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 대한민국 외교, 이제 인도태평양으로 가자

여론독자부 기자 2023. 1.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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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세계 GDP 60% '전략적 요충지'
中 공세에 '해양 협력' 중요해져
유럽 등 역외 국가까지 관여 강화
韓도 철저히 국익 고려한 전략 필요
[서울경제]

바야흐로 인도태평양 시대다. 현재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살고 2030년에는 세계 신흥 중산층의 90% 정도가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창출되니 세계 경제성장에 3분의 2 정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교역로이자 에너지 수송로인 주요 해양교통로(SLOC)가 집중돼 있어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특히 인도양의 양단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은 군사 전략적 측면에서 중요한 관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략적 가치 때문에 일찍이 해양 전략가 앨프리드 머핸은 이 지역을 장악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도양과 태평양은 미국 주도의 질서 하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었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다른 양상을 띠게 됐다. 중국은 원유 수입의 80% 정도를 ‘호르무즈 해협-인도양-말라카 해협-남중국해’를 통과하는 해양 교통로에 의존한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을 틀어막으면 중국 경제는 순식간에 마비되고 국가전략에도 심각한 차질이 발생한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2010년 즈음부터 역내에 배타적인 군사적 영향력 확보에 공을 들여왔고 이러한 노력은 ‘진주 목걸이 전략’이라는 역내 해군기지 네트워크 구축 전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는 ‘현상 유지’를 원하는 국가에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보 노력이 ‘해양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고 아울러 ‘해양 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로 인도양과 태평양의 ‘연결성’이 더는 당연시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연결성 유지의 중요성은 양 대양(大洋)을 연결하는 인도태평양이라는 새로운 지역 개념의 태동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인도태평양을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로 발생한 새로운 지정학적 지역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의 지역 개념은 변화를 거듭했고 인도태평양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아시아태평양’이라는 기존의 지역 개념을 빠르게 대체하는 형국이다.

인도태평양이 새로 부상한 지역 개념이라면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중 사이 선택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인도태평양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안보뿐 아니라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중요하지만 다양한 도전 요인들이 산적한 지역이기도 하다. 지구를 보호하며 빈곤을 종식시키고 지구촌이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지역이다. 미국과 일본·호주·인도뿐 아니라 영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캐나다 같은 역외 국가들이 이미 각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갖춰 역내 관여를 강화하는 이유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뒷줄에 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인도태평양에 관여하고 있다. 전략적 목표가 다르고 미국과의 협력 정도도 상이하다.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역시 이러한 시각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엄연한 인도태평양 국가다. 인도태평양의 연결성 유지와 개방된 해양 질서는 한국에 사활적 이익이기도 한다.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인도태평양의 해양 교통로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아시아 전략으로 채택해 역내 해양 안보와 해양 협력에 이미 많은 기여를 해왔다. 한국도 포괄적 지역 전략을 갖춰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손색없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선보였지만 이제 그 실행은 정치적 의지의 영역이다. 한국 외교가 북한 문제의 볼모가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023년 대한민국 외교, 이제 그러한 관성에서 벗어나 인도태평양으로 가자!

여론독자부 기자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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