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패뷸러스' 채수빈 "벌써 서른, 이젠 성숙한 연기 보여드리고 싶어요" [인터뷰]

김종은 기자 2023. 1.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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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패뷸러스, 채수빈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정신 없이 달려오다 보니 벌써 데뷔 10년 차, 나이는 서른이 됐다. 쉴틈 없이 매년을 채워왔지만 지금껏 보여준 것보단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더 많다는 배우 채수빈이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더 패뷸러스'(극본 김지희·연출 김정현)는 패션(fashion)이라 쓰고 열정(passion)이라 읽는 패션계에 인생을 바친 청춘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하이퍼리얼리즘 로맨스. 당초 지난 11월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정보다 한 달여간 밀리게 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더 패뷸러스'를 공개하게 된 채수빈은 "신기하다. 1년 전 추운 겨울에 촬영을 시작한 작품인데, 그때 우리가 나눴던 행복했던 추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소감을 밝혔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어땠을까. 채수빈은 "무겁지 않게, 재밌게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대본도 편하게 읽혔고 재밌게 찍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기대처럼 촬영은 유쾌하고 재밌었고 방송에도 예쁘고 화려한 느낌이 잘 담겨 행복했다. 한국에도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다고 자랑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최민호, 이상운, 박희정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처음엔 어색하긴 했지만 나이대가 비슷하다 보니 금세 친해지게 됐다"는 그는 "확실히 친해지고 나면 카메라에서 보이는 케미도 확실히 잘 사는 것 같다. 초반엔 억지로 텐션을 올려서 촬영했다면 마지막엔 자연스레 녹아났다. 너무 분위기가 좋아 촬영이 불가능했을 정도다"라며 웃었다.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먼저 최민호에 대해 "처음에 어색해 할 때 민호 오빠가 많은 도움을 줬다"며 "일부러 편하게 해주려고 장난치고 편하게 해줬다. 촬영이 힘들다 보면 지칠 때도 있는데 옆에서 으쌰으쌰 텐션을 올려주기도 했다. 촬영 말미엔 다들 너무 친해져서 웃다가 촬영을 진행 못할 때도 있었는데 그땐 선배답게 무게를 잡아주기도 했다. 보면서 너무 멋있다 이런 느낌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먼저 선호 역의 희정 언니는 원래 모델이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거였는데, 연기적인 고민들을 되게 많이 공유했다. 혼자 이겨내려고 하지 않고 우리들과 솔직하고 진지하게 소통하려 했다"고 박희정과 친해진 계기를 설명한 그는 "이상운 배우는 드라마에서처럼 워낙 끼가 많고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이젠 오빠의 얼굴만 봐도 웃길 정도다. 그만큼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처음에 어색할 때도 자신의 TMI를 들려주면서 가까워지려 노력해 줬다. 참 배려 많고 착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극 중 채수빈은 패션 대행사 오드리에서 일하는 표지은 역을 연기했다. 어려서부터 예쁜 것이 좋아 패션을 쫓게 됐고 결국 패션 업계에 종사하게 된 인물이다. 평소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인물을 연구하는 시간을 갖는 편이라는 채수빈은 "대본에는 늘 인물의 '현재'만 나와있지 않냐.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과거를 갖고 있는지 늘 생각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 지은이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랑 가득한 가정에서 예쁨을 잔뜩 받고 자란 인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나만의 지은을 상상해 채워 가봤다"고 설명했다.

그런 채수빈에게도 표지은을 공감 못 할 순간은 존재했다. 특히 전 연인 지우민(최민호)과 헤어지고 나서도 친구 사이를 유지하는 관계가 이해하기 어려웠단다. "개인적으론 엑스와 친구로 지내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채수빈은 "현실 속 나라면 굳이 그 끈을 이어가진 않을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도, "다만 지은이로서 몰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조세프(이상운)나 예선호(박희정) 같은 친구가 있기에 가능했던 관계였다. 둘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보니 쿨하게 지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전 남자친구라 하더라도 친구라는 존재 때문에 칼같이 끊어내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지우민이 표지은 몰래 준비한 깜짝 이벤트에 대해서도 "나라면 조금 부끄러웠을 것 같다. 자신의 사진을 그렇게 방 안에 가득 채워놓으면 부끄럽지 않겠냐"며 "다만 지은이 입장에선 감동을 받아야 할 신이기에 일부러 촬영 전에 그 세트장을 안 봤다. 그동안 우민이가 날 사랑의 시선으로 봤던 거였다는 걸 포인트로 두고 그 감정을 연기하는 데에만 집중했다"라고 이야기했다.


2013년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통해 데뷔한 채수빈은 이번 '더 패뷸러스'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20대를 마무리 짓게 됐다. 연예계에 발을 들인지도 벌써 10년 차가 됐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너무 말도 안 되게 흘러가버렸다"라고 소회를 밝힌 채수빈은 "여전히 마음은 18살인데 어느새 서른이 됐다. 아직 어색하다. 데뷔 초까지만 하더라도 현장에 가면 다 언니, 오빠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출팀 막내분이 날 '선배님'이라 부르더라"라며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채수빈은 "연기하는 스타일도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뀐 듯하다"라며 "과거 내 작품을 보면 되게 날것의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 앵글이나 시선을 계산하고 신경 쓰며 연기하고 있더라. 틀에 맞춰 연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쉽사리 고쳐지지 않더라. 고민이 돼 주변 선배들께 물어보니 '그만큼 네가 연기적으로 노하우가 쌓이면서 성숙해진 거야'라고 해주셨다. 작품의 흥행을 떠나서 꾸준히 이렇게 하다 보면 나중엔 다른 선배들처럼 멋진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어 채수빈은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10년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냐는 물음에 "지금껏 사랑스럽고 밝고 씩씩한 캐릭터만 해온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채수빈'하면 그런 이미지만 떠오르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도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욕심이 있다. 개인적으로 로맨스를 하더라도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판타지나 드라마적인 역할보단 현실에 녹아든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패뷸러스 | 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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