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혼자서기',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한 1년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2021년 6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한국수력원자력이 함께 자립준비청년과 자립준비아동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위해 '열여덟 혼자서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열여덟 혼자서기'는 경상북도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공동생활가정 및 아동양육시설 18개소, 약 120여 명의 자립준비아동 및 청년들을 대상으로 각 생애주기에 맞는 단계별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아이들의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아직 시설을 퇴소하지 않은 자립준비아동에게는 먼저 자립을 경험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멘토링과 다양한 진로에 대해 탐색해 볼 수 있는 진로교육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주거, 법, 경제 관련 교육, 자립역량 강화 교육과 심리검사 등을 통한 심리정서 지원 등 자립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에게는 매월 30만 원의 자립수당,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자립정착금과 학업을 위한 장학금, 그리고 아동의 필요에 따라 의료비, 자기계발비, 자립체험비 등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경제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자신의 전공 및 적성을 살린 분야의 기관에서 직접 근무해 보며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설계해 볼 수 있는 '직장체험 인턴십'을 제공해 아이들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약 1년 반 동안 많은 아이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면서 '인턴십'을 통해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한 아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고에 다니던 아동은 학교에서 전공하던 컴퓨터 분야로 대학을 갈지, 아니면 본인이 좋아하는 동물 관련 분야로 갈지 고민이 많았다. 아동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권유받아 아동이 좋아하는 '말'을 매개로 심리치료를 하는 승마장에서 한 달간 인턴을 했다. 아동은 승마장에서 일하면서 난생처음 해보는 말똥 치우기부터 마사 관리, 먹이주기, 승마 훈련 등 모든 것이 낯설고 흥미로웠다. 인턴십을 통해 처음 접한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고 유익했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결국, 자신의 적성에 맞는 '반려동물학과'로 대학에 진학했다. 아동은 이번 인턴십을 통해 '경험해 보지 않은 다른 세계에도 용기 내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의 말을 통해 우리 사업이 존재해야 되는 이유와 그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자립은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이 아니다. 자립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여, 보호 종료 전부터 자립 지원계획을 세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자립 연령에 도달했다고 종결하는 것이 아닌, 보호 종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며 개별적으로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가 마련되어 정착되어야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기댈 수 있는 버팀목,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열여덟, 스물, 스물둘. 어린 나이에 자립을 해야만 하는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하면서 자립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자립을 위한 각종 지원들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의 세상을 함께 고민해 주고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 필요하다. 세상 밖에 나와 혼자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옆에서 도움을 주고, 조언을 해주는 이는 있지만 선택과 결정, 책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어렵고 두려운 일을 하나씩 해내는 것이 자립의 첫 시작이다. 어렵고 두려운 일을 해내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늘 한결같은 자리에 머물며 잘 해내고 있다고 응원해 주며, 그 선택을 지지해 주는 것, 그리고 혹여나 부정의 결과가 나와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해 주는 일뿐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인생을 배워가는 여정 속에서, 언제든지 힘들 때 손을 내밀면 잡아줄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어른들이 점차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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