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추락 하반기까지 계속…부동산 암흑기 대구, 올해도 '먹구름'
"양도소득세 면제·분양권 전매 허용 등 규제 더 풀어야"
(대구=뉴스1) 김종엽 기자 = '거래절벽', '미분양 무덤', '부동산 빙하기'
2022년 침체된 대구의 부동산 경기를 함축한 단어다.
지난해 대구의 부동산 시장은 집값 하락 우려와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등의 영향으로 매수세가 위축돼 거래가 거의 끊겼다.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지속에 따른 청약률 저조로 미분양은 역대급으로 쌓였고, 매매가 하락세가 1년 내내 이어지며 낙폭 신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웠다.
대구를 뒤덮고 있는 '부동산 먹구름'은 새해에도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년 전 공급 폭탄에 따른 입주물량이 쏟아져 가격 하락은 더 가팔라지고, 미분양 물량이 계속 쌓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쏟아내는 각종 대책도 매수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부동산 시장 한파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분양 무덤 대구'…11년 9개월 만에 1만1000 가구 돌파
지난해 11월 대구시에 등록된 미분양 아파트는 1만1700가구로 2011년 2월 기록한 1만1929가구 이후 최대 물량이다. 2020년 말 280가구에 불과하던 미분량은 2021년 말 1977가구로 늘었고 다시 불과 11개월 만에 5배 가량 폭증했다.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1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물론 수도권 전체 미분양(1만373가구)보다 1327가구나 많다.
구·군별 미분양 물량을 보면 수성구가 3107가구로 가장 많고 달서구(2388가구), 남구(1606가구), 북구(1514가구), 동구(1200가구), 중구(1064가구), 서구(778가구), 달성군(43가구) 순이다.
지난 1년간 '미분양 무덤'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대구의 신규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뚝 떨어졌고, 매매가격 변동률은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 R114'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대구지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0.5대 1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다. 전국 평균(7.7대 1)에 크게 못미친 것은 물론 2021년 평균 4.3대 1보다도 낮다.
분양·광고대행사 애드메이저 조두석 대표는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중도금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포기하면서 해약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2022년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집값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거래절벽 장기화가 청약시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이뤄진 대구의 아파트 거래는 2만122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1.1%(3만3341건) 감소했다.
지난 1년간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하락폭은 11.91%로 2019년 -0.38% 이후 3년 만에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세가격 누적 하락률도 14.31%로 2016년 -3.12% 이후 6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아파트 매매·전세 중위가격 변화 추이를 보면 대구의 집값 하락세가 실감난다.
지난해 대구의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년 8개월 만에 3억1000만원선이 무너졌다. 중위가격은 조사 표본을 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하기 때문에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해 1월 3억3900만원이던 대구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11월 3억700만원으로 1년도 안돼 8.8%(3000만원)나 빠졌다. 2012년 통계 발표 이후 3억1000만원대(2021년 3월 3억1035만원)까지 올라가는데 9년 3개월이 소요됐지만 무너지는데는 20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2012년 통계 발표 이후 9년 7개월만인 2021년 7월 최고가인 2억5500만원을 기록했던 중위전세가격은 지난해 1월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11월 11.7% 하락한 2억2500만원으로 1년 5개월 만에 2억3000만원대가 무너졌다.
대구의 중위전세가격이 2억3000만원대(2021년 6월 2억3154억원)에 진입하는데는 9년 6개월 걸렸다.
대구의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1년간 혹한기를 겪으면서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도 급감했다.
2018년 2만64가구, 2019년 2만7141가구, 2020년 3만733가구, 2021년 2만4031가구 등 4년 연속 2만가구 이상 공급됐다.
하지만 지난해 24개 단지 1만3000여가구 밖에 공급되지 않아 전년보다 45% 감소하는 등 최근 5년 새 가장 적은 물량을 기록했다. 당초 예정됐던 41개 단지, 2만7671가구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분양대행사 '아름다운사람들' 백영기 대표는 "지난해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증가와 매매가격 하락 등으로 대구의 부동산 경기가 1년 내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정부가 뒤늦게 규제를 완화하고 나섰지만 3고 지속에 따른 '거래절벽'을 무너뜨리지 못했고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올해가 더 걱정…"입주 폭탄에 고금리 족쇄"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 여파로 대구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올해도 회복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올해 입주 물량이 역대급으로 많아 가격 하락이 더 가팔라지는 등 부동산 시장 한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2023년 대구의 입주 아파트는 3만6059가구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23년 만에 가장 많다. 2024년 입주 물량인 2만1000여가구를 합치면 2년간 5만7000가구가 넘는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입주가 한꺼번에 몰리면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세입자를 못구하는 등 자금조달 문제로 입주가 늦어지거나 아예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대구의 아파트 입주율은 65.5%로 새 아파트 10채 중 3채 이상이 빈 집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입주 원인으로는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 52%로 가장 많고 세입자 미확보(24%), 잔금대출 미확보(22%)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부동산 침체의 주요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채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아파트 신규 사업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최근 발표한 2023년 대구 신규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1만5435가구다. 이는 당초 예정됐던 3만4419가구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은 아예 아파트 신규 사업 계획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침체한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잇따라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6월과 9월 두차례에 걸쳐 대구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여기에 지난달 발표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라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가 폐지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떨어지게 돼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다주택자의 취득세율 역시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고,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는 1년 연장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차례에 걸쳐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3.25%까지 올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연평균 금리가 5~7%대로 치솟았다.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또 결정되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주담대 8%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특히 소득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족쇄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DSR은 총소득에서 전체 대출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는 DSR 3단계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한도가 자동으로 줄어들어 아파트를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분양대행사 '아름다운사람들'의 백영기 대표는 "정부가 LTV 등을 일부 완화했지만 DSR 규제가 여전한데다 대출금리 인상이 계속되는 한 대구의 부동산 시장을 뒤덮고 있는 침체의 먹구름은 더 짙어질 수 밖에 없다"며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 때 단행된 85㎡ 이하 아파트 구입 시 5년간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 및 분양권 전매 허용 등 대대적인 완화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부동산 침체가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im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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