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메인이던 시대 끝났다, CES 2023 주인공은 이것 [박건형의 홀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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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긴 터널이나 계곡, 낭떠러지가 있을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대출 금리, 주식시장의 하락세 등 이미 위험을 체감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 말에 테크 산업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나아갈 지향점을 알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퍼펙트 스톰’이 예고되는 상황에서는 어떤 기업도 승리를 자신하기 힘듭니다.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5일 지구 반대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3은 올 한해 테크 산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거대한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5년간 CES는 전세계 소비자 가전 업체들이 기업의 미래상과 신제품을 선보이는 경연장이었고, 이제는 자동차와 모바일은 물론 스타트업 업계까지 아우르는 독보적인 종합 테크 전시회가 됐습니다. 2021년 온라인, 지난해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열렸던 CES는 올해 다시 전세계 기업과 관람객을 향해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CES가 어떻게 오늘날의 위상을 갖게 됐는지를 간략히 정리하고 씨넷, 테크크런치,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유명 테크 매체를 비롯한 외신과 국내 기업들의 자료를 모아 CES 2023을 전망해 봤습니다. ‘디코드 2.0판 CES의 모든 것’입니다.
◇전시박람회는 영화 ‘300′ 주인공 발명품
전시회(Exhibition·展示會)는 박람회라고도 하며 무역·산업·교육 분야 혹은 상품 및 서비스 판매업자들의 대규모 상품진열을 의미합니다. 유럽에서는 주로 트레이드 페어(Trade Fair)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호텔이나 행사 주최측에서는 연회장 및 기타 설비의 임대행사라고 할 수 있죠. 기록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박람회는 구약성서 에스더 1장에 등장합니다. 여기에는 “(페르시아 왕인) 아하수에로왕이 재위 3년에 왕국의 번영과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는 재화들을 전시하고 10일 동안 축제를 베풀었다”는 문구가 나옵니다.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를 침공했던 바로 그 왕입니다. 이후 중세에는 유럽 각국의 국왕이나 영주, 기사 등이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각종 하사품이나 진상품, 전리품 등을 진열하고 베푸는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현재와 같은 박람회는 1761년 영국 런던 공업전시회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이후 프랑스와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비슷한 형태의 전시회가 열렸지만 1851년 런던에서 열린 종합박람회가 최초의 ‘엑스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헨리 콜과 앨버트 왕자가 주최한 이 엑스포에는 당시 영국 인구의 3분의 1인 600만명이 현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들의 이동 편의를 제공하면서 태동한 여행사가 바로 ‘토머스 쿡’입니다. 이후 에펠탑을 낳은 1889년 파리 엑스포, 아토미온을 만든 1956년 브뤼셀 엑스포 등 본격적인 엑스포의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각국의 경쟁은 무력 대신 누가 더 큰 경제력을 갖고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앞다퉈 전시회를 만들고 초대형 전시장 구축에 나섭니다. 그 결과 MICE라는 거대 산업이 탄생했죠.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앞 글자를 딴 겁니다. MICE 산업은 대상이 기업이나 학회 인 만큼 일반 관광산업보다 부가가치가 월등히 높습니다.
◇CES는 어떻게 테크 MICE의 승자가 됐을까
당연히 테크 산업에서도 수많은 전시회들이 경쟁을 벌였습니다. 과거 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흐름을 주도했던 대표적 전시회로는 세빗(CeBIT)과 컴덱스(COMDEX)를 꼽을 수 있습니다. 1970년부터 2018년까지 독일 북부도시 하노버에서 열렸던 세빗은 유럽 최대의 테크 전시회로 가전 분야 제품 출품이 주를 이뤘습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바로 이 CeBIT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갖추게 됐습니다. 거대한 전시장을 기반으로 수십 년간 호황을 누렸지만 가을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와의 경쟁에서 밀려 사라졌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OMDEX는 1979년부터 2003년까지 열렸던 컴퓨터 전문 전시회입니다. Computer Dealer’s Exhibition의 약자로 컴퓨터 관련 B2B 전시였습니다. 컴퓨터 산업의 급성장과 호황으로 인해 전성기를 누렸지만 컴퓨터 산업이 다른 분야와의 결합이 중요해지고, 관람객이 제한돼 있었다는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태됐습니다.
현재 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3대 전시회로는 1월 초의 CES, 2월 말에서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 9월 독일 베를린의 IFA(International Funkausstellung)를 꼽을 수 있습니다. CES는 IT신기술이 결합된 가전 박람회로 미국과 아시아 업체가 주도합니다. IFA 역시 CES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가전의 비중이 좀 더 높고, 미국 기업 대신 유럽 업체들의 참여가 두드러집니다. MWC는 통신업체들이 주도하는 이동통신 기술, 디바이스 전시 위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CES의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전시 규모나 참여 업체 숫자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테크 박람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CES는 1967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개최된 뒤 1995년부터 라스베이거스로 장소를 옮겨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CES의 현재 위상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선 미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자 시장이라는 겁니다. 또 주최가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입니다. CTA는 미국 1376개 소비자 기술 회사를 대표하는 표준 및 무역 기구로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익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기술과 신제품은 가장 잘 팔리는 곳을 공략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바로 미국이죠. 특히 CES 기간에는 전세계 기업과 바이어, 미디어의 관심이 라스베이거스에 집중됩니다. 수많은 기업 경영자와 기업인이 모이다 보니 지구 반대편에 있는 파트너와 미팅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입니다. CTA에 따르면 CES 참여하는 경영진은 행사 기간 동안 평균 29회의 미팅을 진행합니다.
◇CES가 이끌어낸 혁신
CES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의 신제품·신기술 발표가 이뤄집니다. CES에서 데뷔해 전세계인의 삶을 바꾼 디지털 기술과 제품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1970년~1980년대에는 VCR, 캠코더, CD플레이어가 등장했습니다. 1990년~2000년대에는 DVD, HDTV, X박스, OLED TV가 선보였습니다. 2010년대 이후에는 안드로이드 기기, 자율주행차, 3차원 프린터, 대체육이 CES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CES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글로벌 대체육 시장의 선두주자인 임파서블 푸드는 CES 2019에서 버거킹과 함께 ‘임파서블 와퍼’ 개발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식물성 버거는 미 전역의 버거킹 매장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IoT(사물인터넷) 기업 링 도어벨 역시 CES 2019에 데뷔한 뒤 아마존에 인수됐습니다. 현재 기업가치가 12억달러에 이릅니다. CES의 스타트업 전시공간인 유레카 파크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투자 받은 금액은 알려진 것만 100억달러 이상이라고 합니다.
경제매체 포천이 꼽은 500대 기업 가운데 330곳 정도가 CES에 참여하다 보니 누군가의 눈에 들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가 없는 것이죠. 지난해 CES 2022에 등록한 전세계 미디어는 3100개, 보도된 기사 건수는 17만7000개로 추산됩니다. CES는 라스베이거스라는 거대 도시를 움직이는 산업 자체이기도 합니다. 1978년부터 CES를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사람은 지난해까지 490만명, 경제적 파급 효과는 60억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CTA에 따르면 CES 2020의 경우 관람객과 전시기업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실제 사용한 지출만 1억6900만달러에 이릅니다.
◇CES를 통한 테크 권력의 이동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던 CES는 1990년대 일본 전자회사들이 급성장하며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소니, 히타치, 교세라, 닌텐도 등 전자 전분야에 걸쳐 일본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냈고 워크맨과 비디오 플레이어, 비디오 게임기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들이 등장했습니다. 이후 핀란드 노키아가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강력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몇 년 간 CES를 이끌었죠.
최근 10년 간은 한국과 중국의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한국 기업들은 TV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우위를 기반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했고 자사 제품으로 집안 전체를 채우는 자체 생태계 비전을 선보였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혁신보다는 모방과 중저가 전략으로 물량 공세를 펼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런 추세가 유지됐지만, 미·중 테크 전쟁이 본격화되자 양상이 급변했습니다. CES에서 맹위를 떨치던 화웨이와 ZTE의 퇴출은 중국 기업과 관람객들의 실종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CES 2023에서도 중국은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할 전망입니다.
CES는 최근 글로벌 기업간 합종연횡의 장으로 면모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행사 기간 테크 업계들의 거물, 각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다 전세계 미디어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를 발표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적은 없다는 격언이 가장 어울리는 장소가 된 것이죠. 지난 2020년에는 소니가 도요타와 손잡고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전자는 미국 최대 의료업체인 카이저 퍼머넌트사와 협력을 선언했습니다. 파나소닉은 디즈니와 프로젝션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했습니다.
카테고리 다변화도 뚜렷한 추세입니다. CES는 원래 영상기기, 그 중에서도 TV를 중심으로 한 행사였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영화, 드라마, 스포츠 중계의 메인 플랫폼인 TV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TV 경쟁이 한국 기업과 소니 체제로 재편되면서 TV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전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CES 주최사인 CTA는 카테고리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등장한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큰 분야는 오토테크(자동차, 자율주행, 전기차) 또는 모빌리티라 할 수 있습니다. CES가 모빌리티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대거 출품하기 시작했고, 1월 중순에 열리는 전통의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아성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CES는 현재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블록체인, 가상화폐, NFT(대체 불가능 토큰), 빅데이터, 디지털 헬스, 스마트홈 등 매년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ESG 같은 시대적 사회적 트렌트까지 주요 전시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CES 2023 ‘빠져 들어라’
자 그럼 올해 CES 2023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올해 CES 본행사는 1월5일부터 8일까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및 주요 호텔에서 열립니다. 주제는 ‘Be in it(빠져들어라)’입니다. 예상 관람객은 10만명 이상인데 이 가운데 35% 이상이 미국 밖에서 찾아올 전망입니다. 170국 이상에서 라스베이거스를 찾습니다. 참가 기업은 삼성·SK·LG·구글 등 최대 3000여개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1000개 이상은 CES에 처음 데뷔합니다. 다만 아직 엔데믹은 아닙니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CES 2020에는 관람객이 17만명, 전시업체는 4000곳이 넘었습니다. 매년 CES 전시 카테고리를 다변화하고 있는 CTA는 올해 41개의 카테고리를 선정했습니다. 5G, 인공지능, 로보틱스, 드론,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모빌리티 처럼 주류가 된 기술이 있는가 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지속 가능성, 스포츠 같은 이머징 테크도 대거 등장합니다.
매년 큰 화제를 모으는 CES 기조연설에는 올해도 글로벌 거물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리사 수 AMD CEO, 존메이 존디어 회장, 올리버 집세 BMW 회장, 게리 샤피로 CTA 회장, 에드 바스티안 델타 회장, 카를로스 테바라스 스텔란티스 CEO 등이 등장해 자사의 비전을 선보이고 글로벌 화두를 던질 예정입니다. CES 기조연설과 컨퍼런스 대부분은 온라인 생중계와 녹화중계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사람 없는 기술은 없다·웹 3.0
다음은 올해 CES 2023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몇가지 꼽아 보겠습니다. CES를 주관하는 CTA는 매년 CES에 출품된 제품 가운데 뛰어난 비전을 제시하는 제품을 골라 CES 혁신상을 수여합니다. CES 2023에서 CTA는 UN산하 WAAS와 협업했습니다. 깨끗한 공기와 물, 전세계인의 건강 등의 가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의 가치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최근 ESG로 대표되는 기업들의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CTA는 핵심 기술로 수면 기술, 정신 건강, 원격 의료, 원격 환자 모니터링, 스마트 보청기, 디지털 치료법 등을 꼽았는데 모두 헬스케어 기술입니다. 특히 스마트 보청기의 경우 최근 미식품의약국(FDA)이 처방 없이도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면서 가장 큰 성장이 전망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웹 3.0 시대도 CES 2023을 통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전세계를 연결하는 웹은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큰 진화를 이뤘습니다. 웹 1.0은 웹사이트 제작자가 정보를 올리면 그걸 보기만 할 수 있던 방식이었고, 웹 2.0은 참여는 할 수 있되 소유는 할 수 없는 현재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는 웹3.0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콘텐츠 제작자가 소유에도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아직까지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습니다. CTA는 2022년 메타버스를 새 카테고리로 추가했는데, CES 2023에서는 메타버스를 가상화폐, 블록체인과 묶어 웹3.0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묶었습니다. 메타버스가 웹3.0에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인터넷이 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의 부상이 CES 같은 첨단 산업 전시회의 미래를 위협하지는 않을까요.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는 CES가 바이어·투자자·공급업체·파트너·미디어·컨설턴트·시장 분석가 등 전세계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전시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시간 때문에 컨퍼런스에 참석하거나 원하는 전시업체를 만나기 힘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보완책이 될 것입니다.”
◇TV에서 EV로, 지상에서 바다와 하늘로
CES가 주력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는 올해도 확장될 전망입니다. CES는 이미 완성차 업계는 물론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도 프랑크푸르트, 디트로이트, 파리, 도쿄 같은 초대형 모터쇼의 입지를 위협하는 수준이 됐습니다. 심지어 CES를 ‘세계 최대의 모터쇼’라고 지칭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올해 CES에 참여하는 자동차 기업은 300곳이 넘습니다. 물론 내연기관의 미래 따위는 없습니다. CES의 메인이 TV에서 EV(전기차)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EV혁명의 그라운드 제로’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자율주행도 여전히 화두입니다. 트랙터 업체 존디어는 24시간 작동하는 AI기반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인다고 예고했습니다. 소니와 혼다는 합작해서 만든 전기차의 첫 콘셉트카를 CES 2023에서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폴크스바겐, 램,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 벤츠도 전기차 신모델을 공개합니다.
전기와 자율주행이 자동차만의 영역은 아닙니다. 바다로 하늘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마린테크는 CES 2023의 주요 화두이기도 합니다. 해양, 선박은 전세계 물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전기보트와 자율주행 선박은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칸델라는 파도 위를 달리는 전기보트 ‘C-8′을 공개합니다. 또 브런스윅, HD현대도 선박과 해운의 미래를 공개합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아스카는 전기 수직 이착륙(eVTOL) 항공기를 공개하는데 이 비행기는 땅 위에서는 자동차처럼 도로를 달립니다. 아직 시제품과 개념 수준이겠지만 흥분되는 비전이기는 합니다. 포뮬러1에서 활약했던 마카는 경주용으로 제작된 수소 헬리콥터 ‘S11′을 선보입니다.
◇인공지능과 푸드테크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더 이상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딥러닝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사실상 모든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사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각종 가전은 물론 안마의자, 비데, 스위치, 조명 같은 전통 분야에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핵심으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전시회에 참여한 기업이 과거에 어떤 분야에 집중했는가 보다는 첨단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AI는 보이지 않지만, CES 2023의 모든 곳에서 AI의 존재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CES에서 처음 카테고리로 채택된 푸드테크의 진화도 눈여겨볼 카테고리입니다. 푸드테크 블로그 ‘더 스푼’ 설립자 마이클 울프는 5일 CES 현장에서 지구를 위한 식품 시스템 재창조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 회사 페어와이즈의 CEO 톰 애덤스가 푸드테크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합니다. 또 전시관 곳곳에서는 발효 또는 실험실 배양을 통해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우유, 육류 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부스를 목격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 밖에 로봇 요리사와 식물 기반 육류 제품 스타트업 등도 대거 출품합니다. 네덜란드 식품 스타트업 원서드는 ‘완숙도 검사기’를 만들었습니다. 식료품점 직원이나 쇼핑객이 아보카도 같은 과일을 스캔 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로 익었는지 알려주는 제품입니다. 타이퍼(Typhur)는 미슐랭 스타 셰프를 비롯해 전세계 셰프의 요리 수업과 레시피를 제공하는 올인원 스마트 쿠킹머신을 공개합니다.
◇여전히 볼 만한 기술들
소비자의 일상에서 가전과 집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생활을 조금이라도 편하고 즐겁게 해주고, 이를 연결하는 기술과 제품은 CES 2023에서도 큰 관심을 모을 전망입니다. LG전자는 스타트업 어슬립(Asleep)과 협력해 사람의 호흡에 반응하고 수면 단계를 진단해 최적화 해주는 스마트 가전을 선보입니다. 냉난방 장치와 가전들이 밤에 소비자가 자는 습관에 따라 반응한다는 겁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VR2 헤드셋과 2월22일 공개가 예고된 게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선보입니다. HTC와 비햅틱스도 새 VR 제품을 전시합니다. 비햅틱스가 개발한 택트글로브(TactGlove)는 일반 장갑처럼 착용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정교한 VR 콘트롤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 제품도 있습니다. 발런셀은 손가락 끝에 착용하기만 하면 혈압을 모니터해주는 기기를 공개합니다. 덱스콤은 채혈 방식이 아닌 포도당으로 당뇨 환자의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덱스콥8을, 위싱스는 소변 분석이 가능한 변기를 선보입니다. 실버 기술도 있습니다. 일본 아실라는 사람이 낙상하는 경우처럼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일을 자동으로 감지해 경고를 보내는 보안카메라를 공개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세이프웨어도 허리에 착용하면 낙상시 에어백이 터져 부상을 막아주는 신제품으로 CES 2023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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