터)가 아동학대 고발센터를 개설하였고 1996년 국내 최초 아동학대상담센터(현, 아동보호전문기관) 개소 및 온라인 '아동의 전화'를 개설하며 아동학대 상담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아동학대 관련 기관들은 존재자체도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아동학대라는 단어도 생소했다. 그러나 1998년과 1999년 전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었고 이를 통해 학대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며 아동학대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게 되었다. 이후 2014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 제정은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아동의 보호체계를 강화하였고 2021년 특례법의 개정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수사 강화, 피해아동의 분리보호 등 아동학대범죄에 대해 대응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이후 지난 20년간 아동학대는 많은 발전을 이루어 온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아동학대로 인해 꽃피우지 못하고 희생된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는 아동학대 관련 정책을 빠르게 내놓았고 그러한 정책들로 인해 현재의 아동보호체계가 만들어져왔다. 하지만 정부에서 내놓는 그 정책들은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책을 실행할 예산과 인력이 없다면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아동학대 관련 정책을 수행해야할 아동보호체계 내에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입장에서 아동보호체계가 개선해야할 방향에 제언하고자 한다.
2020년 10월부터 아동학대조사 공공화가 이뤄지며 그동안 조사업무와 사례관리업무를 병행해왔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심층사례관리 전담기관으로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에 대해 학대피해아동과 학대행위자, 가족을 직접 만나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직접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원을 연계하고 아동이 안전하게 생활하는지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학대피해아동 각 가정은 그 가정마다 상황과 사정이 다르기에 무엇보다 세밀한 사례관리가 필요하고 그러한 세밀한 사례관리를 위해서는 가정을 담당하고 있는 상담원들이 많은 경험을 쌓고 훈련을 받으며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국가는 정책들을 내놓으며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상담원의 개인 희생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 연구에 따르면 상담원 1인당 평균 55.1사례를 담당하고 있는데 미국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미국의 CPS체계 내 적정사례관리 가정수인 최대 17가정에 대비하여 2~3배가량 많은 사례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사례관리를 거부하는 가정이 많고 학대행위자에게 폭언, 폭설을 듣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며 낮은 보수를 받고 아동학대 상담업무를 지속하며 희생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2020년 전국 평균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이직률은 34.4%로 매년 상담원의 3분의 1이 퇴사를 하고 있고 남아 있는 상담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도 3.4년에 불과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소규모 법인이나 지방의 기관들은 인력채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말한 세밀한 사례관리를 위한 전문가를 양성하기에는 인력도 시간도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프라 확충과 상담원의 근무여건이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어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확충 계획과 상담원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임금개편은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매년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데 정부와 각 지자체는 적정 사례관리 수를 위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인프라 확충과 아동학대 상담원의 처우개선 현실화를 위한 예산을 확보를 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아동학대 상담원들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2023년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프라 확충과 상담원의 근무여건이 현실적으로 개선되는 원년이 되어 이를 바탕으로 아동보호체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Copyright © 베이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동 성추행 논란 '오은영 리포트'... 결방으로 끝날 일일까? - 베이비뉴스
- 우리나라 아동 사망 원인 1위 '자살', 삶의 만족도↓ - 베이비뉴스
- 서울시 대중교통비 300원 오른다... "8년 만에 인상" - 베이비뉴스
- 자녀 많이 낳으면 세금 줄여주는 프랑스식 조세제도 도입 추진 - 베이비뉴스
- 올해 10월도 출생률 또 하락... 인구 9104명 자연감소 - 베이비뉴스
- 아이와 해외여행 갈 때 ‘이것’ 꼭 챙기세요 - 베이비뉴스
- 학교 시험문제 다운로드 20만원... 저작권법 위반 업체 '덜미' - 베이비뉴스
-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새 이사장에 김애순 후보 당선 - 베이비뉴스
-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럭키칠곡 챌린지’를 아시나요? - 베이비뉴스
- NE능률, ㈜링키와 스마트 학습 프로그램 제휴 업무협약 체결 - 베이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