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증오를 이긴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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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좌파의 상징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가 브라질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근소한 표차로 12년 만에 돌아온 룰라는 경제난 속에서 분열된 브라질을 통합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룰라는 30분 간의 취임 연설에서 보우소나루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임 정부의 국정 운영과 정책을 비판했다.
주요 외신은 브라질의 극명한 분열 속에서 룰라가 취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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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좌파의 상징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가 브라질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근소한 표차로 12년 만에 돌아온 룰라는 경제난 속에서 분열된 브라질을 통합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1일(현지시각) 룰라 대통령이 공식 취임했다. 룰라는 이날 오후 취임식에서 “오늘 우리의 메시지는 희망과 재건”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민주주의는 큰 승리자였다”고 말했다. 2010년 말 8년 동안의 집권을 마치고 물러났던 그는 지난해 치러진 대선에서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8%포인트 차이로 힘겹게 이기고, 세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룰라는 30분 간의 취임 연설에서 보우소나루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임 정부의 국정 운영과 정책을 비판했다. 룰라는 “지난 행정부 4년 동안 70만명이 코로나19 사태로 사망했고 수백만명이 가난에 빠졌으며 아마존 삼림 파괴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또 복수하려 한다는 것은 부인하면서도 “실수를 만든 사람들은 그 실수들에 응답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주요 외신은 브라질의 극명한 분열 속에서 룰라가 취임했다고 전했다. 룰라의 지지자들은 이날 ‘사랑은 증오를 이긴다’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그의 취임을 환영했다. 아마존 지역에서 육로로 55시간을 이동해 취임식을 보러 온 프란첼리 안조스는 <가디언>에 “새로운 봄이 왔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긴장감도 이어졌다. 이날 브라질리아 당국은 시위나 유혈 사태를 우려해 경찰 병력 전체인 8천명을 배치했다. 실제로 취임식장에 칼과 폭발물을 가지고 들어가려던 남성이 붙잡히기도 했다. 성탄절 전날에도 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한 보우소나루의 지지자가 경찰에 체포됐었다. 룰라의 미국 전기 작가인 존 디 프렌치는 “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선거 후 극도로 분열된 국가를 재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호한 발언들로 대선 불복 논란을 불렀던 보우소나루는 이틀 전 미국 플로리다로 향해 이날 취임식에 불참했다. 보우소나루는 출국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전히 자신의 선거 패배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폭력적 시위를 벌이는 자신의 일부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규범과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 다른 쪽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보우소나루가 전통적인 승계 절차를 생략하고 플로리다로 떠난 것은 성숙하지 못한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상징적으로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브라질의 경제 상황은 빈곤 종식을 내세운 룰라의 순항을 가로막을 요소로 꼽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10년 룰라가 퇴임하던 때에는 중국의 수요 증가로 브라질이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불확실한 전망과 마주하고 있다”고 짚었다. 룰라의 지지층은 빈부격차 해결을 기대하고 있지만, 국가지출 확대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국제사회와 환경단체의 지지를 받는 아마존 삼림 보호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미 룰라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번에 다시 환경부 장관을 맡게 된 마리나 시우바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농업계와 대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룰라의 취임으로 중남미는 2000년대 이후 다시 새로운 ‘핑크 타이드’(분홍 물결)를 완성하게 됐다. 지난해 6월 콜롬비아에서는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가 첫 좌파 대통령에 당선됐다.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멕시코(2018)와 아르헨티나(2019년), 볼리비아(2020년), 페루·칠레(2021년) 등에서 좌파가 집권하고 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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